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으로 승부 한다」.IMF로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가격을 떨구거나 동결하면서 소비자들의 손길을 당기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소주 제과 치킨 피자 등 주로 IMF한파가 드센 업종일수록 가격을놓고 경쟁업체들간에 밀고 당기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저가형 신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격이 떨어져야 판매의 일정수준을 유지하거나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지난해 「곰바우」라는 이색적인 이름의 프리미엄급 소주를 출시해주당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보해양조의 경우 곰바우의 값을 출고가기 준으로 6백45원에서 14% 정도인 91원을 떨어뜨렸다. 『일반음식점 기준으로 하면 3천원하던 곰바우 값이 2천원 정도로 내려가진로의 그린소주 등에 비해 1∼2천원이 비쌌던 가격차를 해소한셈』이라는게 최정규 홍보과장의 말이다. 그렇다고 원재료가 싼 것으로 대체되거나 양이 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정가격은 올랐다.그럼에도 값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최과장은 3가지를 들었다. 우선 고급스러웠던 병라벨을 저가로 바꿔 라벨 1개당 8원의 원가절감을 이뤘다. 새로운 공장라인의 가동도 한몫을 했다. 지난해10월말부터 1분당 1천병의 소주를 생산할 수 있는 1천bpm라인이본격가동되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게다가 최근 인건비동결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내실경영추진의 효과도 작용했다.가격인하의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평소 1주일에 2만5천상자 정도팔렸으나 값을 인하하자마자 1만5천상자 정도가 더 늘어나 주당 보통 4만상자가 팔려나갔다. 이런 상태라면 『목표로 세운 월 50만상자 이상의 판매와 시장점유율 15%도 가능하다』는게 영업전략본부1팀 천오성 과장의 말이다. 금액으로는 월 66억원 이상의 매출로보해양조의 월매출액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가격을 낮춘 대신 대량판매로 이익을 노리는 박리다매전략으로 시장에서의경쟁우위를 차지하겠다』는게 천과장의 말이다.◆ 말보로 핸디팩, 인하효과 못봐보해양조가 곰바우의 가격을 인하하면서 선수를 치자 다른 소주업체들도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기존 제품의 가격인하라기 보다는새로운 저가형 소주를 시장에 내놓는 양상이다. 진로는 기존소주의알코올도수 25도에서 2도 낮춘 「순한 진로」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보배소주도 저가형 소주를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밀가루 설탕 유지 등 빵을 만드는 3대 원료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해 가격상승의 압력을 유달리 심하게 받는 제과업체들도 값을 떨구는 쪽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지난 3월18일부터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21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6%정도 인하했다. 앙금빵의 경우 6백원에서 5백원으로 1백원을 내렸으며 1만4천원 하던 2줄짜리 딜럭스롤케익의 경우 2천원이나 값을 인하했다. 이 가운데 소프트식빵 옥수수식빵 등 2개 제품에 대해서는동종업계의 제품은 물론 편의점 소매점 등의 양산 식빵류와 비교해가장 싼값에 판매하는 최저가격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옥수수식빵의 경우 1천8백원에서 1천3백원으로 27.8%나 가격이 떨어졌다. 크라운베이커리 마케팅실 김광용과장은 『주문시스템을 하루 전에서 이틀로 늦춰 과잉생산분과 재고부담을 줄여 물류비용을절감하는 한편 구조조정으로 가격인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매출액도 20%정도 늘었다. 이에 힘입어 『경영정상화를 이루기를 기대하는 경영진의 기대도 크다』는 김과장은 『곧 케익류도가격을 인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보다 앞서 태인-샤니그룹의 (주)파리크라상-파리바케뜨는 잘 팔리는 39종류의 빵에 대해 가격을 동결하기도 했다. 『원료의 평균인상률이 70% 이상이나 돼 40% 이상의 판매가격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생산설비개선과 제품정예화, 물류비용축소 등으로 인상요인을흡수해 가격동결이 가능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가격조정, ‘소비자 가치’에 기준 둬야KFC에서도 IMF로 외식소비가 줄 것이라는 판단아래 저가의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2월에 3종류의 다운(Down)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한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닭고기살과 버거빵의 크기를 늘린 뉴커넬버거를 선보였다. 『다운세트는 기존의 세트메뉴가 각 개별품목들을 합한 값에서 약 7% 정도의 가격할인을 해주던 것에 비해 할인율을 대폭 높인 15∼20%의 가격을 할인했다』는게 두산그룹 홍보실 김승수대리의 설명이다. 1인용 치킨다운세트의 경우 치킨(1조각) 핫윙(2조각) 음료 등을 합친 것으로 20%의 할인율을 적용, 2천7백원에 내놓았다. 2월부터 시판에 들어간 다운세트는 하루에 8천세트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출도 6% 정도 늘었으며KFC의 전체매출액에서 10%대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이밖에 다른 외식업체들의 가격인하도 줄을 잇고 있다. 토니로마스에서는 1월부터 5천3백∼7천5백원대의 「이코노 런치」라는 점심메뉴를 내놓았으며 피자헛에서는 지난 3월1일에 라지사이즈가 9천9백원에 불과한 팝피자를 선보였다. 레귤러피자가 1만7천9백원인데 비하면 절반가격이다.그러나 가격을 인하한다고 해서 반드시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세계최대의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지난 3월1일부터 14개비 말보로 핸디팩을 1천원에서 8백원으로 2백원이나 내렸다. 환율이 인상됐지만 오히려 가격을 내렸음에도 기대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담배광고에 대한 규제가 심해 아직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판매에 따른 이윤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는 디스트리뷰터(소매상)들의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이라는 것이 마케팅팀 김하영 차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핸디팩의 가격인하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필립모리스의담배제품 가운데 핸디팩의 매출액 비중이 낮은데다 핸디팩의 가격인하로 부분적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이미 1천3백원에서 1천4백원으로 값을 올린 20개비 말보로 담배로 전체적인 매출액구성의 균형을맞출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인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한편 불황기에 각 기업들이 가격에 바탕을 둔 마케팅전략을 펼치는것에 대해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서찬주 차장은 『가격조정이 기업으로서 가장 쉽고 반응을 빨리 알 수 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가격구조를 결정해서는 안된다는게 서차장의말이다. 『소비자에게는 심리적으로 내재된 「적정가격」이 있어불황기에는 가격구조에 의해 기업의 흥망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로서는 「소비자의 가치(value)」에 기준을둔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게 서차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