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는 우리 경제가 재도약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양국간 경제유대 관계를 한차원 승화시킬 수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수 있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쌍무투자협정의 체결,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의 대한투자보증 재개, 한·미 항공협정 체결, 2선 자금 지원 의사의 재확인, 한·미 경제협의회의 재개 등에 합의했다.이같이 한미 양국은 그동안 이견을 보여 온 양국간 투자 자유화에합의했으며 양국 항공업체간의 제휴를 촉진할 수 있는 항공협정을체결했다. 또한 미국이 필요할 경우 8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이른바 「2선지원」의사를 재확인함으로써 한국의 국제신인도 제고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중단되었던 OPIC의 사업재개로우리의 노동권보호에 대한 미국내 인식을 개선시키게 되었고, 경제협의회를 재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정부 차원 뿐아니라 경쟁의 주체인 양국 기업간에 마찰을 지양하고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의견 교환의 장을 다시 마련했다.더불어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는 미 의회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켜 양국간 통상증진과 필요시 자금지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나아가 대통령이 직접 주요 미국 기업인들에 대해 한국정부의 확고한 개혁 의지를 피력하고 투자환경개선 노력을 설명함으로써 미국 자본의 유입을 촉진시킬 예정이다.이처럼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는 양국간 긴밀한 경제유대 관계와 미국이 한국의 경제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21세기를 앞두고 새로운 차원에서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IMF 관리체제하에 놓여 있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나 앞으로의 대미 경제관계를 냉철한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우방국가와의 거래에서 표면적으로 상호 이익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면에서는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즉 미국은 세계 어느나라 보다도 실리주의를 중시하는 국가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양국간에 합의한 투자협정과 항공협정은 수년전부터 미국이 우리에게 체결을 요구해 온 사항이란 걸 주목해야 한다.한편 우리의 구조개혁과 경기 회복에 필수적인 미국 자본이 단기간내에 대폭 유입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양국 정상회담에서합의한 내용의 실질적인 성과는 앞으로 우리 경제 주체들의 행동여하에 따라 나타날 것이다. IMF 관리체제하의 지난 6개월간 우리는 경제전반에 걸친 개혁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평할수 있다. 그러나 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개혁 수준은 매우 낮고 심지어 개혁 의지에 대한 의문마저 품고 있다. 따라서 미국 자본의 순조로운유입을 위해서는 개혁의 가속화와 양국간에 합의한사안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한·미투자협정 하나만 해도 우리에게 국내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 대응 전략의 마련 등 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미국은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40여개국과 쌍무투자협정(BilateralInvestment Treaty)을 체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협정 체결의 목표를 자국 수출의 촉진과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두고 있다. 따라서 협정이 발효된 후 우리 시장에서 미국기업과 우리기업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자유로운 경쟁은효율성을 제고하고 개혁을 촉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미국기업의 대한 직접투자는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의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그러나 이같은 실익을 고려하기에 앞서 우리가 얼마나 선진제도와기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과의 경제관계에서 실익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며, 세계화시대에 지나친 대미 의존도는 경계해야할 대상임을 알아야 한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개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신속히 이루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