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은행의 인수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해당은행들의 반발로 인수업무가 차질을 빚는가 하면 신탁상품을 인수하느냐, 안하느냐를놓고 금융감독당국과 인수은행간에 견해차를 보이기도 했다.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는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M&A, 즉 인수합병을 통해 은행을 그대로 팔아치우는 방법이 있고 아예 문을 닫고 청산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선택한 부실은행 정리는 두가지 형태의 절충이라 할수 있는 자산·부채이전방식(P&A, Purchase & Assump-tions)이다.P&A방식이란 인수금융기관이 부실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을 제외한 우량채권과 자산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부연하자면 자산과 부채를일괄 인수하지 않고, 선별해서 자산을 매입(Purchase)하고 부채인 예금을 승계(Assume)받는 방식이다. 자산과 부채만을 실사해서 우량채권만 선별적으로 인수받기 때문에 인수은행이 함께 부실화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고 특히 인원과 조직인수에 대한 법적권리와 의무가 없기 때문에 조직재정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점도 있다. 또 퇴출은행 자체는 없어지기 때문에 부실경영을 한 주주와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측면도 있다.그러나 전혀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실사과정에서 어떤 자산이우량인지, 불량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닐 뿐 아니라 자산가격을 얼마로 평가해야 하는지 등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따라서 평가작업 자체가 복잡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수측과 피인수측의 견해차로 인해 신속한 정리가 지연될 수도 있다.만약 자산과 부채의 실사가 엄정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적당히 이뤄지게 되면 오히려 인수하는 우량은행까지 동반부실해지는 결과를가져올 수 있다. 인수은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과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퇴출은행인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물론 정부는 이번 퇴출은행 정리에서 그러한 동반부실을 방지하기위해 은행인수후 앞으로 6개월 동안 퇴출은행 자산에서 발생하는부실에 대해서는 인수은행이 책임지지 않고 모두 정부가 성업공사를 통해 인수해주는 조치를 취했다.그러나 현재의 여건으로 보아 단기간내에 경기회복이 어렵다고 보면 추가적인 부실채권의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아 현재 우량하다고평가되는 자산도 1년 뒤 또는 2년 뒤에 부실로 변하게 될 공산이크다.그렇게 보면 인수은행들이 퇴출은행들의 신탁부문인수를 꺼리는 것도 당연하다. 현재도 상당한 부실이 발생해 있는 상황에서 신탁부문을 그대로 인수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사실 금융감독위가 퇴출은행의 신탁상품을 인수은행에서 승계해 처리토록 하고, 특히 실사기간이 끝나기전에 해약할 경우 원리금을보장해 주도록 한 것은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원래 신탁상품은 운용실적에 따라 배당하게 돼있고, 따라서 성공적으로 운용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잘못되면 원금까지도 손해볼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가입한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그러나 금감위가 일단 실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원리금을 보장해주도록 한 것은 예금자보호와 일시적인 금융혼란을 막기 위한 편법이다. 현재 5개 퇴출은행의 신탁규모는 11조원이 넘고 이중 7조7천억원 정도가 실적배당상품이다.P&A방식의 정리가 성공하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예컨대 예금자의 반발 또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 자산 부채의 평가와 인수 등이적당하게 이뤄진다면 장점은 살리지 못한채 동반부실이라는 단점만남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