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6월16일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2백80을 기록했다. 외환위기때인 작년 12월24일의 3백51보다 20% 더 떨어졌다. 이것은 주식투자가들이 한국의 기업들이 빠져있는 위험에 대해 작년 말보다 지금더 크게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올해 4~6월 중 주가가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3백50이하까지 내려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과 같은 외환위기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지금 한국의 경제와 기업은 지난 30년간 사용해왔던 성장방식을 바꾸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란 중대한 고비를맞고 있다. 이것이 이번 위기의 핵심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은 한국기업이 아직 이러한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이것을 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분기에 주가가 상승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 일어난 여야의 정권 교체가 조속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한 것으로 볼수 있다.일본의 엔화 하락은 구조조정의 또다른 복병이다. 일본의 사정이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어쩐지 미국의 제스처(언론 발표)에 속은 감이 든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 수출이 아니라 내수가 주도하는 성장을 하여 이웃나라 아시아를 도와주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아시아통화위기의 주범은 엔화 가치의 하락이었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의 압력에 쫓기면서 16조 엔의 정부자금을 투입하는방안을 발표했다.그러나 그 효과를 기다려보지도 않고 미국은 엔화 약세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은 최근 엔화가 급격히 하락하자 서둘러 엔화급락 저지에 나섰지만 그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강대국 통화의 가치변동이 어느 정도 실질 경제력을 반영하고 있으며어느 나라에 이익과 손해를 줄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불리한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의 수출 상위5대 품목이 일본의 상위 10대 품목과 겹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구체적인 품목을 보면 반도체(한국1위-일본2위), 승용차(2-1),선박(3-7), 컴퓨터기기(5-3) 등을 들수 있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나 아직 바닥 멀어98년 1/4분기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8% 감소했다. 1980년이후18년만에 온 감소다. 감소의 정도는 그때보다 훨씬 더 심하다. 생산액이 줄어드는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태국 인도네시아는 물론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이 모두 올해 1/4분기 중 생산액이감소했다. 중국 대만 필리핀도 생산액의 증가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내수가 감소하고 수출이 늘어나는 모양세를띠고 있다. 올해 1/4분기 중 수출 물량은 30%로 많이 늘어났으나대부분 쌓여있던 재고를 처리한 것이어서 생산이 늘지 못했다. 그래도 재고가 여전히 많아 5월 제조업체의 재고/출하 비율은 1.22배로 장기 평균인 1.03배보다 더 높았다. 당연히 수입물량은 28%나줄어들었다. 수출물량이 이렇게 늘고는 있으나 달러 표시 수출가격이 자꾸 떨어져 수출금액은 올들어 5개월 동안 작년 같은 기간에비해 8%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5월 한달만으로는 수출금액이 작년 5월보다 2.6% 감소했다.그럼 앞으로의 경기는 어떨까. 먼저 내수를 살펴보자. 내수는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화섬 철강 등 주요 산업의 생산량이 줄고 있어 설비투자는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표를 만들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올 1/4분기중가계 소득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었다. 올해 1/4분기 중에근로자 소득은 지난해보다 0.1% 증가하여 정체한데 비해 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올라 실질 소득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소득의 감소속에서도 저축이 늘고 있어 소비의 증가에 의한 생산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소비가 다시 늘어나기 위해서는물가가 오랫동안 상당폭 떨어져야 할 것이다.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5월에 수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아시아의 성장 둔화로 대아시아 수출이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화 가치마저 낮아지고 있어 수출전망은 더욱 어둡기만 하다.5월의 소비자 물가는 지난 달보다 낮아졌다. 앞으로도 원화 환율에큰 변동이 없으면 물가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으로서는물가 하락이 치명적일 수 있다. 내수가 줄고 수출 전망이 어둡고물가가 하락하면 기업이 이윤을 낼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용을줄이는 것 뿐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고정비의비율이 높아 매출이 10% 이상 늘어나지 않으면 감익이 불가피하다.기업이 할수 있는 첫번째 방안으로는 임금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이 줄면 다시 내수를 위축시켜 개별 기업의 자구 노력은 오히려 전체 경제를 더욱 침체로 몰고 가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이처럼 구조조정에서 일어나는 기업의 부도, 통화량 감소, 실업 증가, 소비 감소, 생산 감소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금리인하다. 매출이 줄어들고 가동률이 낮아지더라도 최소한의 이익과 현금을 만들어내려면 인건비를 줄이는 길 외에 기업의 금융비용을 감소, 고정비를 줄이는 일이다.◆ 내수는 계속 감소 … 수출도 증가율 둔화지금까지는 환율 불안 때문에 금리를 낮추지 못했다. 엔화의 빠른하락에도 불구하고 원화 환율이 1천4백원 전후를 유지하고 있어 이제 금리를 낮출 여지가 생겼다. 또 소비가 줄고 물가가 떨어지는조짐을 보이고 있어 인플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가지 문제는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 기업에 대한 정리가 막 시작됐을 뿐 이라는 사실이다.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 기업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상황에서는 자금을 풀어도 자금이 기업에 돌아가지 않는다. 잘못하면 풀린 돈이 더 많은 부실채권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바로 부도방지협약이나 협조융자가 그 좋은 예다.국가 전체로 보면 정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좁아지고 부실의 정도는 커져만 간다. 부실 해결에드는 자금의 양도 늘어나며 경기 회복의 시기도 점점 늦어진다. 어쩌면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은행에 정부 지분을 넣는 대가로 직접 금융기관을 통해 부실 기업을 정리할지도 모른다.어떤 형태로든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 기업이 정리된 후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낮추어 주었을 때 자금을 생존이 가능한 기업에 우선적으로 공급해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추가로 부도나는 기업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변한 은행은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여BIS비율을 약 10% 정도 만든 후에 출발할 것이므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BIS 준수 기준을 2~3년간 예외로 운영할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 은행들은 약간의 부도 위험이 있는 기업들에도 대출할 것으로 보인다.지금의 주가 하락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오는 경기 회복에 대한 불투명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위험을 끊어주는 방안은 먼저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 기업을 정리하고, 부실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떠안는 것이라 할수 있다. 이렇게 정리한 후에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낮추어 추가 부도를 막음으로써 경제 전체의 위험도를 낮추는 것이다. 위험도가 낮아졌다는 신호는 바로 은행이 기업에 다시 정상 금리로 대출을 늘리는 시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