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아시아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심각한 경제난에 격렬한 반정부시위까지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혼돈상태로 빠져들고 있어서다.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가초래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수마트라섬 메단시에서 반정부시위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7일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만루피아대가 무너지기도 했다.이같은 폭락사태는 지난 1월 인도네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개혁방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을때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다. 이날 말레이시아 링기트 필리핀 페소태국 바트는 물론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싱가포르 달러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졌던 홍콩달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상황이 이쯤되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인 세르티피카트뱅크 인도네시아(SB1)금리를 4~12%포인트 올리면서 진화에 나섰다.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 환율 안정을 도모하자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일부에서 이번금리인상으로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오히려 우량기업들까지경영난에 직면해 대규모 부도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진퇴양난에 빠진 인도네시아 경제의 오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연말께 인플레는 80% 에 달할 전망이런 가운데 인플레율이 지난해 10%에서 80%로 급상승할 것이라는전망이 나와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인도네시아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스리 물리아니 인드라와티 교수는 『메단시 사태를 촉발시킨 유류보조금 폐지로 인한 기름값 상승과 루피아 가치하락 그리고수출감소 등으로 올연말께 인플레율이 8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IMF의 당초 전망치보다 두배나 높은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8일부터 도쿄에서 시작된 인도네시아 민간부문 외채 8백억달러의 구조조정을 위한 국제협상도 불투명하다.시장관계자들은 그러나 무엇보다 최대 관건은 인도네시아 정국의향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아시아 경제의 회복 및 안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도네시아 증권회사인 바하나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인 안드레 시타는 『8일 시위사태가 다소 수그러들면서 아시아 통화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으나 이는 반짝 장세에 불과하다』며 『수많은 변수 때문에 밑그림은 여전히 어둡기만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국상황이 쉽게 반전되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외환위기이후 물가폭등 대량실업 등 「먹고 사는 문제」에서처음 출발한 시위가 지난 3월10일 수하르토 대통령의 7선 연임 성공으로 지식인 대학생까지 가담해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으로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위의 주력인 대학생들은경제발전을 볼모로 지난 32년간의 독재·부패정권에 더이상 희생당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수하르토의 자녀와측근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석유 항공 자동차 통신 등 각종 국가기간산업을 독차지하는 등 부정부패를 일삼고 있어 이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수하르토 대통령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수하르토는 지난 1일2003년까지인 자신의 임기중에는 정치개혁을 할 뜻이 전혀 없다는강경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9일에는 이집트에서 열린 개발도상국들의 G15그룹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해외나들이까지 나서는 여유를보이기도 했다. 쉽사리 물러나진 않겠다는 의지이다.아시아는 물론 전세계는 지금 인도네시아발(發) 제2의 외환대란이 과연 올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인도네시아 정국이그 열쇠를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