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수입신용장개설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 수출 신용장(L/C)방식에 의한 수출환어음(수출업자가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제3자인 거래은행에 지급할 것을 수입업자에게 위탁하는 증서)까지 매입을 기피하고 있어 무역업계의 애로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상식으로 얼핏 생각하기에 수입은 외국으로 달러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보유달러가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수입신용장개설을 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환어음매입까지 외면해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그것이 신용장방식에 의한 수출일 경우 외국의 은행들이 대금지급을 보증하는 것인데도 말이다.신용장이란 은행이 고객의 의뢰에 의해 금액 기간 등 일정 조건하에서 그의 신용을 보증하기 위해 거래상대은행에 발행해주는 일종의 지급보증서다. 그래서 신용장방식으로 거래하면 발급은행이 파산하기전에는 떼일 염려가 없다. 그런데도 국내은행들은 그러한 신용장방식에 의한 수출환어음까지 매입하려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물론 신용장에도 일람불방식(at Sight)과 유전스방식(Usance)이 있다. 일람불은 환어음 제시와 동시에 수출대금이 결제되는 방식이고 유전스는 일람후 30일 또는 60일과 같이 일정기간 후에 대금을 결제해주는 조건으로 발급된 것이다. 유전스방식은 일종의 외상수출이다. 따라서 신용장방식이라 하더라도 유전스 수출환어음을매입해주고 나면 일정기간후에야 거래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을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기피할만하다.그런데 요즈음은 일람불방식까지도 수출금액이 클 경우 환어음을제대로 매입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수출환어음을 매입해주고 난뒤 신용장을 개설한 은행에 선적서류 등을 보내수입업자로부터 대금을 결제받는 추심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기간이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여일 정도 걸린다.따라서 일람불방식이라 하더라도 신용장 도착과 동시에 수출대금을내주면 추심이 되는 기간만큼은 수출업자에 대출을 해주는 셈이 된다.은행의 이러한 기능은 외환업무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따라서 수출업자를 도와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수익을 올리는 본연의 영업행위로 보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요즈음은 대다수 은행들이 수출환어음을 상대수입업체에 보내 결제대금이 들어온 뒤라야수출대금을 결제해 주는 추심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본연의 영업행위마저 포기해야하는 은행들의 다급한 사정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같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근본대책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보면 뭔가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물론 외화가 없어서 수출대금을 달러로 내주지 못하는 것은 국내은행들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문제는 은행건전성을 따지는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위해 수출신용장 네고를 외면하는 경우는 좀더 생각해볼 문제다.IMF는 당장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을 기준치인 8% 이상으로 높이라는 것은 아니다. 올 5월15일까지 자기자본비율 확충계획서를 내고 2년 이내에 국제기준을 달성토록 요구했다.그럼에도 은행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는 것은앞으로 정부가 추진할 금융산업구조개편의 판단기준이 될뿐 아니라이 비율이 높아져야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융통 등을 제대로 할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로서는 어찌보면 사활이 걸려있는 문제라할수도 있다.그러나 은행의 사정이 아무리 복잡하다하더라도 외화고갈로 달러를한 푼이라도 더 벌어 들여야 할 판국에 수출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같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법을 빨리 찾아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