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미증유의 경제위기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없는 것이 바로 위험(risk)이라는 개념이다. 경제적 위험은 통상상품가격, 금리, 환율 등 가격변수가 예기치 못하게 급변함으로써발생하는 것인데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경제주체의경제행위에는 이러한 위험이 수반된다.기업이 경영전반에 걸친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이러한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허술히 하는 경우 결국 기업은 도산하게 된다. 현재의 외환위기도 따지고 보면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 모두가이러한 위험관리를 소홀히 한 데 그 근본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기업은 과도한 차입경영에 따른 위험을 도외시했고 금융기관도 신용위험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여신을 늘리는 한편 단기외화자금으로 고위험투자를 확대해온 것이다.투자나 소비, 자금조달 등 의사결정에 있어 모든 경제주체가 직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설마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하는 안이한 생각, 그리고 막상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면 이를 어쩔 수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전근대적 사고가 아직까지 경제행위를지배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미 17세기경부터 발달한 확률론을 자산운용에 적용하는 등 위험에 대한 합리적?과학적 접근을 통해 이를 헤지(hedge)하고자 부단히 노력했고, 투자나 자산운용시 위험관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위험의 정도는 사전적 확률분석을 통해 상당정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대책을강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은 막연한 불확실성(uncertainty)과구별된다. 또한 영어의 risk는 「감히 해보다(dare)」라는 의미의옛 이탈리아어 risicare에서 유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험은 선택과 관련된 문제이지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아무리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장래의 위험을완전히 회피할 수는 없다. 이는 금융수단과 금융기법이 급격히 발달?복잡화됨에 따라 위험관리가 제대로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헤지를 위한 파생상품시장 발달이 위험한 투자행위를 부추겨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창출하기 때문이다.마치 자동차 안전벨트제도 시행 이후 이로 인한 과속운전이 조장되어 교통사고 건수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미국의 조사결과가 시사하는 바와 다를 것이 없다. 더 나아가 파생상품은 면도칼과 같아서면도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반대로 자살수단이 될 수 있다는 뉴욕월가의 경구가 반증하듯 파생상품이 투기에 이용될 경우 이에 따른위험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경제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위험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준리(FRB)의장같은 이는 위험의 존재야말로 위험부담도 불사하는 투자자들의 경쟁과 창의적 노력을 통해 시장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갈파할 정도이다.위험에 대한 헤지는 본질적으로 위험이라는 상품이 파생상품시장등에서 자율적으로 거래?이전됨으로써 가능한 것이므로 매매 쌍방의 자기책임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으면 안된다. 당초 예상이빗나가 손실을 보더라도 기꺼이 감수하는 자세가 되어있어야 위험거래시장이 성립?발전할 수 있고 이로써 효율적 위험헤지를 통해금융시장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자기책임의 원칙은 비단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 뿐만 아니고 어느금융시장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예컨대 특정 금융상품의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위험도 그만큼 크기 때문인데 만일상품의 가치가 투자금액보다 크게 떨어지거나 원금을 잃는 경우에도 일차적인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으므로 여하한 경우에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금융선진국의 경우 예금유치경쟁의 결과로 나타난 고수익예금상품 등에 대해 정책당국이 예금전액을 지급보증하지 않는 것도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기책임 원칙을 적용하기위한 것이다.위험 및 위험관리에 관한 문제는 결국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이라는 점에서 시장경제체제 본연의 문제이다. 따라서 개별경제주체의 자기책임 원칙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합리적?과학적접근자세로 풀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