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리스트럭처링(사업구조조정)이쌍용에 회생의 가능성을 준다」는 제목으로 쌍용그룹의 구조조정노력을 소개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기사에서 「쌍용그룹은 재정적 파탄에 이를 정도로 사업을 확장해왔다는 점에서 다른혈족경영 그룹(재벌)과 같지만 자동차사업을 경쟁사에 매각하는 등장기간의 고통스러운 리스트럭처링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다른 재벌들과 다르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또 「외국 은행들은 한국의다른 재벌들도 쌍용의 모범을 따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주장한다」며 「대외적 체면이 아니라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김덕환 사장(종합기획조정실 실장)의 말도 인용했다.이제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의 지적대로 다른 그룹들도 생존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만 한다. 다른 그룹들보다 한 발 빨리구조조정을 시작한 쌍용그룹의 사례는 이들 기업들에 「모범사례」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의 참조할 만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다.물론 쌍용의 구조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 제목중 「회생의 기회(Fighting Chance)」란 용어는 대부분의 경우 아주 희박한 가능성을말한다. 「노력 여하에 따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그러나 먼저 시작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참조할 만한 가치는 있다.◆ 구조조정 착수 배경쌍용의 목을 조르는 걱정거리는 자동차였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5년간 5천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금까지 누적적자는 3조4천억원에 달한다. 자동차 부문에서 부채가 계속 누적되다 보니 부채부담이 그룹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은 96년말 김석준회장이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회의석상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 때 김회장은 「가혹할정도의 감량경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이 때부터 각 계열사별로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시에는 전체적인 사업 조정이라기 보다는 경비를 절감하는 등의 감량경영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감량경영의 목적도 쌍용자동차의 정상화였다. 실제로 97년초쌍용은 자동차 사장으로 이종규사장을 새로 임명하고 쌍용자동차에대한 대대적인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임원과 부차장급의 인력도 대폭 줄였다. 그룹 차원에서도 자동차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97년5월에 쌍용정공과 쌍용경제연구원 등 4개사를 통폐합하고 동성고속관광을 매각했다. 이어 계열사별로 명예퇴직을 추진하는 등 감량경영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사정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고 결국 7월부터 쌍용자동차를 벤츠에 매각한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내용쌍용의 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였다. 5월에 4개 계열사에 대한 통폐합이 이뤄졌다. 9월에는 몇개 외국 현지법인과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용인리조트와 은화삼골프장 등 레저시설을 내놓은 것도 이 때였다.10월에는 쌍용제지를 미국의 P&G에 매각하면서 본격적인 「대수술」을 단행했다. 쌍용제지는 95년에 30억원, 96년에 48억원 등의 당기순이익을 낸 알짜기업이다. 그러나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력 이외의 사업은 흑자기업이라도 잘라버려야 한다는 판단이었다.이어 11월에는 쌍용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자동차를 대우자동차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투자가 끝난 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너무아깝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자동차를 끌어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인원감축도 계열사별로 추진됐다. 퇴직 희망자를 받은 뒤 퇴직금과위로금을 얹어주는 형식으로 감원도 이뤄졌다. 미리 퇴직자 수를계획하지는 않았다. 살생부가 있다는 등의 소문을 없애고 가능한한원만하게 감원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쌍용양회의 경우 감원 결과97년초에 4천여명에 이르던 임직원 수가 97년말에는 3천여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구조조정 추진 주체종합조정실 관계자는 『그룹 전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미리 세워놓지는 않고 각 사별로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그룹 차원에서 전문 컨설팅업체의 컨설팅을 받지도 않았다. 이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필요에 따라 컨설팅업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조정하기 보다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추구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각 사별로 세운 구조조정 계획 중 대규모 사업이거나 중요한 사안일 경우에는 종합조정실에서 검토, 계열사와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의미국가 기간산업에서 이뤄진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쌍용이 최초라는게쌍용측의 주장이다. 국내 리스트럭처링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두산그룹의 경우 소비재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었고 매각 규모도 쌍용처럼 대규모는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쌍용의 구조조정은 두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쌍용제지를 미국 P&G에매각함으로써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기업의 M&A(기업인수합병)의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둘째는 쌍용자동차를 경쟁사인 대우자동차에 넘김으로써 국내 대기업 간 「빅딜(Big Deal)」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은 극도로 악화돼 각 그룹들이 사업구조를 조정하려고 매물을 내놓아도 인수할 수요자를 만나기가 극히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인해 최근 재계에서는 그룹끼리 서로 주력사업을 밀어주면서 사업체를 맞바꾸는 식(빅딜)의 구조조정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쌍용이 자동차 사업을 대우에 넘긴 것은「우리보다 더 잘 하는 그룹에 사업을 맡김으로써 시너지 효과를높인다」는 원칙을 실천한 사례다.◆ 전망쌍용 관계자는 『앞으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포기하고앞으로 이익 위주의 경영을 한다는게 구조조정의 대원칙이다』라고밝혔다.쌍용제지와 쌍용자동차를 매각함으로써 쌍용그룹의 주요 계열사는쌍용양회, 쌍용정유, (주)쌍용, 쌍용중공업, 쌍용건설 등으로 축소됐다. 쌍용화재해상보험과 쌍용투자증권 등 금융부문도 남아 있지만 쌍용종합금융이 업무정지 상태인데다 쌍용투자증권도 지난해 적자폭이 커서 어떤 식으로든 개혁 조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룹 차원에서 비상 경영계획도 수립, 추진하고 있는데 전체 임원을 약 30%(80여명) 줄이고 급여를 임원의 경우 30%, 일반 직원의경우 15% 반납하며 올 임원 승진을 모두 동결한다는게 주 내용이다. 또 비영업성 경비도 50% 줄이는 등 대대적인 감량경영도 함께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