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여러 곳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지난 몇개월 동안 미 상원의 특별청문회나 유명한 소비자 운동가인랠프 네이더가 주도한 모임들은 떠들썩하게 마이크로소프트의 독과점 「혐의」를 선전해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독보적인 「윈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자바(Java) 인터넷언어와 넷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 브라우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운영체제(OS)를 대신하려는 많은 실리콘밸리 업체들도 마이크로소프트를 요란스럽게 공격해 왔다.게이츠의 골칫거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내 9개 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행태에 대해 공격할 준비를 하고있고 법무성도공식적인 독과점금지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방재판관 토머스 잭슨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윈도95와 함께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의무적으로 깔도록 한 행위를 금지했다. 이는 올봄 출시예정인 윈도98 운영체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하지만 잭슨의 결정이 게이츠에게 당장 큰 손해를 입히지는 않을것이다. 대부분의 컴퓨터 메이커들은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자사 제품에다 윈도95에 익스플로러가 추가된 새로운 버전을 계속 설치할 것이다. 익스플로러는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기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법원의 결정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윈도98의 두가지 버전을 판매할 생각이다.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법무부의 불만은 처음에는 사소한 것이었다. 자사의 운영체제에 자체 브라우저를 한데 묶는 행위는 지난 95년 정부와 합의한 판결명령을 어기는 일이라는 것 뿐이었다.따라서 잭슨 판사의 광범위한 법률해석은 윈도98에까지 연결됨으로써 법무부도 예기치 못했던 것이었다. 잭슨은 아직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시사항을 어겼는지에 대해 확인을 하기보다는 일반적인 반독과점 법률에 대한 그의 해석에 따라 금지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규제 법률 허술해 결코 게이츠 못 잡을 것게이츠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자바를 창안한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스콧 맥닐리 사장은 『미국의독과점규제 법률은 너무 허술해서 결코 빌 게이츠를 잡을 수 없을것』이란 농담을 종종 한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은 미묘하다. 이 회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반독과점정책을 새로 만들려는 당국자들의 시범케이스가 돼 있다.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명이법률이나 경제적 요인에 못지 않게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좌우될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경쟁에 관한 미국법률은 역피라미드를 연상케 한다. 그 기초가 되는 것은 1890년에 제정된 셔먼 법률로 그 대부분은 법조문의 문구하나하나에만 집착하는 경제간섭주의자들에 의해 확립된 것이다.지난 70년대에 경제학자들은 문구에만 얽매이는 접근방식에 반발했다. 많은 독과점 규제조치들이 기업과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려미국의 경쟁력과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점은 많이 개선돼 오늘날의 독과점행위 단속자들은 단지 단속대상업체가 크고 성공한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칼을 휘두르지는 않는다.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독과점 규제의 표적이 돼 분해되리라고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반독과점 정책이 회계나 소비자신용, 전산분야처럼 빠르게 통합돼가는 부문에 적용하기에는 너무느슨하다는 지적은 있다.그렇지만 독과점 규제당국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세계제일의 칩제조업체인 인텔 두 회사가 개인용 컴퓨터시장에서 갖고 있는 강력한영향력 때문에 거의 본능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텔은현재 연방무역위원회(FTC)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하이테크산업이 독과점 규제당국으로부터 특별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몇가지이유가 있다.우선 이런 산업은 유무형의 엄청난 이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기술적 표준이라는 것이 생긴 이후 경쟁의 승자는 모든 전리품을 차지할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경쟁을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수 있다. 또 무려 1억명이 사용하는 윈도 같은 제품처럼 단지 많이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머지 업체가 뛰어들기에는 엄청난장애로 작용한다.미 법무부 반독점과장 조엘 클라인과 FTC 위원장 로버트 피토프스키 등 독과점 규제책임자들은 제품가격이 내려 소비자들이 즐거워하더라도 독과점은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FTC가 96년12월 새로 나타난 두 제약회사 시바가이기와 산도스에 대해 유전자처리 부문을 팔아치우도록 압력을 넣은 일, 지난 9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용 금융소프트웨어회사 인튜잇을 인수하는 것을 중지시킨 미 법무부의 행동 등이 모두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MS 공격은 ‘인식 변화시키는 것’테크놀러지 산업을 보는 새로운 견해는 이 산업의 움직임을 여러차례의 단거리 경주로 생각하는 것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는 인텔, 온라인네트워크 분야는 아메리카온라인 같은 회사들이될 것이지만 경주에 이긴 회사는 모든 상을 거머쥐는 것이 허용될것이다. 그러나 다음 차례의 경주를 경쟁자들보다 몇발 앞서 시작하는 것은 허용받지 못한다. 이것이 잭슨 판사의 논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는 브라우저분야를 독점함으로써 다음 경쟁에서 자바프로그래밍언어의 잠재적인 경쟁위협을 미리 제거해서는 안된다는것이 잭슨의 판결이었다.하지만 이전에는 분리됐던 제품들을 한데 통합해 출시하는 일은 인기를 끌고 있다. 윈도에 팩스전송 기능같은 다른 기능을 첨가하거나 인텔이 더욱 빠른 프로세서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진소비자들은 거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정부는 크라이슬러가자동차에 라디오를 장착하려는 것을 막았던 실수를 저질렀던 일을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현재 넷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는 브라우저 시장의 약 55%를 차지하고 있다. 익스플로러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는 익스플로러의 무료 공세에 힘입은 것이다.(도표 참조) 이와 대조적으로 유료 서비스였던 MSN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윈도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인 자바는 이미 50만명의 프로그래머들이사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바가 윈도를 물리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앞으로는 소프트웨어 관련시장이 사무실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반소비자와 오락시장에서 우세를 점할 자바의 두 거대세력으로 나눠질 것이란 것에도 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또다른달리기 시합일 것이다.독과점 규제정책은 단순히 경제와 법률적인 고려에 의해서만 입안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요소와 심리적인 요인도 중요한 고려사항에 포함된다. 미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아주 공격적인 회사로 생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직도 스스로를 새로 시작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어느 분야에서든 한치의 양보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당국자들 중에는 인텔은 약간 덜 호전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이런 여러 상황속에서도 게이츠는 아주 유리한 입장에 서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공격을 주도한 윌슨손시니사의 실리콘밸리 전담변호사 개리 리백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업계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사업을 다각화시키면서 이미 케이블TV 산업과 금융권 회사들에도위협적인 존재가 됐다.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어떤 평판을 받느냐 하는 문제는 독과점 규제조치들을 포함한 업계의 움직임에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