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엔지니어링(회장 윤청목)은 이름은 생소하지만 전자부품 및 자동차부품업계에서는 국내 최고의 업체로 꼽힌다. 기술력이 탄탄한데다 규모 면에서도 대기업 못지않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중소기업이지만 소프트웨어에서는 대기업 뺨치는 셈이다. 주요제품은 VCRDECK 및 각종 전자부품, 전자제품, 소형 모터류, 자동차 전장부품,정보통신단말기와 통신관련제품 등으로 지난 79년 설립됐고 임직원은 6백여명쯤 된다.제일엔지니어링은 지난해 7백72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전반적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96년의 5백62억원에 비해 거의 30% 가까이 늘었다. 내수가 꾸준했던데다 수출에서도 호조를 보여 좋은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듯 더 많은 실적을 올릴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준비했던것은 많았지만 경영 전략상 올해로 신제품 출하를 미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선도 그 어느 때에 비해 많이 확보했다.제일엔지니어링은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액에서 6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굴지의 그룹인 삼성이나 LG, 대우 등의 자동차 전자 관련계열사와도 거래를 활발히 하고 있지만 그 보다는 미국 UTA사라든가 EATON, PRINCE, LOWELL사 등과의 비중이 더 높다. 이미 창립 8년만인 지난 87년 5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했을 정도로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다. 지난해는 약 3천2백만달러 가량을 수출했고올해는 이보다 70% 가까이 늘어난 5천5백만달러를 목표치로 잡아놓고 있다.재무상태도 아주 건전하다. 지난해 자금난이 심화되어 대기업들이줄줄이 도산할 때도 끄떡없이 버텨냈다. 96년 기준으로 부채율이 1백12%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보다 월등히 낮은 수치이고 업종평균인 1백70%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한눈 팔지 않고 전문분야만을 고집해온 덕분이다. 기업들이 흔히덩치가 커지기 시작하면 부동산이나 유통 등 다른 분야에 관심을갖는 것과는 달리 한우물을 파고 있는 것이다.◆ 노사분규로 홍역 치른적 없어제일엔지니어링을 부품업계에서 국내 최정상으로 키운 공로자는 단연 오너인 윤회장이다. 샐러리맨 출신인 윤회장은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79년 인천 주안에 자그마한 시계부품공장을 설립하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83년 비디오부품생산을 개시하면서본격적으로 전자부품 분야에 몸을 담았고 86년에는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 손을 댔다. 무리를 하지 않고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하나하나 늘려나갔다.앞서 잠깐 설명했지만 제일엔지니어링은 초기부터 수출에 심혈을쏟아왔다. 수요가 있을 만한 곳이면 세계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그렇다고 의욕만 앞섰던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품질이 뒷받침되었기에 유리한 입장에서 상담을 하고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전체 제품의 불량률이 30ppm(1백만개의 제품 가운데 불량품이 30개라는 의미)이라는 거의 완벽한 제품이 큰 힘이 됐다. 보통 선진국에서도 100ppm만 되어도 아주 우수한 것으로 인정한다. 물론 이런배경에는 윤회장이 항상 기술과 품질을 강조한 것과 깊은 관련이깊다. 그는 창업 이후 줄곧 대기업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강조했다. 미국과 네덜란드의 자동차협회 등으로부터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만 수여하는 품질인증서를 받은 것도 이와 같은노력의 결실로 볼수 있다.윤회장이 강조하는 것 가운데 또 하나는 정직이다. 지난 94년과 95년 2년 연속으로 경실련이 주는 경제정의기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다. 그는 사내에서 사원들에게 늘 신용과 성실성을 실천하라고 주문한다.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면 그것으로기업은 생명이 다한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국내의대기업이나 외국 업체들과 거래할 때 납기를 준수하지 않거나 신용이 없으면 거래관계가 결코 오래갈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제일엔지니어링은 분명 대기업에 비해 근무조건이나 급여수준 면에서 약간 처지는 상태다. 하지만 그간 한번도 노사분규로 홍역을 치른 적이 없다. 항상 노사간에 원만한 타협을 통해 일을 처리해왔다. 경영진이 앞장서서 모든 경영상태를공개하고 사원들은 이를 전적으로 믿는 까닭이다. 주변에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괜찮은 직장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제일엔지니어링은 올해를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호기로 보고있다. 외국의 거래업체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주문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한 폭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을비롯한 해외의 지사를 활용해 시장을 적극 개척, 수출물량을 늘릴방침이다. 여기에다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시장을 겨냥해 건설한중국의 천진공장도 수출전진기지로 최대한 이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그러나 여기에는 하나의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수출을 극대화할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으나 국내의 여건이 다소 유동적이라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자금문제는 경영진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고 그가운데서도 보증부분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종금사가 보증을 서줘 쉽게 해결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종금사들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신규대출이 어려워진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대출금에 대해서도 은행들이 종금사들이 예전에 서준 보증 대신 다른 담보를 요구하고 있어 고민에 빠져있다.회사의 한 관계자는 가급적 신용대출 비중을 늘리고 신용보증기금등이 나서서 보증을 대신 서줄 수 있는 조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