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기업 부장 A씨(43)는 퇴직후 한 가스배관 부품업체 사장B씨로부터 이사로 와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처음엔 다소 미심쩍었지만 특별히 할 일이 없던 A씨는 그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정상적인 업무를 시키다가 한달쯤 뒤 B씨는 본색을 드러냈다.유망 신제품 개발 건이 있는데 투자금이 모자라니 함께 합작 투자하자는 권유를 해왔다. 일단 투자만 하면 수배의 이익을 낼수 있다는 B씨의 꾐에 넘어가 A씨는 결국 퇴직금과 저축으로 갖고 있던 돈을 합쳐 모두 2억원을 내놓았다. 그러나 며칠 뒤 B씨는 짐을 챙겨달아나 버렸다.최근 실직자들이 급증하면서 그들의 돈을 노린 신종 취업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민간 소비자 단체및 행정관서엔 이같은 취업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나 문의 전화가하루에도 수십건씩 쇄도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실직으로 멍든가슴에 또 한번 못을 박는 비윤리적 범죄가 실직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는 것. 특히 최근의 취업 사기는 주로 퇴직임원이나 중견간부들의 거액 퇴직금을 노리는 것으로 수법도 다양하고 교묘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허위 과대 취업광고를 내 일단 사람들을 모은 후 피라미드 판매나 강제 영업을 시키는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횡행하고 있는 취업 사기유형을 사례별로 살펴본다.●유령회사로 퇴직금 빼앗기작년말 대기업 영업이사에서 명예퇴직한 Y씨(51). 위로금을 포함해받은 퇴직금 1억8천여만원을 갖고 사업구상을 하던 Y씨는 우연히생활정보지에서 「경험있는 전문 경영인을 구함」이란 광고를 보고K토건이란 회사를 찾아갔다. 이 회사의 오너 겸 사장이라고 자기를소개한 김모씨(45)는 Y씨에게 대뜸 회사의 회장직을 맡아 달라고권유했다. 『대기업에 근무한 경험도 있고 발도 넓을 테니 회사 경영을 도와주면 월 3백만원 정도의 보수를 주겠다』며 적극적인 제의를 해왔다. 며칠 고민 끝에 그 회사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Y씨는그러나 한달 후에 날벼락을 맞았다. 김사장이 Y씨의 신용과 담보를이용해 어음과 수표를 남발한 상태에서 회사는 부도가 났고 Y씨는결국 퇴직금은 물론 집까지 날리게 됐다. Y씨가 더 황당했던 것은K토건이란 회사 자체가 아무런 사업성과도 없는 유령회사로 김모씨는 전문 사기범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관리직인줄 알았는데 피라미드 조직올초 정리해고로 회사에서 퇴직한 L씨(31)는 생활정보지에 나온 「관리직 구함」이란 광고를 보고 OO인터내셔널이란 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CD를 수입해 판매한다는 이 회사는 L씨에게 마침 관리직자리는 모두 찼기 때문에 기왕이면 더 수입이 많은 영업직을 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설득했다. 일당 5천원에 월 2백만원 이상 어치만 팔면 판매대금의 50%를 수당으로 준다며 집요하게 권유했다. 일부 영업직 사원들은 CD판매로 월 3백만∼5백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선배 영업사원을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3일간의 기본영업교육을 받기 시작한 L씨는 이 회사가 피라미드 판매회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다. 그러나 일단 영업을 시작한 L씨는 일당도고정이 아니며 일정액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사람을 끌어오지도못하면 판매사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회사를그만뒀다.●취업 미끼로 소개료 등 가로채대학 졸업후 취업이 안돼 집에서 놀고 있던 C씨는 고교 선배라며『모 회사 인사담당자인데 연봉 1천5백만원 이상 받을 수 있는 회사에 추천해 줄테니 한번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약속을 정해만난 선배라는 사람은 전산학원에 등록을 해야 추천할 수 있다고했다. C씨는 별 의심없이 수강료 1백3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소개비 명목으로 50만원을 선배에게 건넸다. 그러나 C씨가 소개받은 회사는 연봉 7백만원도 안되는 소기업이었다. 회사가 맘에 안들어 나오겠다며 선배를 찾았으나 연락처가 바뀌어 만날 수가 없었다. 전산학원에서도 수강료를 돌려줄 수 없다고 나와 C씨는 결국1백80만원만 날리고 말았다.●취업 빌미로 한 여권사기지난해 회사가 부도 나 집에서 쉬고 있던 P씨(52)는 최근 생활정보지에서 무역업체로 위장된 D실업의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원사를 냈다. P씨는 일주일 뒤 합격통보와 함께 「해외출장이 많으니 주민등록증과 사진 등 여권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가져오라」는 연락을받았다. 그러나 관련서류를 모두 제출한 뒤에도 출근하라는 연락이없어 다시 회사를 찾아가 보니 회사 문은 닫혀 있었다. 경찰에 신고해 알아본 결과 D실업은 유령회사였고 P씨의 여권은 위조돼 이미중국에서 7백만원에 팔린 것을 알았다. P씨는 결국 국제여권위조및 밀입국 알선 조직과 연계된 사기꾼에게 당한 셈이었다.●과장 선전한 창업사기명예퇴직한 S씨(44)는 신문에 난 OO학습지 업체 대리점 모집 광고를 보고 퇴직금을 투자해 보려고 전화로 문의를 했다. 대리점 보증금으로 5백만원, 초기 상품비 2백50만원만 계약하면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말에 투자를 결정했다. 그 학습지 업체는 유명대학 교수의추천서 등을 내보이며 S씨를 안심시켰지만 한달후 본사는 부도를내고 말았다. 그 바람에 S씨는 상품반환은 고사하고 보증금까지 모두 잃게 됐다. 광고에 나온 대학교수에게 항의전화를 했지만 『이름만 빌려준 것일 뿐』이란 대답만 들었다.◆ 취업 사기 안 당하려면소비자 단체와 관계기관들은 취업 사기 등에 넘어가지 않으려면1차적으로 구직자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과대 과장 광고에 솔깃하지 말고 취업하려는 회사의사업자등록증 등을 반드시 확인하는 신중함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직자들의 사기 예방법을 소개한다.●「일확천금」 광고는 일단 의심해야: 「적은 가입비로 월 수백만원을 벌수 있다」는 과대광고를 내는 회사는 불법 피라미드 판매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회사는 대개 학력 나이 성별 등을 따지지 않는다고 광고 한다. 그러나 수십만원의 가입비만 떼먹는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 상호도 XX라이프, OO인터내셔널 등으로 외국회사의 자회사인 것처럼 꾸미지만 실제는 등록조차 되지 않은 회사가비일비재하다.●경험을 산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회사도 조심: 기업체 간부로 있다가 퇴직한 사람들에게 흔히 쓰는 수법이다. 임원이나 사장으로모시겠다며 투자나 합작을 권유한 뒤 돈을 챙겨 달아나는 유령회사케이스. 이런 회사의 주주나 임원으로 등재되면 사실상 공범관계가성립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입사할 땐 정상적인 회사인지 상업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명예퇴직자나 정리해고자들의 명단과 개인정보를 입수해 허위로 학연과 지연을 동원하는 치밀한 전문 사기단도 많다.●귀농때 재배품목의 선정도 신중해야: 실업사태로 농촌으로 돌아가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목돈을 노리는 사기업자들도 적지않다. 대개 OO농업개발, OO재배연구원 등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중국 등지에서 값싸게 들여온 특용작물 종자나 가축새끼를 비싼 값에팔고 도망가는 경우다. 「실패율 0%, 전국 어디서나 재배 가능」등 과장광고를 내는게 대부분. 그러나 사실은 재배나 사육이 매우까다롭고 판로도 막힌 경우가 많다. 종자불량 등 때문에 피해를 입어도 업자들이 발뺌하면 보상 받을 길이 없다.■ 취업사기 고발 및 상담창구한국소비자보호원(080-220-2222, 02-3460-3000)한국법률구조공단(국번없이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