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의 전횡이 본격화 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해 동남아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홍콩 한국에 이어 최근 일본까지 확산된배경에는 미국 일변도로 형성돼 가고 있는 국제경제질서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실제로 90년대 이후 변신한 미국경제는 국제경제 질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한 때 추락 위기에 몰렸던 미국경제는 90년대 들어서부터 혹독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경제재건에 성공해 최근까지 약 7년 이상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물론 미국경기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며 기존의 경기순환론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이제 미국은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 경제 등 모든 면에서전세계를 지배하는 그야말로 「미국 중심의 사회(America-orientedSociety)」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여기에 세계경제 환경면에선 각국의 무역이나 금융 장벽이 무너짐에 따라 인접국 통화간의 연계성이 강화됐다. 자연히 국가간 자금흐름이 촉진됐고 특정국가의 금융위기가 곧바로 인접국으로 확대될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인 자금흐름은 단순히 금융수익만을 노리는 투기자금에 의해 주도됐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의 주공급원이었던 독일은 통독에 따른부담으로, 일본은 복합불황 과정에서, 중동은 유가하락으로 자금을공급하지 못했고 그 자리를 미국의 펀드를 중심으로 한 달러화 투기자금이 대체하게 된 것이다.결국 달러화 투기자금이 금융자산에 몰리게 됐고, 이것이 실물경제의 성장속도보다 빠르게 증대됨에 따라 전세계적인 자산의 거품화를 초래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이 지난해부터 위험수위에 이르자투기자들이 보다 안전한 미국과 유럽채권시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세계 각국이 주가폭락 사태를 맞고 있는 셈이다.특히 아시아 국가가 문제가 된 것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세계경제 질서가 이들 국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요산업에서 선진국들이 이미 경쟁력을 확고히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 세계교역이 확대되면 될수록 그만큼아시아 국가의 국제수지 적자는 악화됐다.게다가 경제개발 초기과정에서 필요한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추진했던 아시아 각국의 인위적 통화가치 고평가 정책은 최근 경제실적악화를 계기로 미국의 펀드들이 중심이된 환투기자들에게 평가절하에 대한 기대심리를 촉발시켰다. 이에 따라 개도국들은 주가폭락과함께 환율급등이라는 이중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과 미국에 유리한 국제경제 환경을 배경으로 달러화 자금들이 전세계를 헤집고 다니면서 금융위기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얘기다.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이다. 현재 일본 등일부 국가들이 안정책을 내놓고는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요인들이 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다, 향후 투자 금융 등 미국이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국제규범이 정립될 것으로 보여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 주요 예측기관들이 이번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성장이향후 2∼3년간 2.5% 내외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은더욱 심각하다.앞으로 금융위기가 계속 진전되고 세계 경제성장 둔화가 심화된다면 현재처럼 미 달러화의 전횡을 야기시킨 WTO를 중심으로 한자유무역질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세계 각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교역장벽을 다시 칠 것이고, 극단적으로미국과 개도국간의 신종속이론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물론 그런 상황까지 가기 전에 세계 각국이 국제금융시장 안정을위해 투기자금 규제나 달러가치 조정 등과 같은 정책협조에 나설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최근처럼 국제관계가 각국의 경제실리에 의해 좌우되고 각종 국제기구와 국제협상이 실질적으로 미국에의해 주도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달러화 전횡을 막기 위한 각국의노력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진전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