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문제가 우리사회의 최대이슈로 등장한지는 오래다. 「명예퇴직이라는 명퇴,황당하게 잘렸다는 황퇴」와 같은 유행어는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지난 2월 정리해고제가 법제화되면서 요새는 「정리해고」로 인한 대량실업 사태에 사회 전체가 짓눌려 있는 형국이다.정리해고제 도입 이후 그동안 기업들은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느라 실시를 미뤄왔으나 이제는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그러나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이나 일감나누기를 통해 최소한 정리해고는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고 민주노총은 아예 정리해고제의 철회를 주장하는 대립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원칙적으로 정리해고는 불가피하지만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정부의 공식통계로는 지난 2월말현재 실업자가 1백23만5천명으로실업률은 5.9%. 그러나 실업인구는 이미 1백50만명을 넘어섰고 2백만명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일반적이고 보면 정부의 딱한 처지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외국인투자가 늘고, 기업의 구조조정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도입된 정리해고제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은 최소한 논리상으로는 모순된다. 물론 정리해고 이전에 법에 정해진 해고 회피노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를 따져보면 논란의 여지가 없는것은 아니다.우리가 흔히 정리해고제라고 부르는 것은 법정용어가 아니다.정리해고의 근거는 근로기준법에 정해져 있는데 여기에서는『경영상의이유에 의한 고용조정』이라고 돼있다. 좀더 부연하면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나 휴직, 정직, 감봉등을 할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때는 이를 허용한다는 예외적용 조항을 새로 만들어 놓은것이다.여기에서 경영상의 이유란 △계속되는 경영악화에 의한 경영위기 △경영악화로 인한 일부사업 폐지 △신기술도입,기술혁신등에 의한 작업형태의 변경 △경영악화로 인한 사업의 양도 인수합병등의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요즈음 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모두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수 있다.그러나 사용자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생기더라도 사전에 적극적인 해고회피 노력을 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해고회피노력이란 △잔업축소 동시휴가 근로시간감축 등을 통한 인건비 절감 △신규채용의 금지 △임시직 재계약 정지 △배치전환 사외파견 명예퇴직제 실시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또 해고대상자의 선정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며,특히해고일 60일전까지 당해 사업장의 노동조합과 근로자에게 문서 또는 기타 방법으로 그 사실을 알려야하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그같은 해고회피노력의 내용과 절차,대상자 선정 등에관해 노조와 성실한 협의를 거치도록 의무화시키고 있다.다만 「합의」가 아니라 「협의」이기 때문에 노조의 주장을 반드시 수용할 필요는 없다. 또 최종적으로 정리해고를 할 때는 해고30일전에 노동부에 사전신고를 해야한다. 노동부는 이를 근거로 행정지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사실 그같은 정상적인 정리해고 절차를 거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아니다. 그래서 부당해고 논란이 많이 일어나고 사용자와 노동자간의 마찰도 생기게 마련이다. 만약 근로자가 사용자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거나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낼수 있다. 또 사용자는 2년이내에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할 때는 정리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고용하도록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것도 의무사항은 아니다.어느때보다 노사간 상호의견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타협을 통해 난국을 함께 풀어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