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올해 1월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부조직을19부 4실 8팀에서 개인고객본부 중소기업본부 대기업본부 국제영업본부 지원본부 기획조정본부 등 6개의 사업본부 아래 15부 6실 3팀으로 바꾸었다. 고객을 개인과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등 3부류로나누어 고객별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은행업의 핵심분야로 부각된 신용리스크 관리부문의 강화였다. 이를 위해 여신심사부를 독립시키는 한편 대출사후관리와개인여신을 담당하는 여신관리부와 개인신용관리실을 강화시켰다.또한 신용대출을 늘리기 위한 기업분석팀을 별도로 설치했다. 이처럼 여신심사 기능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여신심사인력이 확보되고, 그동안 개발해온 여신심사시스템이어느 정도 구축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신심사 중심 조직개편 단행신한은행은 조직개편에 앞서 여신심사 전문가를 육성하는데 주력해왔다. 1년전부터 심사역 전문직제를 도입, 영업점에서 여신심사에관심있는 사람을 뽑은 뒤 이들을 실무부서에서 손을 떼게 하고 여신심사분야 연구에만 전념하도록 배려했다. 또한 1년간 금융연수원이나 씨티뱅크 등 해외금융기관에 보내 위탁교육도 실시했다.신한은행은 인재육성과 함께 완벽한 여신심사시스템 구축을 위해힘써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96년부터 획일적인 여신심사기준인 스코링모델(scoring model)을 폐지하고 전국은행연합회의 주관 아래은행업계 차원의 여신심사시스템을 허용하는 것을 계기로 독자적인모델개발에 본격 나섰다. 지난 97년9월부터는 기업신용평가기관인한국신용정보와 공동으로 개발한 독자적인 여신심사시스템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거래해온 거래처의 특성을 반영한 이 시스템은 「기업체 종합평가 모델」과 「부실화 예측 모델」 등 두 모델이 축을 이루고 있다.「기업체 종합평가 모델」은 일정시점에서 기업에 대한 여신여부를심사하기 위한 여신심사시스템이다. 특히 특정기업에 대한 여신을개시하기 전 해당기업에 대한 적정여부를 가려내는데 사용된다. 이모델은 제조업 4개, 비제조업 4개 등 모두 7개의 업종군에 대한 산업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공업1군은 다양한 설비투자를 요구하는 기술집약적 산업 집단임을 감안, 업력을 반영한 적립금비율과 자본구성 비율인 자기자본비 그리고 이자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을 주요지표항목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재무적인 평가는 여신심사에서 60%의 비중을 차지한다.나머지 40%의 비중을 지닌 비재무적인 평가도 동시에 이뤄진다. 비재무적인 항목은 예전에 비해 더욱 세분화돼 자의적인 평가의 여지를 크게 줄였다. 경영일반 산업요인 환경대응능력 운영의 효율성등 40여가지의 구체적인 비재무적인 항목이 평가된다.또다른 모델인 「부실화 예측 모델」은 부실화가 진행중인 기업 또는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조기에 알아내기 위한 평가 모델이다. 「기업체 평가 모델」이 일정 시점에서의 경영성과와 재무안정성 등을 평가, 기업의 전반적인 신용도를 나타내는 정태적인 분석이라면 이 모델은 부실화의 진행 정도 및 향후 발전 가능성과 같은 동태적인 특성을 반영한다고 할수 있다.◆ 기업부실화 등급매겨 관리이 모델에서는 업종을 제조업과 비제조업으로 나눈다. 이를 다시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한 뒤 4개군으로 분류한다. 각 군은 특성에 따라 판별함수가 마련돼 있는데 동태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을 5단계로 등급을 매기는 형식이다. 여기에는 부실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재무 및 비재무의 이상징후를 유형화한 항목도평가대상이 된다.보통 여신심사는 이러한 여신심사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만여신금액이 클 경우에는 또다른 여신심사과정을 거친다. 동일인당총여신이 30억원 이상인 경우와 신용여신규모 5억원 이상일 경우가여기에 해당된다. 이 경우에는 별도의 「여신심사위원회」를 통해또다시 여신심사를 하는데 여기에는 위원장인 전무를 비롯해 여신담당자들은 물론 신탁증권부장 기업분석팀장 여신관리부장 등 여신관련부서장이 모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선 각부서별로 평가한 분야를 토대로 여신의 가부는 물론 확대 및 축소가 논의된다.신한은행의 여신심사기능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신심사를거쳐 거래를 개시한 후에도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ACS(Auto Call System)로 불리는 사후관리시스템을 이용해 거래중인 기업이나 개인이 도중에 부도가 나거나 연체 등 신용상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사전에 없애고 있다. 이는 신한은행이 출발하던 당초부터 운용해온 시스템으로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업체 평가모델」이나 「부실화예측모델」의 개발과정에서 고객유형별 변별력을 높이는 유용한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윤채현 신한은행 기업분석팀 과장은 『앞으로 기업에 대한 여신심사는 재무적인 요소보다 비재무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특히 경영자의 의식 등 다소 추상적이지만 향후 기업의 발전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사항에 비중이 쏠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IMF시대를 맞아 부동산의 담보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것』이 그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