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팔겠다고 내놓은 매물도 많고 사겠다고 나선 원매자도 많다. 그러나 막상 이뤄지는 거래는 많지 않다. 사려는 측과 팔려는측의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팔려고 내놓은 기업들은 껍데기만 남은 부실기업이 많다. 아예 부도난 회사도 있다. 반면 사려는측에서는 사업전망이나 경영상태가 좋은 기업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사고파는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는 까닭이다. 이런불일치를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게 벌처펀드(Vulture Fund)라 불리는 부실기업정리회사다.부실기업정리회사는 자금조성능력과 구조조정능력이 필수적이다.우선 자금조성능력. 아무리 인수대상이 부실하더라도 기업을 인수하는 일인만큼 상당한 자금조달능력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부실기업을 인수해서 정상화한후 매각하기까지 최소한 1년6개월 이상이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운영비용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대개투자위험도는 높지만 수익성이 좋은 정크본드를 발행해 투자재원을조달한다.구조조정능력 역시 부실기업정리회사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아무도사려하지 않는 기업을 사고싶은 기업으로 만드는데는 상당한 수완이 필요하다. 그것도 2년내에 상품성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낼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금을 회수해 재투자할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도 투자이익을 돌려줄 수 있다.◆ 채권·주식 투자가, 매매차익 등 가능부실기업정리회사의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투자자금을 조성해 부실기업을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거쳐 상품성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매각한다. 우선 서류상의 자회사를 만든후 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자금을 조성하고 부실기업을 인수한다. 자금조성방법은 주식을 발행하기도 하고 채권이나 주식을 함께 발행하기도 한다. 은행이나증권 혹은 개인투자자 및 연기금들이 부실기업정리회사가 발행한채권 혹은 주식을 사들이면 투자자금이 조성된다.일단 인수가 이뤄지면 자회사와 합병한후 구조조정과정을 거친다.인원을 정리하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실시해 기업의 자산구조를 개조한다. 기업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사들인 부실기업 2~3개를 합해 하나의 회사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분할해 팔기도 한다. 자산매각 혹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부실기업의 부채를 모두 갚아 재무구조를 개선시킨 뒤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게 포인트다.부실기업정리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나 주식을 산 투자가들은 부실기업 매매차익에서 나오는 이익을 취하거나 기업정상화로 주가가 크게 오를 때 자본이득을 얻을수 있다.부실기업정리회사는 부실기업을 인수할뿐 아니라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이기도 한다. 지난해 말 미국계 벌처펀드들은 국내은행들이안고 있는 부실채권을 원금의 60%에 사들인바 있다. 제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삼미아틀라스 현지법인에 나간 신디케이트론 6천만달러를 원금의 60%에 매입했다. 상업은행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으로부터도 부실채권을 비슷한 조건에 매입했다.지난달 비상경제대책위가 「부실기업정리회사」의 설립을 4월부터전면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혀 국내에도 조만간 부실기업정리회사가등장할 전망이다. 부실기업 정리회사 설치법이 입법화하면 이들 정리회사는 기업 인수양도시 법인세 등을 감면받는 등 각종 조세감면혜택을 받게 된다. 비대위는 외국자본을 포함한 민간자본 위주로부실기업정리회사의 설립을 허용할 방침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중이다.한국M&A의 김동직과장은 그러나 『일반기업들의 채권도 거래되지않는 상황에서 부실기업의 채권을 통해 기업인수자금이 조성되는건불가능하다』며 『부실기업정리회사 안착의 관건은 정부의 자금출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