IMF구제금융 이후 국내 기업들이 인원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를 주목하고 있다.포철이 내년부터 EVA를 경영평가의 주요 잣대로 활용하겠다고 이미천명했고 LG 삼성 등 EVA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도 본격적인 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외형 위주의 성장전략에 몰두했던국내 기업들이 수익성 중심의 질 경영으로 자세를 바꾸면서 이의평가 잣대로 EVA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또 증권거래소도 조만간 국내 상장기업의 EVA를 산정해 주식투자자들의 기업 평가기준으로 제공할 예정이어서 한국에도 이젠 EVA 열풍이 몰아칠 전망이다.●왜 EVA인가EVA는 한마디로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것은 투자결정의 잣대가 될수도 있고 구조조정의 판단근거로도 활용가능하다. 중요한 건 EVA가 기존의 순이익 개념과 달리 투자된돈(자본)의 효율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는 점. 투입된 자본의기회비용을 기준으로 이 보다 많은 수익을 냈는지, 적은 수익을 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얘기다.예를 들어보자. 어느 기업이 1백억원(은행차입 50억원, 자기 돈50억원)을 투자해 은행이자 등을 물고 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하자. 이 기업은 전통적인 상식에선 5억원을 번 것이다. 하지만EVA로 따지면 그렇지 않다. 당기순이익엔 자기 돈 50억원의 기회비용(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포함돼 있지않기 때문. 이 기업은 자기 돈 50억원을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은행에만 넣어 두어도 10%(5억원)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따라서 이를 감안하면 실질 수익성 면에서 그 기업은 손해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자기자본의 기회비용까지 계산해 얻는EVA는 기존의 순익과는 달리 「진짜 수익」인 셈이다. 게다가 기업의 현금흐름을 실질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기업들에는 유용한 경영지표이다. 한국기업들은 그동안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무시한 외형성장 위주의 경영전략에 치중해 지금의 위기를 자초했다는지적을 받아왔다.●EVA는 어떻게 산출하나쉽게 설명하면 순수 영업성과로 얻은 세후 영업이익에서 영업활동에 들어간 자본의 비용을 빼 산출한다. 여기서 영업활동에 들어간돈은 외부자본과 자기자본을 모두 포함한다. 핵심은 자본비용이다.자본비용의 경우 외부자본은 실질 차입이자이고 자기자본에선 주식회사라면 주주의 기대수익으로 보면 된다. 주주들이 다른 데 돈을투자하지 않고 그 기업에 투자한 것은 기본적으로 은행이자만큼은포기하고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자본 비용(주주의 기대수익률)은 보통 가장 안전한 국채 이자에 일정 프리미엄(리스크 프리미엄)을 보태 산정한다.또 EVA의 산출 기초가 되는 이익도 기존의 회계상 이익과는 성격이다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당기순이익을 낼때는 영업이익에 비영업 활동에서 나온 이익과 이자수입 등도 모두 포함한후 법인세를빼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EVA는 순수한 영업이익에서 법인세를 차감한 후 여기서 자본비용을 빼는 방식으로 따진다. 비영업활동에서 나온 손익은 계산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EVA는 순수한 영업활동만의 수익성을 따지기 때문이다.●기존 경영지표와는 뭐가 다른가기본적으로 EVA는 기존의 어떤 지표보다도 실질 수익성을 가장 잘보여준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지표는 경상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이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투자된 자본의 규모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맹점이 있다. A라는 기업과 B라는 회사가 똑같이 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하더라고 투자자본이 A는 1백억원, B는 1천억원이라면 순이익 10억원은 A와 B사엔 완전히 다른 성과다. 이를 보완한게 자기자본수익률(ROE)이다. 하지만 ROE도 자기자본의 규모를반영하긴 하지만 외부차입금은 빠져있다.따라서 기업의 재무구조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총자산수익률(ROA)도 마찬가지다. 자기자본 외부차입금 등 총자본을 감안한것이긴 하나 이자율 등 그 자본의 비용을 계산에 넣지 않아 정확한수익성 지표는 못된다. 하지만 EVA는 투자된 모든 자본의 이자율등 기회비용을 감안해 산출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부가가치를보여준다고 할수 있다.●외국에선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EVA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은 미국기업들이다. 90년이후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기업의 성공비결이 바로 EVA경영이란평가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다. 이 회사는 과거 청량음료를 비롯해 포도주 커피 등 여러 사업을 벌였었다.그러나 지금은 사망한 고이주에타 전 회장이 EVA를 경영에 도입하면서 자본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파스타, 인스턴트 차 등의 사업은 처분하고 고수익의 청량음료 사업에 자본을 집중시켰다. 또자본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리의 차입금을 갚고 싼 이자의 돈을 보다 많이 끌어 들이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코카콜라는 경쟁사인 펩시를 완전히 눌러 버렸다. 실제로 코카콜라는 펩시에 비해 종업원수의 경우 5분의 1, 매출은 2분의 1 수준으로 외형이 작지만 주식의 시가총액은 3배에 달한다. 미국에선 코카콜라 외에 AT&T GE 월마트 등 유수의 기업들이 모두 EVA를 경영지표로 활용하고 있다.모든 기업들에 거의 일반화돼 있다. 최근엔 일본에서도 미국경영을배우자는 붐이 일면서 EVA경영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한국엔 어디까지 들어왔나이제 막 도입단계다. 포철 외에 민간기업에선 LG그룹이 EVA개념을도입해 경영지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LG는 97년 초부터 21개CU에 대해 EVA를 산출했고 지난 10월엔 회장단 회의에서 이를 경영실적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정부에선 공기업 경영평가의 잣대로 EVA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증권거래소도 주식투자자들을 위해 상장기업들의 EVA를 발표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한편 대우경제연구소가 지난 96년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들의 EVA를 산출한 결과, 삼성전자가 4천8백45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포철(4천6백42억원)현대자동차(3천8백66억원) 한국이동통신(1천9백99억원) 등의 순이었다.이밖에 대우전자 LG전자 LG산전 한화에너지 한진해운 삼성전관 등이 상대적으로 EVA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