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대영전자 직원들은 1백%의 정기보너스 이외에 50%의 특별상여금까지 받았다. 결코 많은 금액의 특별상여금은 아니었지만때가 때인지라 특별한 감회에 젖었다. IMF한파가 몰아치면서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났으며 또 얼마나 많은 종업원들이감봉과 보너스반납등의 아픔을 겪었던가. 특별상여금을 준 것은 회사가 창사이래 처음으로 1천억원의 매출을 돌파(1천1백30억원)한데 따른 것이다. 올해로 창사 30주년을 맞는 기업으로선 결코 많은매출이라곤 할수 없다. 하지만 작년처럼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서 40%의 신장세를 기록한 것에 대해 직원들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대영전자 직원들이 더욱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어떤 주파수의 위성방송도 수신할수 있는 풀밴드타입의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했기 때문. 이 장치는 아시아지역 위성방송은 물론 유럽과 미국지역 등 주파수대역이 각기 다른 위성방송도 수신할수 있는 고성능장치이다.이 제품이 작년 12월초 홍콩전시회에 출품되었을 때 바이어들이 큰관심을 갖고 주문의사를 타진해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이장비를 올해 유럽지역 15만대, 미국지역 10만대 등 총 25만대를수출한다는 목표로 바이어들과 막바지 상담을 진행중이다. 25만대는 금액으로 약 6천만달러에 이른다. 수출만이 경제난을 타개하는유일한 길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가볍게 넘길수 없는 성과이다.◆ 풀밴드타입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 개발군포에 본사및 공장을 갖고 있는 대영전자는 68년에 문을 연 중견통신제품제조업체.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주로 군수용 제품을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대영전자가 생산하는 제품은 약 30종에 이르는데 이를 크게 3가지로 나눠볼수 있다.첫째가 무선기를 포함한 무선장비. 대표적으론 소용량 디지털 마이크로웨이브 장비를 꼽을수 있다. 점유주파수대역을 극소화함으로써주파수 활용도를 최대화,가입자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장비이다. 도서통신, 국간망구축, 산업기간통신망 등의 다양한 용도로 설치 운용된다. 특히 음성은 물론 데이터와 영상정보까지 처리할수 있다. 군의 FM이나 AM무선장비로도 많이 사용된다. 군대생활을 하면서 무전병을 했거나 무전기를 사용해본 사람은 대부분 대영전자의 제품을 써 본 경험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두번째는 삐삐와 통신단말기. 92년부터 무선통신단말기 분야의 새시장개척을 위해 나선 대영전자는 독자모델인 원격제어삐삐를 개발, X-ing라는 주문자상표로 납품하고 있으며 고유브랜드로는 마니또삐삐등을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고속무선삐삐와 데이터전송이가능한 양방향삐삐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또 차세대 개인용 통신단말시스템인 GSM과 개인휴대통신(PCS)단말기도 곧 출시할 계획이다.세번째는 차세대 영상문화로 꼽히는 디지털CATV분야이다. 대영전자는 미래정보통신산업의 방향인 통신과 방송의 융합화에 대비, 디지털CATV시스템과 무선CATV시스템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대영전자가 독자 개발한 디지털CATV는 일반 아날로그방식의 CATV에 비해 고속의 쌍방향서비스와 고화질화상을 제공하는 장점을갖고 있다. 특히 기존의 유선을 대신해 무선으로 개발한 CATV시스템은 27.5~28.5GHz대역의 무선주파수를 사용, 50개 채널까지 방송프로그램을 전송할수 있다.대영전자를 이끄는 사령탑은 윤광석사장(50). 한양대 전자공학과출신으로 컴퓨터및 통신분야 전문가이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소재컴퓨터 회사에서 8년동안 근무한 뒤 귀국, LG전자에 12년동안 몸담으며 컴퓨터사업본부장, 모니터사업본부장 등 요직을 거친 뒤 96년대영전자 사장을 맡았다. 대영전자로 오게 된 것은 인척관계에 있는 대주주가 경영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직원 35% 연구개발부서에 배치회사를 맡자마자 몇가지 개혁을 단행했다. 골자는 사업구조개편,수출주력제품개발, 신인사제도도입 그리고 국제화이다. 우선 사업구조를 방산중심에서 탈피, 민수분야를 강화해야겠다고 판단, 이에주력했다. 그동안의 매출비중은 방산장비가 55%에 달하고 일반통신장비 35%, 삐삐 등 기타 제품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방산비중을 45%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삐삐등 기타 분야를 30%수준까지 높이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동시에 10% 미만인 수출비중을 절반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으로선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자명하기 때문이다.그는 작년 5월, 연구개발직원 가운데 10명의 핵심멤버를 선정,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회사와는 좀 떨어진 양재동에 오피스텔을얻어주고 이들에게 맡긴 임무는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 개발. 가장좋은 품질의 제품을 최단 시간내에 개발토록 지시했다. 또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 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내벤처형태로 일을 진행토록 했다. 이들은 불과 6개월만에 이를 개발해 내는 저력을 보였다.자신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만큼 3개월 동안은 퇴근도 하지 않았다.오피스텔에서 먹고 자며 연구에 몰두, 11월 제품화에 성공하고 12월초 홍콩쇼에 진열해 호평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다음으로 신인사제도를 도입했다. 개인별 자질평가와 업적평가등능력평가를 통해 보너스를 차등지급하는 것.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기본 보너스 7백% 이외에 최고 3백%를 추가로 받는다. 해외전환사채발행, 해외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등 회사업무의 국제화에도 적극나섰다. 96년 스위스에서 발행한 2천5백만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는전부 소진됐고 이중 70% 이상이 만기에 주식으로 전환됐다. 따라서회사로서는 채무부담이 줄면서 자금을 안정 적으로 확보하는 발판을 만들었다.미국 뉴저지 소재 벤처기업인 INC에 출자, 지난해 수백만달러의 배당을 받기도 했다. 당초 INC에 투자한 것은 디지털TV관련 첨단기술을 얻기 위한 것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많은 배당도 받았다.윤사장은 무엇보다 대영전자의 뛰어난 기술력을 가장 큰 자산으로삼고 있다. 전체 직원의 35%에 해당하는 2백60명을 연구개발부서에배치해 놓고 있다. 이중 연구소 근무자는 석박사출신이 20%에 이른다.미국 뉴저지에 대영노스아메리카라는 연구개발전문 현지법인도 세워 미국의 앞선 기술동향을 파악하고 신기술을 획득하며 앞으로의사업전개방향을 잡는 안테나역할을 맡도록 하고 있다.이같은 기술력에 외국기업과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얻은 경영노하우를 결부시켜 대영전자를 최고의 무선통신 전문기업으로 키운다는포부를 갖고 있다. 『대영전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에 박차를가해 IMF시대를 극복하는 첨병역할을 할 작정입니다』 윤사장과 같은 다부진 포부의 기업인들이 많이 나올수록 한국경제의 고난기는단축될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