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사흘째 급락, 종합주가지수 3백80선이 무너지면서 올들어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지난 5월6일. 이날 고합과 효성티앤씨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고합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고합우선주와 계열사인 고합물산도 상한가로 올랐다. 동양철관도 가격제한폭까지 상승, 1천2백20원에 마감됐다. 또한 대우 효성그룹주들은 낙폭이 작거나 오히려 소폭 올랐다. 반면 삼성 현대등 대부분의그룹주들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이날 증시침체는 수급불균형과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등 기존 악재가 증시를 짓누른데다 인도네시아 소요사태로 아시아증시가 폭락한것이 큰 이유가 됐지만 국내기업의 영업실적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결과도 크게 작용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볼 때 상장사 영업실적이 이미 발표된 결산실적보다 더욱 악화된 것으로 드러난것. 예전과는 달리 증시가 연결실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그렇다면 연결재무제표가 어떻게 작성되는지 알아보자. 연결재무제표란 한 회사의 재무상황이나 경영상황을 나타내는 재무제표를 1개회사 차원에서 끝내지 않고 계열사끼리 통합해 작성한 재무제표이다. 연결재무제표의 작성범위로는 지분을 50% 초과하여 가지고 있거나 30%를 초과하면서 최대주주이거나,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회사가 합하여 50%를 초과하거나 30%를 초과하면서 최대주주인 경우이다. 특수관계자와 거래가 빈번한 경우 개별기업의 재무제표보다 연결재무제표를 봐야 기업의 「속사정」을 알수 있다는 얘기다.연결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을 계산해 보자. 일반적으로 지배기업의 순이익에 종속회사의 순이익중 지배회사의 지분만큼을 가산한것이 연결당기순이익이다. 예를 들어 지배회사 A기업이 종속회사B기업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는 경우 B기업이 1백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 이중 70%의 외부주주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30% 즉30억원이 지배회사의 당기순이익에 가산되어 연결 당기순이익이계산된다.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는 5월5일 이같은 연결재무제표 방식을 이용해 12월 결산 2백76개 상장사의 97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발표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상장사들의 당기순손실은재무제표 연결전 기준으로 4조6백15억원이었으나 연결후에는8조2백45억원으로 무려 97.58%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분석대상 2백67개 상장사를 총종속회사 1천47개사와 연결한 점을감안할 때 대상회사들이 평균적으로 5.1개의 종속회사를 거느린 것으로 보인다. 연결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총2백3사(73.6%)였으며 이중 54개사(19.6%)는 연결전 개별실적으로는당기순이익이 발생했으나 연결후 적자전환했다. 반면에 연결당기순이익이 증가한 업체는 71개사(25.7%)로 나타나 전체적으로는 실적악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적자였던 회사가 연결후 당기순이익이 증가(순손실 감소)한 곳은 동국제강을 비롯해 대우 SK 효성 고합 신호 등 6개사에 불과했다. 특히 30대 그룹 92개 주력기업의 지난해 적자는 개별재무제표상 5천95억원에서 연결후 3조5천8백47억원으로 7배나 증가했다. 4대그룹 중에는 일찍 세계경영을 펼쳤던 대우만 연결후 흑자를 냈다. 대우는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이 연결후 2천2백97억원으로 1백89억원이 늘었다. 대우 대우전자 등 세계화에 앞선 기업들의 연결후 이익이 큰폭으로 늘었다.이처럼 연결재무제표상의 영업실적이 악화된 것은 대기업들이 종속회사와의 내부거래로 이익을 과다하게 산정했거나 대기업자회사들이 경기침체로 부실해지자 모기업에 손실로 되돌아왔기 때문으로분석된다. 특히 대그룹들은 해외현지법인들의 적자발생으로 손실이더욱 심화된데다 국내 종속회사들이 외환관련손실을 포함하여 영업외비용이 큰폭 증가했기 때문이다.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국내 반도체 3사의 경우 모두 해외현지법인의 대규모 적자로 실적악화가 심화되었다. 삼성전자는 지분율 75.8%의 AST가 3천3백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맥스터(지분율100%)와 제니스(지분율 39%)가 각각 1천5백53억원, 2천8백45억원의적자를 기록했다.97년 결산실적의 발표로 이미 주가재편이 이루어진 상장업체들이연결실적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주가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과거에는 단독실적에 익숙했던 국내 시장참여자들의 기존 투자패턴 지속으로 연결실적의 주가영향도가 낮았으나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연결재무제표가 대상업체의 경영상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외국인들의 투자영향도가 확대된 현증시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과거보다는 높은 주가영향도가 예상된다. 이에따라 연결후 상대적으로 개별실적대비 연결실적의 변동폭이 큰 업체들은 기관투자가중심의 중장기 포트폴리오 재편과정에서 주가변동을 겪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