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에 팔려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의외로많다. 지난해 이후 부도기업이 급증한데다 아직 쓰러지지는 않았더라도 경영악화 타개를 위한 구조재편 차원에서 손발을 잘라내려는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일부 대기업 그룹들은 새정부 출범후 핵심 주력사업을 제외하고는 꽤 건실한 계열사나 사업부문도 경쟁적으로 M&A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있다.실제로 국내 M&A전문 중개회사들엔 요즘 30대그룹 계열사를 포함해많게는 1백여건에서 적게는 수십건씩의 매각의뢰 기업물건들이 접수돼 있다.전문가들은 『M&A 자체가 대부분 극비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정확한매물규모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30대 그룹 모두가 많건 적건 간에계열사나 부동산을 외국기업에 팔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M&A의 범위를 외자유치까지 확대하면 국내상장회사중 초우량 기업을 제외한 3분의 2 정도가 M&A니즈를 갖고있다』(이황상 대우증권 M&A팀장)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최근엔절차가 까다로워 성사가 어려운 주식양수도 방식의 M&A 대신 상대적으로 손쉬운 자산매각 방식의 M&A가 주목받으면서 매물들은 더욱늘어날 것으로 보인다.현재 30대 그룹중 거의 반 공개적으로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기아 한라 대상 등 7~8개 그룹에 달한다. 기아그룹의 경우대표적으로 아시아자동차를 외국기업에 매각키로 하고 여러가지 방안을 적극 모색중이다. 인수 후보로는 세계적인 상용차 업체이며아시아자동차의 기술제휴선이기도 한 스웨덴의 스카니아사가 거명되고 있다. 이미 스카니아측과 부채문제를 포함한 인수조건 등에대해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스카니아는 작년부터 아시아자동차의 매입을 위해 기아와 접촉했으나 기아그룹 전체의 처리방향이 확정되지 않아 협상을 중단했던 기업이다.◆ ‘상장사 2/3, M&A 필요성 있어’지난해말 부도를 낸 한라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중공업과 만도기계를 포함해 대부분은 계열사를 M&A시장에 내놓았다. 한라그룹은 이미 그룹 구조조정 계획에 한라중공업의 삼호조선소와 만도기계의일부 공장을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시켜 발표했다. 또한라시멘트와 한라제지도 지분매각이나 해외자본 유치를 희망하고있다. 한라중공업 삼호조선소의 경우 노르웨이의 액커스와 싱가포르의 무역발전국(TDB) 등과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만도기계는 브레이크 쇽업소바 스티어링 등 자동차 부품공장 3개를미국 ITT, 영국의 루카스 등과 자본합작을 하거나 그들에게 일괄매각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 전장품공장도 미국 포드사 등의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다. 한라제지는 미국 보워트사를 상대로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대상그룹은 라이신 핵산 등 전체 자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조5천억원 규모의 자산을 해외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재무구조를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회사의 주력이면서도 경쟁력을 갖춘 핵심사업부문을 해외에 매각키로 결단을 내렸다』는 게 대상그룹 관계자의 설명.실제로 사료용 동물성장촉진제인 라이신과 핵산 아스파탐 등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20~25%에 달하는 대상그룹의 알맹이 사업부문이다. 그런만큼 현재 미국의 카길사 등 세계적인 관련업체들이 인수를 위한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 지속되면 매물 더 나올 듯한화그룹도 적자 계열사인 한화에너지를 외국기업에 팔려고 내놓고미국의 텍사코, 프랑스의 토털, 대만의 석유화학업체인 CPD, 이란의 국영석유회사인 NIOC 등과 접촉중이다. 이밖에도 신세계가 프라이스 클럽의 지분을 미국의 코스코사에 파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뉴코아도 서울 본점 등을 팔려고 시장에 던져 놓았다.해태그룹은 해태음료 매각을 위해 미국의 펩시콜라와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효성그룹의 경우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과 효성바스프의 지분을합작파트너인 일본 미쓰비시케미칼과 독일 바스프에 각각 파는 협상을 추진중이다.거평그룹도 최근 한남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자금마련을 위해 대한중석의 핵심인 초경합금 사업부문을 자산매각 방식으로 팔기로 했다. 현재 이스라엘 최대의 공구업체인 이스카와 매각협상을 벌이고있다.이런 30대그룹 계열사 외에도 외국인에게 M&A 손짓을 하고 있는 중견 중소기업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게 M&A 업계의 분석이다.성보경 프론티어M&A 사장은 『지금과 같은 초 고금리 상태가 지속된다면 사업을 포기하고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국내기업중엔 인수여력이 있는 회사가거의 없어 시장에 나온 매물들은 상당수가 외국기업들에 의해 M&A가 성사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