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은행 여신부 중기업 심사1팀의 최성보 팀장. 그는 최근 인천에위치한 절삭공구업체인 신한다이아몬드사에 5억원을 신용으로 지원했다. 시장점유율이 높고 재무구조가 양호했다. 또 기술력이 앞서수출전망도 좋았다. 최팀장은 2명의 팀원과 함께 지원을 결정했다.최팀장은 지난해 9월부터 가동중인 「중기업 스코링시스템」을 활용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시스템은 보람은행이 30억원을들여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공동으로 개발한 첨단금융공학시스템.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를 종합해서 여신제공여부를 판단하게끔기초자료를 제공한다.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모든업체에 대한 재무정보를 담고 있다. 이중에서 자기자본비율 장단기차입금구성비 총자본경상이익률 순금융비용부담률 등 15개 지표를여신용도로 수정했다. 비재무정보로는 △경영진의 회사를 관리하는능력 △업종에 대한 전문성 △임직원들의 근로의욕 등 기업을 방문한 RM팀원의 의견을 최대한 제공한다.보람은행은 이같은 정보를 토대로 기업의 신용도를 4등급으로 분류한다. A등급은 신용여신이 가능한 업체고 B등급은 사업성과 경영진의 경영능력을 검토하여 신용여신을 결정하는 업체다. C와 D등급은가급적 신용여신을 억제하는 수준. 최팀장은 『중기업이 보람은행의 가장 주된 고객이므로 「중기업 스코링시스템」구축을 위해 미국의 맥킨지사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등 과감히 투자했다』며 『국내시중은행의 여신분석시스템중에서 가장 정확한 분석능력을 갖고있다』고 주장했다.「중기업 스코링시스템」과 함께 보람은행이 내세우는 대기업 여신심사시스템은 「KIS-ALARM」. 한국신용평가의 정보네트워크를 활용한 체제다. 개별업체의 재무정보 뿐만 아니라 산업별동향 정치 사회 등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제공한다. 최차장은 『보람은행이 중기업전문은행을 지향하지만 아직까지 전체 여신중 대기업이 60%를 넘는다』며 『대기업들에 대한 여신평가시스템도 조만간 독자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IS-ALARM도 여신결정에 한몫이같은 여신심사인프라를 활용하는 심사조직으로는 RM(Relationship Management)팀, 심사팀 그리고 여신심사위원회 등이 있다. RM팀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에 대한 여신을 최일선에서 결정하는 조직. 대기업을 담당하는 10개팀과 중견기업과 소업체를 취급하는 15개 중기업조직으로 운영된다. 보통 3명이 한팀을 이루며 전원합의제로 여신을 결정한다.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보람은행의 총여신중 30%를 담당하고 있다.RM팀이 결정하기 힘든 거액의 여신을 결정하는 부서가 바로 심사팀. 3개의 대기업심사팀과 4개의 중기업심사팀으로 운영된다. 여기서 전체 여신의 60%가 결정된다. 30억원 이상의 거액여신은 여신심사위원회로 넘어간다. 위원회는 전무를 위원장으로 심사부장 대기업RM책임자 중기업RM책임자로 구성된다. 여기서도 전원합의제로 대출이나 지급보증여부를 결정한다.이러한 절차를 거쳐 제공된 여신에 대한 사후관리도 철저하다. 매월 또는 분기별로 「합계잔액시산표」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매출액과 순익규모 은행차입금상환현황 등을 수시로 보고받는다. 또한은행연합회를 통해 다른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의 전체액수나 연체여부도 파악하고 있다.사업성 검토도 철저하다. 산업전문 심사역제를 도입하고 있다. 전기·전자 정보통신 화학 금융 등 14개업종의 전문가들이 사업성을분석한다. 이들은 개별기업의 사업계획서 뿐만 아니라 업종별 경기전망까지도 파악하고 있다. 국내외 거시경제의 흐름도 예의주시한다. 자신들의 능력으로 파악하기 힘든 분야는 외부전문가에 의뢰한다.보람은행은 이같은 여신심사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양호한 수준의무수익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비율을 기록했다. 지난해무수익여신의 비율은 3.2%이다. 후발은행중에서 하나은행 다음이다. 지남선 RM지원팀장은 『여신심사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능사가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은행의 풍토와 은행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며 『보람은행은 「중기업 스코링시스템」이 객관적인 여신심사기준을 제공함으로써 은행안팎의 외압을 차단할 수 있는 분위기를조성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차응호 보람은행 대리 인터뷰『일주일에 서너업체를 방문해서 현장분위기를 파악합니다. 재무제표로는 파악하기 힘든 경영진에 대한 종업원의 평가, 종업원들의근무의욕 그리고 경영진의 사업에 대한 자신감 등을 분석합니다.』보람은행 강북중기업 RM1팀에 근무하는 차응호 대리(32). 차대리의 주고객은 중구 종로구 은평구 용산구 등에 소재한 종업원 2백명미만의 1백20여개 업체다. 매출은 1백억원 안팎이다. 이들 업체가신청하는 자금이나 지급보증 제공여부를 1차적으로 판단하는게 차대리의 업무이다. 팀장을 포함해서 3명이 근무하는 이 팀에서 2월말현재 1천5백억원의 여신을 제공하고 있다.차대리는 「중기업 스코링시스템」을 통해 재무정보를 파악하고 현장방문을 통해 질적인 측면을 분석한 후 여신을 결정한다. 여신심사인프라의 구축으로 자의적인 판단이 사라지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한다. 종이위에 나타나지 않은 정보를 파악하는게 현장방문의목적이다.차대리는 중소업체는 경영진의 의사와 자질 그리고 기술력 등이 회사명운을 좌우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무자료 거래가 관행이라 이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매출은 적지만 대그룹과 안정적인 거래를 맺고 있을 경우 과감히 자금을 지원한다.지난 92년 입사후 일선지점에서 대부와 외환업무 등을 주로 담당했다. 기업대부에 관심을 느껴 자원해서 RM팀에 합류했다. 차대리는『우량업체가 물건을 납품하고 받은 어음의 부도로 연쇄부도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어음제도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