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올들어 1월부터 4월까지 수출(통관기준)은 4백45억달러.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8.2% 늘었다. 그러나 이중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한 금 수출을 제외하면 실제 수출증가율은2.9%에 그친다는 게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환율이 작년에 비해 최고 2배 가까이 올라갔는데도 수출은 기대 만큼 팍팍 늘지 않고 있는 것. 환율의 경우 통상 5∼6개월 후에 수출에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 건 작년11월말부터. 때문에 공식대로라면 4월부터 수출은 본격 상승세를탔어야 했다. 그러나 4월중 수출증가율 역시 7.0%에 그쳐 정부와업계를 모두 실망시켰다. 이는 지난 3월 수출증가율 6.5%에 이어한자리 수의 미약한 증가세에 그친 것이다. 더구나 금년 4월의 통관일수가 25일로 작년 4월에 비해 1일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수출증가율은 약 4%에 불과하다. 뭔가 문제가 있긴 있는 것이다.물론 올들어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 폭으로 위안을 삼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작년 11월부터 소폭 흑자를내기 시작한 무역수지는 올들어 2월(32억3천8백만달러)3월(36억8천2백만달러) 4월(39억3천2백만달러) 연속 사상 최대의흑자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무역흑자 역시 내용상 문제가많다. 수출증가보다는 급격한 수입감소에 따른 「불안한 흑자」여서다.실제로 수입은 금년들어 가파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 1월39.8%나 줄었던 수입은 2월(30.3%) 3월(35.8%) 4월(35.5%)에도 연속 30%이상씩 감소했다. 1∼4월중 수입증가율은 마이너스 35.5%.국내 소비와 설비투자 위축으로 각종 소비재 자본재 수입이 급격히줄어든 결과다. 부문별로는 지난 1∼4월중 소비재 수입은 40.8%,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은 각각 34.7%와 35.9%씩 감소했다. 이로 인해 올 4월까지의 무역흑자 총액 1백23억달러는 작년 같은기간 보다2백11억달러나 늘어난 것이지만 이중 수출증가에 의한 흑자분은34억달러에 그치고 나머지 1백77억달러는 수입감소에 의한 것(삼성경제연구소)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늘어나는 무역흑자에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반기에도 수출전망 어두워더 심각한 문제는 수출증가폭이나 무역흑자의 성격에 있지 않다.정말 문제는 수출 채산성이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단가가 급격히 떨어진데다 원자재 수입비용은 상승해 일부수출업체들이 적자수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실적 쌓기를위한 덤핑 출혈수출과 실제론 선적도 못한 채 월말께 신고서만 내는 거품수출까지 가세해 한국의 수출구조를 좀 먹고 있는 실정이다.『최근의 수출증가는 침체에 빠진 내수부문의 물량을 헐값에 해외로 밀어내는데 따른 것이어서 지속적인 증가가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하반기엔 대내외 수출여건이 상반기때 보다 좋아질 게 하나도없다.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기업 정리로 수출금융은 더 어려워질테고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 수출공세도 심화돼 수출환경이 악화될게 뻔하다. 수출문제는 지금까지 보다는 이제부터가 더 큰일이다.』 무역협회 관계자의 우울한 전망이다.◆ 태국.인도네시아-"수출부진, 우리도 갑갑합니다"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기는 한국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태국도 마찬가지다.인도네시아와 태국의 경우 지난해 여름 금융위기로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지금까지 큰폭의 통화가치하락을 경험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작년 8월부터 전월비10%씩의 하락세를 보이다가 12월엔 무려 30%나 급락했다. 그 결과루피아화 가치는 6월 평균 달러당 2천4백50루피아에서 연말엔 5천루피아로 절반이상 떨어졌다. 태국의 바트화는 지난해 연말 1달러당 평균 45.3바트로 작년 6월의 26바트 보다 43%가 절하됐다.그러나 이러한 통화가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것 같지만수출은 생각처럼 쑥쑥 올리지 못했다. 태국의 경우 작년 9월과10월 각각 9%와 12%의 수출증가율을 나타내 환율상승의 효과가 가시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11월엔 수출이 2% 감소세로 돌아섰다.12월에는 다시 늘어나는 듯(6%증가) 하더니 올 1월엔 재차 8% 감소로 곤두박질쳤다.인도네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환율상승 효과가 본격화돼야 할 연말에 수출감소를 기록했다. 이 나라의 하반기 수출증가율은 10월의11%를 정점으로 11월엔 0.5%로 꺾였고 12월에는 급기야 2.5%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으론 인도네시아의 수출이 7% 증가했는데이는 상반기 수출호조에 힘입은 것이다.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수출부진은 3년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멕시코가 수출호조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멕시코는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94년 상반기엔 월간 수출증가율이 20% 미만이었다. 그러나 페소화 가치가 급락한 94년말 이후 95년 1월에는수출증가율이 43%에 달했고 2월(32%)과 3월(30%)에도 높은 신장세를 지속했다. 멕시코 경제가 비교적 빨리 회복됐던 것도 이러한 수출호조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그렇다면 왜 태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은 환율상승에 따른수출증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산업연구원(KIET)은 달러화부족으로 인해 원자재와 부품 수입이 줄어 수출제품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인근 동남아국가들의 통화가치도 역시 20∼50%씩 동시에 하락, 환율절하의 메리트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또 환율급등폭만큼 원자재와 부품의 수입단가가 올라가 수출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 점도 가격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