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일간 국내외에서 새로 나온 경제관련 정보들은 대부분 어두운 것 뿐 이었다. 먼저 국내를 보자. 6월 30일 발표된 5월 국내산업 활동을 보면 소비와 투자액은 계속 작년보다 줄어들고 있다.소비와 투자가 줄자 국내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가동률을 낮추어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6.9%까지올라갔다. 5월에 제조업체의 가동률은 66.7%로 사상 최저로 낮은수준이나 재고율(재고액/출하액)은 여전히 1백20%대로 사상 최고수준이다. 지난 82년에 재고율이 1백20%대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재고율이 90%까지 떨어진 후에야 경기가 돌아섰다. 이때 걸렸던기간은 약 2년이었다.성장감소폭도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업생산이 약 10%감소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7~8%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0년부터 최근까지 산업생산 증가율과GDP증가율의 차이는 평균 2% 포인트였다. 이번 불황의 깊이와 기간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해외 쪽을 보자. 먼저 일본을 보면 이번 엔화가치 하락과 미국의엔화 하락방어를 위한 개입을 전후해서 일본의 상황이 자세하게 드러났다. 지금 일본의 부실채권의 규모는 약 76조엔으로 일본의97년 GDP 4백81조엔의 15.8%나 된다. 이보다 훨씬 비중이 낮은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기간중 미국이 계속 달러가치 하락정책을 펴온점을 감안할 때 일본의 엔화가치 하락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보인다. 환율 폭락의 바람에서 벗어나 있는 중국 대만 홍콩 3국의경우도 마찬가지다. 홍콩은 이미 올해 1/4분기 중에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갔고 중국과 대만은 성장률을 계속 하향 수정하고 있다. 미국은 계속 늘어나던 수입이 정체하기 시작했으며 수출은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다. 신규 수주액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수출 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이런 영업 환경 속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구조조정을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는 알수 없지만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은 그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성장 전략은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여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자본 투자가 부족한 산업에서는 자본 투자가 곧 효율성을 높여주므로 세계 기업과 부분적으로 경쟁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의 산업은 많은 분야에서 생산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갔다.조선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화섬 제지 가전제품 등 그 동안 한국의성장을 주도해왔던 대부분의 산업이 그러하다.◆ 구조조정 핵심은 생산성 향상이어야이처럼 높은 생산 능력을 갖고도 지금과 같은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생산 능력이 세계 5위권에 들어서 있었더라면 이번의 위기가 오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이것은 결국 앞으로 구조조정의 방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번의 위기가 지난 후에도 한국의 기업은 쉽게 세계 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이상 자본을 투자한다고 생산의 효율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재무구조와 사업구조 그리고 의사결정 구조의 개선이 아니라생산성의 향상이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받아들이고 이를 억제하는 것은 버려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도 생산성이 될 것이다. IMF사태이후 상장 회사들은 구조 조정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산이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지,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경영의 측면에서 외국의 앞선 회사와 결합하는 경우는 찾지 못했다. 오히려 그나마 외국회사와 합작해 있던 지분을 완전히 팔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은 지금 우리의 상황이 너무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 한국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실상은 감량 경영이며, 이과정에서 잠재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다.이처럼 경기전망이 나쁘고 잠재부실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도 기업에 따라서는 영업실적이 좋아지는 회사가 있다. 우리는 98년에 경제 성장이 5.9% 감소하고, 99년에 다시 3.3% 감소한다고 가정했다.원/달러 환율은 98년에 평균 1천4백83원, 99년에 평균 1천4백28원그리고 금리는 회사채를 기준으로 98년에 평균 17.9%, 99년에13.6%로 가정했다.이러한 가정 아래 98년과 99년에 매출이 늘고 이익이 늘어날 회사들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음식료: 농심,오뚜기두 회사는 우선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다. 경쟁업체인 삼양식품이 부도, 거래처가 이 두 회사에 몰리고 있다. 물론 판매 물량도 늘고있다. 원가가 올라가는 바람에 제품가격도 올렸다.● 의류·신발: 태평양물산, 영창실업, 삼양통상, 영원무역이 회사들은 경공업 제품을 전량 수출하고 있다. 생산 공장도 대부분 해외에 있다. 주수출지역은 미국으로 안정된 거래처를 갖고 있다.● 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대한도시가스, 경동도시가스도시가스 업체들은 우선 재무구조가 좋고 현금흐름이 좋다. 지역에따라 조금씩 다르나 판매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조선: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삼성중공업조선업체들은 환율이 낮았을 때 주문받은 물건을 환율이 높은 지금출하하고 있다. 물론 이미 받아 놓은 수주량도 풍부하다.● 해운업체: 한진해운, 현대상선해운업체들은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수출운임도 올랐다. 환율의 급등으로 장부상으로는 외화 평가손이 크나 보유선박을 언제든지 외화로 국제시장에 내다팔 수 있어 실제로 외환 변동에 따른 위험은 없다.● 기계: 메디슨, 세원중공업메디슨은 주제품이 초음파 진단기로 수출비중이 높고 기술력이 높아 수출 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도 환율이 올라 수입품과 가격경쟁에서 이기고 있다. 세원중공업은 화학기계 업체로 경쟁회사들의 재무구조가 나빠 수요업체들이 재무구조가 좋은 이 회사에 주문하고 있어 경기가 좋을 때보다 매출이 더 많이 늘고 있다.● 금속: 동양석판, 고려아연, 대창공업동양석판은 석도강판 제조업체로 환율이 올라가자 최근 유럽의 다국적 기업인 CMB와 2년간 연간 판매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판매계약을 맺었다. 고려아연은 아연을 제련하여 전량 수출해주고 제련 수수료를 달러로 받고 있다. 대창공업은 황동봉을 만드는데 원료는전량 국내에서 조달하며, 최근 세계은행의 자회사인 IFC가 출자를검토하고 있다.● 화학: 한미약품한미약품은 항생제등 원료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가장 합성능력과 제조능력이 뛰어나고 안정된 거래처를 갖고 있다.면역 억제제 제조기술을 원제품 생산업체에 역으로 수출했다.● 전자: 대우전자, 대덕전자, 대덕산업, 코리아써키트인쇄회로기판을 생산하는 3사는 우선 재무구조가 좋다. 그리고 수출비중이 높아 환율효과를 보고 있다. 대우전자는 내수가 크게 감소하나 내수 판매사업을 분리하였으며, 달러 표시 수출총액이 소폭늘어나고 있어 원화 매출증가 효과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