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의 모체가 되었던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는 합치기전 정부안팎에서 여러 가지 비판의 대상이었다. 경제기획원에 대한 비판은주로 정부내 다른 부처와 정치권으로부터였다. 예산기능과 기획업무의 속성상 정부내에 기획원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으니,다른 정부 부처에서 보면 귀찮은 시어머니 같은 존재였고, 정치권에서 보면 예산 심의때마다 말을 안듣는 껄끄러운 존재였던 것이다. 특히 기획원의 예산 기능은 경제기획원으로 하여금 정부조직내에서 명실상부한 최강의 실권을 가지도록 하고 기획원장관이 부총리로서 권위를 인정받는 배경이기도 했다.그러나 재무부에 대한 비판은 그 배경이 기획원과는 매우 달랐다.재무부의 막강한 권력은 금융정책과 조세정책이라는 실질적인 정책수단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재무관료들의 보수성, 권위주의, 모피아(MOFIA)라는 말이 생길 정도의 배타적 집단의식이 당시 정부내부는 물론 대부분의 국민이 느끼는 재무부의 문제였던 것이다.따라서 두 부서를 어떻게든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 배경이 무엇이든간에 당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두 부처의 통합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 것이었다.첫째, 작은 정부의 실현이라는 정치적 목표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부처 통합의 실질적 효과는 잉여인원의 정리와 기능의 축소로부터나오는 것이다. 재경원 출범 이후 소위 「인공위성」이라는 미처분잉여인력이 대량 발생했고, 재경원의 기능은 원래 두 부서의 통합이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어 그야말로 책상들만 나란히 가져다놓은 물리적 통합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재경부장관 조정 역할 미지수둘째, 당시 두 부처가 거의 모든 정책사안을 놓고 의견의 대립을보여 경제정책의 효율적인 수립과 집행이 상당히 어려웠다. 특히경제정책의 방향과 조정은 기획원이 담당하지만 실질적인 집행기능이라고 할수 있는 조세, 금융 권한은 재무부가 가지고 있어, 경제정책의 수행이 여러 가지로 원활하지 못했다. 따라서 두 부처를 통합해 버리면 이런 불필요한 마찰과 시간낭비를 줄이고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셋째, 재무관료의 보수성, 배타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기획원의 진취적인 분위기와 합쳐져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이것은 특히 기획원 출신들이 가지고 있던 정서로서 두 부서의 통합을추진했던 당시 주역들이 기획원 출신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그러나 그후 나타난 결과만을 보면, 기대효과 보다는 부작용이 더컸다고 할 수 있다. 두 부처를 합쳐 한 장관의 관할하에 들어가게하면 의견조정이 보다 원활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결과적으로 아예견제 조정 기능을 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총리가 관장하는업무가 너무 많아지게 되니까, 일일이 소관 업무를 다 챙길수가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재경원내 각 국실이 횡적 견제없이 사실상 독자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되었던 것이다. 소관정책에 대한 배타적지배가 과거보다 더 강해진 것이다.또한 재무관료의 배타성과 독선을 기획원의 진취적 기획관료들과접목하여 체질개선을 기대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그나마 진취적이었던 기획원관료들을 재무관료화하고 말았다. 정부규제나 이권사업과무관하게 지내오던 기획원 관료들에게 금융규제와 같은 실권은 너무나 달콤했는지 모른다. 재무관료의 체질개선이라는 기대효과보다기획원 관료의 재무관료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이런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으로 새정부는 재경원 기능을 세개로 분할하여 예산기능은 예산기획처로, 금융규제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로 보내고, 재경부장관이 수석장관이 됨으로써 정책조정기능은 재경부가 담당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권이 없는 장관급의 재경부장관이 과연 정책조정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는매우 의문시된다. 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되어야 한다는 근거가 되었던 부처간 할거주의가 3년만에 더 악화된 상태로 되돌아 오는 것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만들어진 재경원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가공할 위력을 지닌 막강한 경제정책 기구였다고할수 있다. 그만큼 추진력과 용도가 컸던 최고급 정예무기였고, 사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재경원이라는 막강한 신무기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여러가지 해묵은 난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신무기를 손에 쥐어 주었는데도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오히려 지금 이런 경제난국을 초래하였으니과연 그것이 재경원 사람들만의 책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