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정보통신 강득수사장은 주머니에 전자수첩을 갖고 다닌다. 이수첩에 「기라」라는 단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면 회사 임직원의 이름이 나온다. 특정이름을 입력하면 그 사람의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이 뜬다. 또 한번 두드리면 가족사항이 나온다. 예컨대이정환계장의 부인 이름은 이세화 그리고 자녀 이름은 윤태라는 내용이 표시된다. 부인의 생년월일과 결혼기념일, 자녀에 대한 내용도 나타난다. 다시 누르면 이번엔 처가집 전화번호가 나온다. 그는이 전자수첩을 1년 3백65일 갖고 다닌다. 하루에 적어도 한번 이상은 눌러본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맞은 직원에겐 집으로 꽃이나케이크를 보낸다. 그리고 부인에게 축하전화를 걸며 자녀의 소식도묻는다. 부인이 친정에 다니러 갔다는 얘기를 들으면 처가집에 전화를 걸어 같은 내용을 전한다. 외국 출장중에만 부득이 총무과에이 일을 부탁하고 나머지 기간중엔 직접 챙긴다. 사장의 이같은 따뜻한 배려가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성과를 높이는데 어떤 효과를 거두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ISO 9002 등 각종 인증 및 상 휩쓸어경기도 오산에 있는 기라정보통신의 종업원은 3백명. 중소기업치곤그리 작은 회사가 아니지만 강사장은 비서가 없다. 전자수첩에는자신이 직접 내용을 입력한다.그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것은 전자수첩 뿐만이 아니다. 신문기자처럼 노트북컴퓨터도 꼭 갖고 다닌다. 여기엔 수천명의 인적사항이 수록돼 있다. 거래처, 관여하는 단체, 모임의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이 역시 자신이 직접 입력하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다.기라정보통신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장의 치밀하면서도 과학적인 관리에 의해서 비롯된 것이라 할수 있다.다층인쇄회로기판(MLB), 정보통신기기, 반도체테스트장비 등을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와 같은 불황속에서도 매출이 4백25억원으로 96년보다 70%나 신장했다.올 매출목표는 6백억원으로 책정했다가 IMF여파를 감안, 5백50억원으로 낮춰 잡았으며 성장보다는 수익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럼에도 신장률은 30%에 달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강사장이 과학적 관리를 할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 근무때 터득한기법 때문이다. 중앙대와 서울대 대학원(공학전공)을 나온뒤 금성전기 기술연구원으로 입사, 16년동안 몸담으면서 생산기술 품질보증 영업을 거친뒤 영업부장으로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창업을 하게 된다. 직장 생활기간중 그는 메모광이었다. 중요한 내용은 깨알같은 글씨로 수첩에 기록했다. 상사로부터 배워야할 점, 도저히 배워선 안될 점 등을 적었다. 또 후배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업무를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처리할지도 기록했다. 거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도 덧붙였다. 직장생활동안 기록한 내용이 창업할 때 큰 자산이 된 것은 물론이다.인천 송림동에서 직장동료인 안상훈씨(현재 상무)와 여직원 등3명으로 창업을 하면서 인쇄회로기판(PCB)사업에 뛰어든 것도 영업을 하면서 틈새시장을 발견한데 따른 것이다. 대형 PCB업체들은대량오더만 소화할 수 있었다. 따라서 중소 전자업체들은 원하는PCB를 소량 주문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이들 업체의 다품종소량주문을 맡아서 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갖고 있던 부동산을 처분해 1억원의 창업자금을 마련했다. 그의 분석은 적중했다. 중소 전자기업들은 기라정보통신으로 몰렸다. 강사장은 이들에게 고품질의제품을 적기에 납품한다는 방침아래 대기업에 못지 않은 첨단설비로 라인을 깔았다. 모자라는 자금은 벤처캐피털인 한국종합기술금융으로부터 지원를 받았다.90년대초 PCB분야에 기업들의 참여가 줄을 이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다층PCB인 MLB개발에 나서면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첨단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한 강사장은 서울에 박사급을 포함한 16명의 정예인력으로기술연구소를 설립, 연관분야 제품개발에 적극 나선다. 이 연구소를 통해 디지털모뎀 디지털중계기 고속광역페이저 등 정보통신기기를 잇따라 개발했고 반도체테스트장비도 국산화했다. 특히 반도체테스트장비의 일종인 번인보드는 작년 8월 양산에 들어간지 4개월만에 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국산화율도 90%가 넘는다. 이 장비는 반도체의 불량여부를 검사하는 번인테스트장비중 반도체를 담는 기기이다.기술연구소는 「기술의 기라」를 이끌어 나가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강사장은 전자업체는 무엇보다 첨단기술이 중요하다고 판단,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각종 인증과 상도 휩쓸어 ISO 9002인증과 UL마크 획득에 이어 벤처기업상 기협중앙회의 최우수경영자상 상공회의소의 경영혁신대상경기도의 중소기업대상 그리고 올 2월엔 전자산업진흥회로부터98전자산업대상을 받기도 했다. 독자개발이 힘든 첨단제품은 외부에 의뢰, 상품화에 나서는 등 순발력있게 대응한다.현재 이 회사의 매출은 MLB가 절반을 차지하고 정보통신기기가 30%반도체테스트장비가 20%를 점한다.◆ 장애인학교 지원 등 이윤 사회환원 앞장서생산제품의 50%는 수출된다. 지난해 수출액은 2천78만달러. 미국유럽이 주시장이고 일부 제품은 대만등지로 나간다. 올해는 원화절하의 호기를 맞고 있는만큼 수출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강사장은 벤처기업인답게 왕성한 기업가정신과 도전의식으로 뭉쳐있다. 전날 아무리 늦게 취침을 해도 새벽 5시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6시반에 집을 나서 7시반이전에 오산 본사에 도착한다. 클래식광이지만 클래식 음악보다 더 듣기 좋은 소리가 딱 한가지 있다고 한다. 바로 기계소리이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한다. 또 소리만 들어도 기계의 이상유무를 판단할 정도가 됐다. 오전중에 회사일을 처리한 뒤 적어도 5~6군데를돈다. 수원 인천 부천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지방도 수시로 다닌다. 거래처와 관련기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두루 만난다. 일하는게 즐겁고 사람 만나 얘기하는 것을 즐기다보니 피곤한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정력적으로 일할수 있는 것은 어릴때부터태권도로 다져진 다부진 체질에서도 비롯된다. 태권도 5단인 그는대학시절 도장을 차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지금도 불량배몇명정도는 때려눕힐 자신이 있다.그는 사업을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그래도 빠지지 않고일년이면 몇차례 들르는 곳이 있다. 오산 인근의 장애인과 정박아교육기관인 성심학교. 또 고아원인 수원 경동원도 틈틈이 방문한다. 창업초엔 혼자서 불우이웃돕기를 시작했으나 지금은 직원들이자발적으로 호응, 회사내 팀을 결성했고 직원들과 함께 찾는다. 작년말엔 경기도의 중소기업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받은 상금 3백만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쾌척하기도 했다.「우리는 한마음, 모두를 하나로」라는 사훈은 고객감동에 앞서 종업원감동과 이웃감동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