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한테 잡혀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아무리 급박한 위기상황이더라도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운명은 바뀔 수 있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괜한 위기감에 사로잡혀 계획도 없이 허둥대며 남들이 한다고 조직 축소하고 사람 자르는데 정신을 팔다보면 더 쉽게 망할 수 있다. 위기가 닥친 때일수록 좀더 차분히 위기관리 방안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방안이 결정되면 행동은 신속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존의 기업 조직형태론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기획실을 중심으로 한 스태프부서만의아이디어론 위기대처 계획이 제대로 수립될 수도 없고 효과적으로실행될 수도 없다. 그래서 위기상황에선 차분히 계획을 세우고 신속히 집행할 수 있는 비상조직이 필요하다. 정부가 IMF위기 직후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가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그렇다면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은 어떻게 짜고 무슨 역할을 맡겨야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은 기존의 기획실 등스태프부서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핵심은 스태프부서와 실행(라인)부서의 인원을 골고루 뽑아 조직을짜라는 점. 단 차출 인원은 최소화하되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우선으로 뽑으라는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의 박희정 수석연구원은 『스태프와 라인이 분리돼있는 기존의 기업조직으론 위기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다』며 『위기관리 조직은 현업부서의 실정에 맞게 대책을 세우고 이를강력히 실행할 수 있도록 스태프와 라인조직의 구성원을 망라해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이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이 참여해 위기대책을 수립해야 위기대응에 대한 회사내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고 성공적인 실행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위기관리조직의 최고사령탑은 최고 경영자가 맡아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의사결정이빨리 이뤄지고 수립된 계획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이럴 경우 위기관리 조직과 기존 스태프부서와의 역할 분담이 중요해진다. 이는 위기의 강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위기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갈 경우 위기관리조직을 한시적으로 정규화해 계획수립과 집행을 전담토록 하고다소 여유가 있을 때는 비정규 조직화해 계획만 세우고 집행은 기존의 스태프에 맡기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것.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최고경영자는 기존의 조직과 위기관리조직이 서로 괴리되지않도록 통합 관리하는 노력이 긴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명확한 역할분담과 기능조정이 필수적이다.그렇지 않을 경우 위기관리조직이 조직내 옥상옥이 되거나 조직분열을 조장해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