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통령이 선출되고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는 물론 미국,일본, 유럽제국들이 자금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외환위기는 좀처럼 완전해소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요는 우리가 최근 경제 전반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개혁작업의 폭과 속도가 아직도 외국의 투자자나 금융기관의 신뢰를 얻어내기에 충분치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대외신뢰도라는 것이 결코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말만 가지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꾸준히 쌓아온 행적(trackrecord)만이 개인, 기업, 정부, 더 나아가 국민과 국가의 대외신뢰도를 나타내 주는 것이다.이제 국내외의 관심은 반세기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쏠려 있다. 특히 최근 우리 경제가 광복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동시에21세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새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하겠다. 새대통령이 풀어가야할 과제는 수없이 많겠으나 그 중에서도 새정부 출범 전에 신속히단행해야 할 과제는 정부조직을 개편하는 일이다. 새로 단행될 정부조직의 개편은 21세기 세계화·정보화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우리나라를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그러나 최근 매우 민감한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정부의 통상업무개편논의는 매우 실망스럽다. 지금까지의 논의 유형을 보면 현행의혼합체제 유지, 외교 또는 산업 쪽으로 특화, 통상전담부서의 신설등 세 가지 방안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중 어느 형태가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매우 다른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다 외무부와 통상산업부 등 기존부처들은 서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교 또는 산업형으로의 특화는 우선 현실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야기시킬 것이며 어느 한 부처로 몰아줄경우 재정경제원의 비대화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엄청난 비효율을초래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신 정부의 통상행정조직 개편은 현행체제를 보완하거나 통상업무의 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현행체제의 많은 문제점들이 이미 노출되었고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를 감안하면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필자는 통상업무 또는 대외경제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기구의 신설은 적합치 않다고 보며 다만통상협상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통상협상전문가를 양성·축적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소규모의 통상협상전담기구의 신설을 제안하고자 한다. 통상협상전담기구는 모든통상협상을 주도하되 반드시 관련 주무부처와 함께 협상에 참여하고 협상결과의 이행여부도 감시해야 한다. 특히 이 기구는 변호사와 학자, 업계전문가들이 상황에 따라 정부대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신축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통상협상조직을 갖추게 될 때 우리나라의 대외신뢰도가 제고될 뿐 아니라 우리의 국익반영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전개되고 있는 통상문제에 각 부처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정부내 통상전문가 양성에도 적지 않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우리는 지난 해 한국이 2000년 초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것이라고전망한 바 있다. 우리 자체의 힘으로 풀어나가야 할 내부의 구조적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과거의 평균성장률을 적용한 경제전망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모든 지도자들은 국제사회에 자리잡은 게임의 법칙(Rules ofGame)과 예의 및 관행을 존중하고 자기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 국민과 국가에 대한 대외공신력이 제고될 것이다. IMF의 구제금융체제하에서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대외신뢰도 제고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금번신 정부의 통상행정조직 개편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