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은 뭐라해도 재벌개혁이다. 김대중대통령당선자진영은 올해 들어서자마자 재벌개혁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을 펴 나갈 것임을 예고하고 이를 위한 수순을 숨가쁘게 밟아가고 있다.재벌개혁의 방향에 대해 김대중당선자가 먼저 화두를 던졌다. 김당선자는 지난 5일 열린 국민회의 시무식에서 『오늘의 경제난국에책임이 큰 대기업도 고통을 감내해야 할것』이라고 전제한 뒤 『대기업이 개혁을 할 것으로 믿지만 설사 이를 하지 않더라도 과거와같은 방식은 결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벌개혁에 대한 확고한입장을 밝혔다.며칠이 지난 뒤 DJ의 경제정책 전도사로 자임하고 나선 박태준자민련총재가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고 나섰다. 박자민련총재는 8일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벌그룹의 기업하나하나가 뼈를 깎는 체질개선을 통해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면서 『재벌기업들은 철저하게재무구조를 기준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자민련총재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그룹은 강점이 있는 중화학공업중심으로, 삼성그룹은 정밀화학 중심으로 특성을 살려나가는 것도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예까지 들었다.김대통령당선자와 박자민련총재의 입장을 종합해볼 때 재벌개혁은새정부 경제정책의 핵임이 분명하다. 재벌개혁은 크게 두가지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나는 재벌기업의 경영 투명성 확보이다.이 문제는 현재 난마처럼 얽혀있는 재벌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조속히 해소하고 결합재무제표작성 등을 해결한다는 것이 김당선자진영의 방침이다.경영투명성 확보와 함께 경영합리화 추진도 재벌개혁방향의 한 축을 이룬다. 이는 부실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역량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토록 할 방침이다. 김대통령당선자측의 재벌개혁은 정리해고에 따른 노동계의 고통분담에 사용자도 이에 상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또 우리 경제가 IMF의 간섭을 받게 되면서 재벌개혁은 국가신인도제고를 위해 필요한절차이기도 하다.이에 대해 당사자인 재계 또한 이견은 없다. 다만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 재계는 너무 서두르지 않느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손병두전경련부회장이 최근 박자민련총재를 만나 상호지급보증해소를위해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기업인수합병의 원활화를 위해 기업구조조정특별법제정 등을 요청한 것은 재계의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결합재무제표작성에 대해서도 재계는 사전준비의 필요성을 들어 2000년부터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그러나 이런 재계의 입장에 대해 정치권 및 국민들은 일면 공감을표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재벌개혁이 시대적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김당선자진영이 「군기잡기」를 한 뒤 적당한 시기에재벌을 해체할려고 하지 않느냐는 피해의식적 관점에서만 「재벌개혁」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한마디로 정치권이 이래라 저래라 하기전에 스스로 경영투명성과합리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나서도 부족한 마당에 영역지키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지적은 재계내부에서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5대그룹에 속한 한 임원은 『현재 재벌들간에는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하는 인식도 없지 않다며 이래서는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이 임원의 우려를 대변해줄 사례는 많다. 감정이 약간 섞여있었지만 김영삼정부가 재벌의 업종전문화정책을 펼때도 대기업들은 「시기」와 「방법」을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지난해말 이후 전개되고있는 한계사업정리등 구조조정도 김영삼정부에서 내놓았던 「물건」들이 많고 이마저도 팔릴수 없는 것들 뿐이다. 이래서 재계일부에서는 『구조조정작업은 쑈』라는 다소 극단적인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엉거주춤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존을 위한 경영마인드의 혁명적변화를 기하는 재벌의 모습을 국민들은 지금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