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맞아 부도를 내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일감이 없어개점휴업상태인 기업도 많다. 하지만 인천에 있는 대해프랜트는 좀다르다. 이 회사는 지난 연초 연휴기간중에도 전임직원이 출근해땀을 흘리며 공장을 돌렸다. 일요일에도 특근을 할 정도로 바쁘다.일손이 달려 올들어 5명을 더 채용했다. 감원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일감은 올 8월 작업분까지 밀려 있다. 해외에서 받은 오더가 넘쳐나고 있어서이다.대해프랜트는 산업용소각로를 비롯, 동물사체소각로와 화장로 등소각로 관련제품을 만드는 업체. 이 회사는 작년초부터 해외시장에눈을 돌린게 주효,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해 수출액은 7백만달러. 올해는 2배가 넘는 1천5백만달러를 바라본다. 달러값이 오르면서 많은 기업들이 환차손으로 아우성이지만 이 회사는 환차익을 만끽하고 있다.주종 사업인 소각로는 원래 내수사업. 그럼에도 그가 해외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스스로 쌓은 기술력의 바탕위에 외국선진업체와의기술제휴로 첨단제품을 생산, 자신감을 가지면서부터.일본의 주포, 산유사 그리고 미국의 올, 섬텍, 하딩로손, 스웨덴의타보사 등 세계적인 업체와 부문별로 기술제휴를 맺은 김삼식 사장은 기술에 관한한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는 잦은 해외출장을 다니는동안 한국경제에 뭔가 이상이 생기고 있음을 작년초부터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기업도산이 줄을 잇고 있었던 것. 한국경제에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던 차에 때마침 외국의 기술제휴선들도한국시장만 보고 사업을 하지말고 해외로 눈을 돌리라고 권유했다.이에 자극을 받아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를 돌며 소각로와 동물사체소각로 등의 수출의사를 타진했다. 이미 국내시장에선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장기반을 다져 놓은상태였다.◆ 외국 기술제휴선 권유로 해외시장 진출외국의 구매기관들은 대해프랜트 제품에 대해 큰 신뢰를 나타냈다.선진업체들의 첨단 기술에 동양의 실정과 감각을 가미한 제품이어서 바로 들여다 쓰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 주문을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체가 수입해 자국에 설치한 소각로가 잘돌아가고 있는것을 확인한 외국정부기관은 대해프랜트제품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때마침 광우병과 구제역 등 동물관련 병이 창궐하자 동물사체소각로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구제역발생땐 대만에서 여러대의 동물사체소각로를 주문했다. 광우병 발생때도 이를 무서워한 국가들이동물사체소각로를 구입 설치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최근엔 홍콩에 발생한 조류독감여파로 이 지역으로부터 4기를 주문받았다.대해프랜트가 내세우는 생산제품의 강점은 연료소비가 적으면서 소각능력이 뛰어나고 전자동시스템이어서 무인운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예컨대 주력제품인 소각로는 합성수지를 비롯한 수십종의 혼합폐기물을 처리할수 있는데 연료와 전기소모가 적고 소각시간이 짧아 유지비용을 절감하면서 짧은 시간안에 많은 폐기물을 처리할수 있다.연료는 30%, 전력소모는 75%를 절감할수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동물사체소각로도 기존 소각로가 한번에 소 한마리밖에 처리할수없는데 비해 한꺼번에 소 두마리를 소각처리할수 있는 장치.화장로 역시 화장시간을 절반으로 줄인게 특징. 화장로는 소각로기술의 바탕위에 일본 독일 미국등의 기술을 전수받아 만든 것이다.김사장이 소각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에너지관련사업에 나서면서부터. 고학을 통해 부산 해양대를 졸업한 그는 5년동안 외항선을 탄뒤 상륙, 여러 직장을 거친 끝에 중소기업의 이사까지 됐다. 사업에 나선 것은 40세가 되던 86년. 첫 사업은 인천에서의 노후선박수리였다. 이는 대학전공과도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신통치 않았다.1년동안 전업을 구상한 끝에 에너지관련사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 연료절약형 산업용 보일러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역시 별 재미를 못보자 유관분야인 소각로에 진출했다. 소각로는 환경분야가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회사이름도 대해에서 대해프랜트로 바꿨다.◆ 소각로, 연료·전력 절감 효과 커외국에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기술을 익혀 겨우 제품을 개발했으나 팔리질 않았다. 당시만해도 기업들이 아직 소각로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선반 등 공작기계를 처분할까 고심할 정도로 어려움을겪기도 했다. 그는 방향을 돌려 독자제품 생산대신 하청일을 맡기로 결심했다. 원청업체를 통해 마침 LG화학의 소각로 일을 맡게 됐다. 이는 대해프랜트가 기사회생하는 전기가 된다. 김사장은 LG일을 열심해 해줬다. 하청업자로서는 주제넘게 돈이 더 들더라도 소각로는 스테인리스와 같은 고급소재를 써야 한다며 권고했다.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던 발주자가 그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했고이일로 LG로부터 신임을 받았다. 그 다음부터는 직접 일을 맡기 시작했다. 일단 일을 맡은 이상 혼신의 힘을 다해 시공을 했다. 장기적으로 승부를 걸려면 단기적인 이익에 치중해선 안된다는게 그의지론이었기 때문이다. LG는 성실성을 인정, 지금까지 20여기의 소각로를 그를 통해 건설했다.대해프랜트를 통해 시공을 한 회사는 소각로가 잘 가동되는 것에감사해 다른 회사를 소개해 주는 일까지 생겼다. 예컨대 샘표식품은 한국수출포장을, 한국수출포장은 천일제지를 알선해줘 시공할수있도록 해줬다. 슬러지를 태우고 이를 통해 에너지를 회수하게돼경비를 크게 절감할수 있게된 한국수출포장은 대해프랜트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소각로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유관사업분야인 동물사체소각로와화장로분야에까지 진출해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세계적인 동물사체소각로업체인 미국의 섬텍과 기술제휴로 생산하는 동물사체소각로는 병든 가축을 태우는 설비로 97년 3월말 당진에 첫 시공됐다. 그동안 가축이 병들어 죽으면 땅에 묻거나 불법으로 유통시켜온게 관례였다. 불법 유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땅에 묻어도 병균은 지하수를 타고 전염되거나 먼지를 통해 퍼진다. 위생상 안좋은것이다.따라서 선진국은 진작부터 소각처리를 해왔으나 국내에선 작년부터소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소각시설 도입을 시작한 것은 영국에서 퍼졌던 광우병 파동의 교훈도 한몫했다.그는 매사가 정열적이다. 사업을 할땐 더욱 그렇다. 세계 최고기술을 가진 업체와의 제휴를 위해 기업체 사장이 만나줄 때까지 문밖에서 일주일씩 기다리기도 했다. 그의 경영스타일이 정열적인 것이라면 경영철학은 「기브 앤드 테이크」이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먼저 남에게 베풀고 받는다는 것이다.김사장의 꿈은 수출을 통해 IMF의 조기극복에 도움을 주는 것. 동남아시장 더 나아가 세계시장에 소각로와 동물사체소각로 및 화장로 수출을 늘려 한국기업의 위상을 높여나갈 생각이다. 이미 4백년전에 거북선을 만들 정도로 우수한 한국민족이 이정도 경제위기도극복하지 못한대서야 말이 안된다는게 그의 자존심이자 주장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