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원사(주로 레이온)를 수입해 국내업체에 공급하는 무역업체 (주)선우코퍼레이션의 무역부에 근무하는 김태훈씨. 요즘 실직당해 놀고있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갑갑하다.『언론에서 모두들 하향재취업을 하라고 하는데 불만이 많아요. 기껏해야 양말공장이야기만 하고…. 』 김씨의 이야기는 계속된다.『하향재취업을 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종을 선택하거나 자신이 가꾸고 싶은 미래를 대비해 재취업을결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언론도 그렇고요.』이런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씨는 지난 97년 군에서 전역한 후 D증권에 입사, 서소문지점에서 객장영업사원으로 4개월 정도근무하다가 지난 1월말께 퇴직했다. 수습기간을 끝내고 영업을 좀해볼만하니까 회사가 문을 닫은 것이다. 쉬면서 『무엇을 해야 할것인가로 많이 고민했다』고. 그러나 기준이 있어 선택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나중에 자기사업을 해보겠다는 기준을 갖고보니 무역업이 가장와 닿았어요.』 막상 생각에 맞춰 취업할 무역업체를 알아보았으나마땅찮았다. 2개월가량 쉬다보니 조바심도 슬슬 났다. 그러던 차에우연히 한경인재뱅크의 행사소식을 듣고 달랑 자기소개서 하나 들고 한국경제신문사의 행사장을 찾았다. 그게 지난 3월 9일. 마침현장면접을 나왔던 선우측 관계자와 즉석에서 면접이 이뤄졌다. 패딩파카를 걸친 평상복차림으로 면접을 보자니 자신이 없었다. 선우측에서도 증권사 객장에서 고객을 맞아 영업을 하던 사람이 고객을찾아서 먼저 영업을 할 수 있는지, 전직장보다 적은 봉급인데 괜찮은지 등으로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영업이라면 어딜 가서 누굴 만나든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남이 알아주던 증권사에서 무명의 무역업체로 재취업을 한데다 월급도 절반 가까이 깎였고, 새벽 6시에 상계동의 집을 나와 밤늦게처진 몸으로 귀가하는 일상이지만 『지금 무엇인가 배우고 해보겠다는 의욕으로 오히려 힘이 난다』며 웃는 김씨. 『(자신이)꿈꾸던미래에 한발 다가 선 것』이라고 지금의 자신을 설명한다. 돈이나경험도 없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는 경험이라도 착실히 쌓고 적은 돈이라도 모을 수 있다면 그것은 하향재취업이 아니라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것이다. 그 꿈이 있어 지금이 즐겁고 웃음이나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