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또다른 기회다」. 요즘 회계사들을 보면 이 말이 실감나는 형국이다. 최근 한국경제가 IMF지원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으면서 국가는 물론 개인이나 기업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회계사들은 오히려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기업 및 금융기관 등 산업구조조정이 활발히 추진되면서 경영컨설팅을 위한 회계업무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진출이 늘면서 검증된 회계정보에 대한 새로운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외국인들은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가 없는데다 새로운 객관적 정보를 얻기 위해 회계사들을 찾고 있다. 현재 회계사들이 모여 조직적으로 업무를 대행해주는 회계법인수는 97년5월 현재 모두 34개.이곳에서 근무하는 회계사의 수는 2천44명에 이르고 있다.이중에서도 국내 빅6로 불리는 회계법인들은 현재 경영컨설팅 업무로 눈코뜰 사이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이투자대상 국내기업에 대한 회계자료는 물론 국내금융 및 산업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에 대한 작성의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의 인수합병을 위한 회계자료에서부터 기업의 법정관리 및 화의신청을 위한 국내기업의 자료작성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배기룡 안건회계법인 상무는 『보통 회계사들은 3월 결산을 끝내고한가했으나 올들어서는 외국인들의 수요증가로 전인원이 풀가동하는 상태다. 국내기업의 내부적 관리혁신에서 요구되는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외국업체의 M&A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국내 및 외국기업간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실사(DueDiligence)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컨설팅수수료도 20~30% 정도 높아져 회계법인들의 매출은 예전보다평균 1백억원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업무실적 향상에 따라회계사들의 수당도 늘었다. 다른 직종의 임금이 삭감되는 것과는대조적이다. 이들 빅6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회계사수는 대략 1천명. 이들이야말로 회계사들중에서도 뜨는 사람들이랄 수 있다.◆ 노력한만큼 수입 보장이 ‘매력’회계사란 직업에 대한 인기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해에 5백명을뽑는 회계사 자격시험에 보통 2만명의 수험생이 몰리고 있다. 시험에 통과하더라도 2년간 시보과정을 거쳐야 어엿한 회계사로 활동할수 있다. 시보로 근무하는 동안은 대기업의 초봉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다. 대신 전문직으로 자기가 노력하는만큼 보수도 올라간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최근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획득하는 회계사가 늘고 있는 것도 활발한 외국계기업의 진출로 이들을 위한회계컨설팅업무가 늘고 있어서이다. 배상무 자신도 국내공인회계사는 물론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같은 회계사라도외국어나 회계제도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소위 「몸값」이 올라갈수 있다는 얘기다.회계사의 역할은 정보에 대해 신뢰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재무제표등 기업정보에 대한 가공과 검증을 하는 사람이 회계사이다. 다시말해 회계사들의 활동은 회계감사 세무조정 경영컨설팅 등 3가지로대별할 수 있다. 이중 급격한 구조조정을 계기로 경영컨설팅을 위한 회계사의 업무가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반면 회계감사와 세무조정은 IMF전후해서 변함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기업이 도산하고 매출이 줄면서 이 분야의 일감이 20% 정도줄어들었다. 개인의 능력이 탁월해도 조직의 뒷받침없이는 외국인들이 요구하는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없는데다 수주도 들어오지않는다. IMF특수로 인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회계사들은 상대적으로 소수라 할 수 있다. IMF 이후 사회 및 산업 각분야에서 음과양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현상이 회계사 사회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보산업분야 인기 직업「정보기술(IT)분야 전문자격증을 잡아라」.쓰라린 경기침체의 터널속으로 접어들면서 개인의 능력이나 자격이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같은 「자격」바람은 정보산업에서 일찌감치 일어났다. 그만큼 이 분야는 첨단을 걷고 있다는 얘기다.몇년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모은 분야는 바로 「정보검색사」다. 야후 알타비스타 등 각종 검색도구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길잡이다. 찾아낸 정보를 평가하고 분석하는 기능까지 갖춘 고급인력이다.정보검색사는 경력에 따라 다르지만 고액소득자로 분류되는 인기직종이다. 정보서비스나 컴퓨터관련업체는 물론 학술기관 등에 취업할 수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에서 6주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능률협회에선 9주짜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수요가 급증했던 컴퓨터속기사. 회의장에서 속기로 발언내용을 받아적은 다음 이를 컴퓨터화면에 띄워 교정, 편집해 회의록을 작성하는 전문인력이다. 대개 고졸 이상의 학력이 있어야 하며 국회속기양성소나 일반학원에서 6개월가량 배워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속기협회에서 자격시험을 치른다.작년부터 관심을 끌고 있는 코볼(COBOL)전문가도 여전히 각광을 받고 있다. 2000년1월1일이 되면 컴퓨터가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못하는 「밀레니엄버그(Y2K)」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내년말 이전에 처리해야 하는 과제다. 60년대 한창 컴퓨터프로그램제작언어로 쓰였던 코볼이 지금와서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컴퓨터 하드웨어용량을 줄이기 위해 연도표기방식을 6자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그 결과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한다거나 1980년으로 받아들이는등 제멋대로다. 금융기관의 이자계산은 물론 첨단산업기계 항공 국방 원자력분야에서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컴퓨터가 2000년2월29일의 윤년을 인식하지 못해곧바로 3월1일로 인식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Y2K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인력이 모자라 다들 아우성이다. 국내인력파견업체들은 수십명씩 보내달라는 외국회사들의 요청을 받고있는 실정이다.올들어 한창 뜨는 정보분야 직업을 꼽으라면 「전사적자원관리(ERP) 컨설턴트」를 빼놓을 수 없다. ERP란 회사의 생산관리 회계관리 영업관리 재고관리 등 모든 업무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먼저 그 회사의 특성과 경영전략을 알아야 한다. 바로 컨설팅이다. 그래서 ERP를 구축하는 전체 비용중60% 정도가 컨설팅비용으로 들어간다.삼성SDS의 강세호 이사는 『ERP를 구축할 때는 각 기업에 맞는 장비를 공급하는 고객맞춤(Custom-ization)이 중요해 컨설팅이 핵심요소』라며 “『우리나라에선 아직 초기단계여서 앞으로 3∼4년동안 각광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현재 ERP컨설턴트 양성과정으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은 「SAP컨설턴트」를 양성하는 「R/3과정」이다. 독일의 세계적인 ERP전문회사인 SAP사에서 주관하는 교육훈련과정이다. 올들어서만 1백명이 넘는 업계 종사자나 대학생들이 이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땄다. 이자격증을 가지면 국내는 물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ERP를 구축하는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다. 다만 교육비가 비싸다는 것이 흠이다.현재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모두 SAP의 ERP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상황이다. 삼성SDS의 경우 약4백명의 SAP컨설턴트를 확보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또한 한국경제신문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무료IT교육」은 자격증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육과정이다. 일반 기업체의 전산실에서 시스템관리요원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엔지니어(MCSE)와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을 갖추는솔루션개발자(MCSD)를 양성하는 코스다. 모두 MS에서 공인하는 자격증이다.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사무환경통합(BI) 컨설턴트」가 중요한직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각 직장의 사무환경에 꼭맞는 시스템장비를 구축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이다. 이처럼 정보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정보산업에서도 다양한 유망직업이 탄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