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설계회사인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은시스템칩(System-on-a-Chip)디자인센터를 미국 실리콘밸리가 아닌스코틀랜드 실리콘글렌에 설립한다. 실리콘밸리에 본거지를 두고있는 케이던스사가 굳이 스코틀랜드를 디자인센터 후보지로 선택한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스코틀랜드가 투자유치에 성공한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작용했는데 무엇보다 케이던스의 가려운데를 확실하게 「긁어」준데서 찾을 수 있다. 즉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이 케이던스의 아쉬운 점을 파악해 적극적으로 해결해 준 것이다.케이던스는 차세대 주력제품인 시스템칩 개발을 앞두고 두가지 난제에 빠져 있었다. 우선 시스템칩을 구성하고 있는 각기 다른 회로간의 지적재산권이 문제였다. 시스템 칩은 특성상 다른 여러 기업들이 개발한 부분별 전자회로를 차용해야 한다. 그런데 다른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차용할 경우 지적재산권 분쟁은 피할수 없게 된다. 미국의 경우 지적재산권 차용에 관한 당사자간 법적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보통 2년이 걸린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이 쏟아지는 반도체업계에서 2년이란 시간은 너무도 긴 세월이다. 지적재산권분쟁을 해결하는 사이에 신상품은 어느새 구닥다리가 되고 만다.또 다른 난관은 기술개발인력 부족이다. 시스템칩이란게 첨단분야라 기존의 교육과정을 통해 양성된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케이던스의 아쉬운 점을 파악한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은 시스템칩기술개발을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케이던스로 하여금 도저히 거절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이 조성한 환경은△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모든 법적절차를 간소화하는 「시스템칩개발공동체(System Chip Design Complex)」설립 △시스템칩 석박사과정 개설이다.시스템칩 개발공동체란 시스템 칩 관련기업들이 지적소유권 분쟁에휘말리지 않고 각자 개발한 기술을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시스템칩 개발공단이다. 스코틀랜드 경제개발진흥공사가 케이던스를 포함한 시스템칩업계의 숙원을 풀어준 것이다. 이와 함께 스코틀랜드 경제개발진흥공사는 스코틀랜드대학교들과 연계해 시스템칩 석박사과정을 세계 최초로 개설했다.케이던스가 들어가는 실리콘글렌은 스코틀랜드가 자랑하는 첨단산업단지다. 실리콘글렌은 단순한 공단지역이 아니다. 기업과 대학교연구소 지방자치단체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거대한산학연 네트워크다.다음으로 스코틀랜드의 뛰어난 행정서비스를 들수 있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들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행정서비스가 원스톱서비스다.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은 원스톱서비스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곳이다. 투자개발청은 81년 출범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상담 및 행정처리 창구를 일원화했다. 외국인들은 투자의향서 하나에 서명만하면 사전시장조사부터 노동인력 확보, 교육, 경영자문, 부지선정등 기업설립에 필요한 각종 정보화 데이터서비스를 받게 된다.투자개발청은 투자기업이 들러야 할 첫 절차이면서 마지막 단계이기도 하다. 기업이 스코틀랜드에 들어온 이후에도 사후관리(Aftercare)서비스를 통해 기업이 제대로 스코틀랜드에 정착하고 발전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코틀랜드의 성공적인 투자유치는 무엇보다중장기적인 산업전략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코틀랜드에서는 「투자유치」보다는 「투자개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외국기업의 직접투자 유치를 전담하는 기관명도 「투자개발청」이다.따라서 스코틀랜드는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투자를 유치하지 않는다. 지역산업 전반적 구조와 진행방향에 대한 뚜렷한 밑그림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업종을 정한다. 무리하게 외국기업을 유치해 산업규모를 급격하게 확장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고균형있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스코틀랜드에서는 이를 「군생(Cluster)원칙」이라고 하는데 PC산업의 예를 들어 설명할수 있다. PC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고 하자. PC완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하청 및 부품공급업체가 필요하다.모니터, 키보드, 하드디스크드라이브, 기판, 메모리칩 등의공급업체가 있어야 한다. 이뿐 아니다. 모니터의 핵심부품인 음극선관, 키보드의 플라스틱 성형, 기판의 원료인 섬유, 반도체조립등 PC완제품을 만드는데 수많은 부품업체들이 필요하다. PC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하나가 들어오면 PC와 관련된 많은 부품공급업체들이 자연스럽게 생산시장을 형성하게 되고 그 규모도 확대된다.◆ 지옥에서도 사업벌일 정신으로 무장투자유치 대상으로 케이던스를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유치작업을 벌인 것도 바로 스코틀랜드의 중장기 산업전략에서 케이던스의 디자인센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스코틀랜드는 전략뿐 아니라 전술도 있다. 기업생리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다. 기업의 행동양식은 매우 단순하다. 이익의 극대화다. 효용이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으면 지옥에서라도 사업을 벌이는게 기업이다. 따라서 이런 속성을 지닌 기업을 유치하는 방법은 분명하다.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고 효용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투자개발청은 생산비용이 적게 들도록 값싸고 질 좋은 노동인력을 양성하고, 도로 통신 에너지 등생산인프라를 충분히 마련해 운송비용을 줄였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마련한 서비스가 기업의 시간과 자원을 절약해주는 원스톱서비스와 사후관리서비스다. 이와함께 외국기업의 현지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지 문화, 생활관습, 사고방식 등 모든 정보를제공하고 컨설팅해준다.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 한국사무소 윤길수 소장은 『외국기업들에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각종 세금을면제해주는 인센티브는 원시적인 투자유치 정책』이라고 지적한다.스코틀랜드는 외국기업이라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해 주지 않는다. 국내기업이건 외국기업이건 세금은 공평하게 내야 한다. 공장부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세금을 면제받는 것은 매력적이긴 하지만투자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외국에 생산시설을 세우며 진출하는 이유는 투자한만큼 이익을 낼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즉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제대로 팔지 못하고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아무리 세금을 면제받아도 무의미한 일이다.중요한 것은 세금을 면제해주는게 아니다. 제품을 내다 팔 시장이있는지, 생산인프라는 갖춰져 있는지, 노동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있는지, 노동인력의 질이 우수해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고 생산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등이 문제다. 따라서 스코틀랜드가 투자유치를 위해 힘을 기울이는 것은 기존 도로와 통신망의 확장, 연구개발투자확대, 인재양성 등이다.결국 스코틀랜드는 장기적인 산업전략과 구체적인 유인전술을 결합해 외국기업 투자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간단하고 편리한 행정서비스 역시 스코틀랜드를 매력적인 투자지역으로 꼽게 만드는요인이다.(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 02-734-8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