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시간을 내기가 힘들 정도로 요즘 정신없이 바쁘지만 정말살맛이 납니다.』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자리잡은 파맥스스포츠프라자 6층, 흥아타이어에서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 만난 이윤중 해외영업 2팀 계장(33)의 첫말이다.『일에서 사는 맛을 느낀다』는 이계장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바로 실직의 고통을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만큼다시 「웅지」를 튼 흥아타이어에서의 하루하루가 즐겁고 신이 나는 것이다.이계장이 실업자로 지낸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3개월간. 그전에는 방송기자재를 수입해 각 방송국에 공급하던 고일상사에서 수출입업무를 담당했다. 3년반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은 모든 샐러리맨들이 가진 희망, 즉 내 사업을 해보고싶다는 「꿈」때문. 이계장이 꾼 꿈은 수출입업무를 하면서 알게된 외국회사로부터제의받은 에이전트계약. 외국업체와 계약을 맺고 국내거래처만 확보하면 내 사업이란 꿈이 쉽게 현실로 이뤄질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1년전에 무역협회의 3개월짜리 무역실무자 고급과정을 이수하는 등 무역전문가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탓에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심사숙고 끝에 사표를 냈다. 『지금 생각하면 겁이 없었다』는게이계장의 말이다. 본가는 물론 처가에도 회사를 그만 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 길로 창업준비에 나섰다. 내 사업을 한다는 생각에 들떠 사무실을 알아보고 거래선을 개발하는 등 바쁘게 돌아다녔다.그러나 새옹지마라고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곧 이어 터진 외환위기에다 IMF 구제금융신청이야기마저 돌면서 모든게 일시에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시장을 불안하게 여긴 외국거래선측에서 에이전트추진을 아예 취소한 것이다. 그게 직장을그만둔지 불과 한달만의 일이다.멍했다. 장미빛 미래가 한순간에 박살이 난 것이다. 『이럴수록 더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컴퓨터, 무역서적 탐독, 독어일어 등 제2외국어공부 등 자신을 단련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일을 하고싶어도 직장이란 「멍석」이 깔리지않는 실업자의 고통을 확인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을 해야 수입이 생기고 그 돈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는데 일이없으니 나가는 돈 뿐이었다. 그나마 그 동안 쓸 것 줄여가면서 요긴하게 쓰던 약간의 퇴직금과 은행예금도 주머니가 점점 작아졌다.게다가 연말이라 돈 쓸 곳은 많았다. 슬슬 조바심이 나고 애가 타기 시작했다.다시 취직하기로 결심하고 취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면 마다않고 달려갔다. 신문을 보고 이곳저곳 취업정보기관에 문의를 하고면접도 봤다. 그러다가 흥아타이어에 입사한 것이 지난 1월. 흥아타이어는 30여년간 타이어 튜브 등을 생산하며 세계 1백50여개 국가에 수출하는 알짜 중견기업. 특히 지난 87년부터는 골프사업에도뛰어들어 「파맥스」라는 상표의 골프공과 골프용품으로 널리 알려진 회사다.『전에 하던 일인데다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수출입업무를 원했어요.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무역협회의 무역전문가과정을 이수한게 입사에 큰 도움이 된 것같아요. 흥아타이어의 경우특히 아이템이 독특해 매력을 느끼고 정말 입사하고 싶다는 생각이들었어요.』「직종」을 고집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다른 업종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면 그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작용했다.흥아타이어에서 이계장이 하는 일은 유럽지역의 바이어들을 상대로제품을 수출하는 것. 지난 1개월간 이계장이 속한 팀이 올린 실적은 약 4백만달러. 그 가운데 약 1백만달러의 실적이 이계장의 첫수확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3개월간 쉬다가 다시 취직을 하면서 직장을 갖는게 얼마만큼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지, 직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꼈다』는 이계장.지금은 맡은 업무를 마스터하는게 중요하고 회사에 자신이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사업이란 꿈은 조금의 미련도 없이 접었다. 『어떤 직업을 구하기 전에 전문적인 능력이나 자질을 갖추는게 중요하고 노력하고 갖춘만큼 일자리는 많다고 생각한다』는 이계장. 사정이 나아지면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을 공부해 보다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고 싶다는게 새로 생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