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 동남 동화 경기 충청」. 사라진 은행들의 이름이다. 이제이들 은행은 더 이상 금융시장에선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번에살아 남은 은행들도 7월에 단행될 제2차 은행구조조정에서 몇 개가문을 닫을지 아무도 모른다. 구조조정에서 살아 남더라도 앞으로선진은행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금융기관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돼왔다. 세계적인 권위를갖고 있는 IMD(국제경영개발연구소)는 올초 한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불가피함을 암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97년 국가경쟁력 평가」보고서에서 IMD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26위인 반면 금융분야의 경쟁력은 최하위권인 44위로 심각하게 뒤떨어진다고 밝혔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25위인 독일과비슷한 수준이지만 금융분야는 최근 5년간 큰 상승없이 40위권에머물러 29위인 태국과 39위인 인도네시아보다 낮다는 평가였다. 특히 자본의 접근 용이도와 금융부문 효율성은 각각 44위와 45위로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GNP에서 금융자산총액이 차지하는 금융연관비율의 경우 한국은 지난 95년 5.26으로 과거에 비해높아졌으나 미국이나 일본의 10년전 수준보다도 낮았다. 이 비율은금융부문이 성숙해짐에 따라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정유신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실물경제를 뒷받침해야 하는금융산업이 제조업보다 크게 낙후, 오히려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는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과 싱가포르가제조업보다 금융산업의 효율성이 더 뛰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말한다.◆ 은행 짝짓기도 규모 키우는 일환그렇다면 한국과 선진국의 금융부문 경쟁력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걸까. 금융부문의 주력업종인 은행업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우선외형적인 규모다. 국내은행들은 규모면에서 선진은행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총자본을 기준으로 국내의 어떤 은행도 세계1백대 은행에 끼이지 못한다. 「뱅커」지에 따르면 96년말 현재 세계 1천대 은행에는 27개의 은행이 포함돼 있으나 1백대 은행에 들어가는 은행은 아직 없다. 국내에서 가장 큰 시중은행도 자본금을기준으로 세계 1백36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중은행의실질자산(신탁 포함, 지급보증 제외)을 모두 합쳐도 전세계 20번째순위의 은행밖에는 못된다. 상위 5대 국내 시중은행의 자산규모를보면 독일 미국 영국의 각 상위 5대은행들의 자산규모의 거의 10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다. 규모의 영세성은 대외신인도에 문제를 야기시킨다. 신인도에 따라 차입조건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데규모가 평가의 중요한 지표중 하나로 작용한다.은행의 규모는 전산시스템 관련 비용 등 급증하는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국내 또는 해외에 있는 고객에게 보다 신속하고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전산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규모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고정비용의 지속적인 증가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씨티은행의 경우 매년 한국의 전체 시중은행 전산비용 합계의 3배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뱅크원과 같은 지역은행조차도 한국의 전체시중은행의 전산비용만큼을 투자하고 있다. 결국 은행의 규모는 대외적인 신인도와 경쟁력 갖추기 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향유하기위해서도 필요하다. 최근 국내은행끼리의 짝짓기도 규모의 경제를통한 경쟁력 향상의 일환이랄 수 있다.◆ 체질 강화 위해 자산 건전 유도해야둘째, 생산성의 차이다. 각국 은행간 생산성은 금융구조와 규제 및지표산출의 차이로 정확한 비교가 어려운 실정이나 국내은행들은금융구조와 제도가 유사한 일본은행과 비교해보더라도 낮은 편이다. 달러로 환산한 국내 은행들의 평균자산은 95년말 현재 2백98억달러로 일본의 3천5백24억달러의 8.5%에 불과하다. 반면 인원수는은행당 평균 5천1백89명으로 일본의 1만3천5백22명의 38% 수준이다. 일본은행들은 국제화의 진전으로 해외자산규모가 커졌으나 자동화의 진전으로 1인당 영업효율이 높아졌다고 볼수 있다. 총자산에 대한 인건비 규모도 효율성면에서 일본은행이 우세하다. 총자산대비 인건비 비중은 한국의 은행이 일본은행에 비해 69% 정도 낮은것으로 나타났다.셋째, 수익성의 차이다. 국내은행들은 지난 94년부터 성장성 위주의 경영전략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건전성을 중시하는 경영효율화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를 보면 국내은행은 미국은행들에 비해 떨어진다. 신탁계정을 포함한 국내 은행의 ROA(총자산이익률)는 지난 90년에 0.63%에 달했으나 점차 하락, 95년말 현재 0.31%까지 떨어졌다. 이는 일본 도시은행의 0.07%의 4.2배에해당하는 것으로 일본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나 미국 FDIC(연방예금보험공사) 가맹은행의 최근 5년간 평균수준이나 0.7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ROE(자기자본수익률)도 95년말 현재 4.19%로 일본은행의 2.69%보다는 높지만 미국은행의 13.75%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수준이다.주목할 점은 국내은행의 수익자산 구성항목이다. 비은행업무에 속하는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증권투자의 증가율은 지난 90년부터 95년간 평균 26.8%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일본 도시은행의 유가증권투자 평균증가율이 지난 87년부터 95년 사이에 10% 이내였던 것에 비하면 아주 높았다.특히 일본 도시은행의 유가증권 투자비율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인데 비해 국내은행은 30.8%에 달했다. 다시말해 국내은행들은 고수익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는 얘기다.마지막으로 자산건전성이다. 미국과 일본은행 등 선진은행들은 수익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건전경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행들은 금융자율화의 진전으로 재무체질의 강화를 위해 부실여신 처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자기자본비율은 국내은행들이 96년말 현재 대부분 8~9%를 유지하고 있다. 「뱅커」지에 따르면 한일은행 8.89%, 조흥은행 8.48%, 외환은행9.16%, 신한은행 10.03% 등이었다. 일본은행들도 비슷한 수준이다.반면 미국의 체이스맨해턴은 12.33%, 씨티코프 12.40%, 뱅크아메리카 11.85%, 내이션즈뱅크 12.69% 등으로 대부분 11%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한마디로 국내은행들이 거의 모든 면에서 선진은행들과 경쟁하기에는 턱없이 체질이 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 김장희 국은경제연구소금융경제연구실장은 『이같은 지표도 국내은행이 제공하는 자료를토대로 작성한 것이어서 엄격한 국제기준을 적용할 경우 상황은 훨씬 나쁠 것』이라고 밝힌다. 김실장은 『국내은행들이 살아 남기위해선 금융의 원리와 원칙을 지켜 부실요인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