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군대 제대 후 취업문제로 고민하던 최모씨(22). 대전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대던 그는 서울의 호텔에 취직할 수 있다는고등학교 친구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에올라와 친구를 따라 최씨가 찾아간 곳은 호텔이 아닌 강남의 한 다단계판매회사. 그냥 얘기나 한번 들어 보라는 말에 교육장에 들어간 최씨는 『5백만원만 투자해 자석요를 팔면 6개월안에 월 1천만원 정도를 벌수 있다』는 강사의 말에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자기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너도 나도 회원 가입서를 내는 것을 본최씨는 결심을 굳히고 대전의 부모에겐 서울에서 방을 얻는다고 속여 5백만원을 마련, 회사에 일단 넣었다.하지만 2백50만원짜리 자석요를 들고 두달동안 이곳 저곳에 팔러다녔지만 강사의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물건을 못팔면 사람이라도데려오라는 상위 판매원의 압박에 못이겨 친구는 물론 사촌동생에게까지 거짓말을 해 끌어 들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까지 해야 하는데 대해 죄책감을 느낀 최씨는 회사를 그만두려 마음 먹었다. 회사에 찾아가 팔다 남은 자석요를 넘기고 돈을 돌려 달라고요구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상위 판매원의 수당을 제외하고 2백50만원만 환불해줄 수 있다고 했다. 무슨 계약서나 각서를 쓴 것도없어 최씨는 더 이상 회사측에 전액 환불을 요구할 수 없었다. 결국 최씨는 돈 잃고 주변 친구나 친척들에게까지 피해를 준 몹쓸 사람으로 낙인 찍혀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다.최씨의 경우는 다단계회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피라미드 판매를 일삼는 악덕 회사로부터 피해를 입는 전형적인 사례다. △물품대금명목으로 수백만원의 가입비를 받고 비싼 물건들을 떠안긴다. △못판 물건을 제대로 환불해 주지도 않는다. △수당을 받으려면 주변사람들을 속여서라도 데려 오라고 강요한다. 최씨는 바로 이런 불법 피라미드 판매조직의 검은 그물망에 걸려든 수많은 피해자중 가장 평균적인 사람에 속한다.실제로 YMCA 시민중계실이 지난해 1~8월중 접수된 다단계 관련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의 71%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며역시 70% 정도가 3백만원 이상의 많은 돈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개의 불법 피라미드 회사들이 사회경험이적어 꼬임에 쉽게 넘어오는 20대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값싼 생필품보다는 자석요 금장목걸이 등 고가의 사치성 제품을 떠넘기는 수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71%가 20대 초반그래서 피라미드 피해자들의 피해유형도 비슷비슷하다. 우선 가입단계에서부터 다단계 업체임을 알리고 권유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령 알릴 경우도 행정기관에 등록돼 있으니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단체 등엔 『관공서에 등록돼 있다고 해서믿었는데 피해를 봤다』는 고발전화가 걸려오기 일쑤다. 보통 2~3일간의 교육단계에선 주변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또 성공사례를 통해 피라미드 판매에 대한 환상을 품게 한 뒤 주변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서도 좋은것이라며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유도한다.이런 과정을 거쳐 실제로 돈을 날리는 것은 직접 판매활동에 들어가면서 부터다. 당초 가입 때 설명과는 달리 매출을 올리지 못한판매원들에게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남의이름의 허위계좌를 만들어 일단 자기 돈을 먼저 넣고 매출을 올린것처럼 꾸미도록 하는게 거의 막바지 단계다. 이 정도까지 가면 일단 회사에 집어 넣은 돈은 절반이상 못찾는다고 보면 된다.작년 초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H산업이란 다단계판매회사에 들어갔던 서모씨(32)가 그렇게 당한 경우다. 처음엔 3백만원 어치의물건을 구입해 팔다가 사람을 소개하지 못하자 상위 판매원이 『우선 가지고 있는 돈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먼저 넣고 나중에 사람을데려 오면 된다』고 귀띔해줘 1천2백만원을 허위계좌에 넣었다가낭패를 봤다. 그후에도 사람을 소개하지 못해 반품을 요구하자 40%인 5백만원밖에 환불을 해주지 않았다. 이밖에도 지방에서 올라온사람들에게는 합숙을 요구한 뒤 나중에 방세나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내는게 보통이어서 피라미드 피해자들의 피해금액은 더욱커지게 마련이다.YMCA 시민중계실의 정미현씨(28)는 『작년까지만 해도 피라미드 판매관련 피해고발이 한달평균 12~13건 정도였지만 올들어선 월평균20건 정도로 벌써 40여건이 접수됐다』며 『실업자들이 늘어나면서피라미드 회사의 허황된 유혹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