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정보통신기기인 PC는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PC는 단지 사무자동화기기 혹은 고급 게임기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인터넷을이용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컴퓨터와 모뎀을 구입하는 것이다.웹TV류의 비PC정보통신기기가 비교적 보급이 많이 된 미국조차 인터넷에 접속하는데 사용하는 정보통신기기의 96%가 PC다.인터넷은 PC산업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기둥 역할도 하고 있다.PC를 문서작성에만 사용한다면 386컴퓨터로도 충분하다. 좀더 나은문서편집기를 사용하기 위해 펜티엄에 윈도95를 장착한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하려는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인터넷은 사정이 다르다. 좀더 빠르게 사용하고 싶고 이를 위해서는 고속모뎀뿐 아니라 CPU와 운영체제 및 검색프로그램의 성능이뛰어나야 한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기꺼이 주머니를 털어가며업그레이드에 따라온 것이다.그러나 PC를 정보기기의 중심에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터넷은 역으로 PC를 주연의 자리에서 조연으로 밀어내려 하고 있다.인터넷의 대중화로 PC외에 또 다른 종류의 접속기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TV에 셋톱박스를 달아 인터넷을 이용할수 있게 됐다. 방송 자체가 디지털화가 되면 인터넷과 TV의 통합은 한층더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개인휴대통신기기(PDA)에도 통신기능이 훨씬 강화돼 웹검색이 가능해지고 있다. PC가 전화기를 닮아가듯 전화기도 PC를 닮아가고 있다. 비디오폰에 웹검색기능을 추가한제품들이 국내외에서 개발된 상태다. 삼성전자와 필립스에서 개발한 웹비디오폰은 개발직후 시장성이 뛰어난 제품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세가 닌텐도 등 게임전용기기를 만드는 업체들도 게임기에 인터넷 접속기능을 추가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있다. 네트워크게임시장을 노린 것인데 인터넷의 속성상 어느 한쪽으로만 접속이 가능하면 인터넷의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 투자종목 새로 선택해야 할 시점미국의 정보통신 조사기관인 IDC의 분석에 의하면 비PC계열의 인터넷 접속기기들은 급속하게 성장하는 반면 PC는 완만하게 성장할 전망이다. IDC는 2002년이면 인터넷단말기 시장에서 비PC계열 정보통신기기들의 PC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PC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IDC의 전망은 정보통신기기산업의 중요한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PC와 가전업계가 중장기 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투자가들은 정보통신분야의 투자종목을 선택할 때 새로운 판단기준을 적용해야할 시점이 오는 것이다.물론 현재는 PC세상이다. PC는 사용자들이 접하는 가장 대표적인정보통신기기다. 그런만큼 정보통신기기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보기술산업의 표준을 주도하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PC덕분이다. PC는 새로운 스타기업도 탄생시켰다. 미국의 컴팩컴퓨터나 델컴퓨터가 대표적이고 한국의 1호 벤처기업 삼보컴퓨터도 PC산업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다.그러나 PC시대의 종말이 다가오면서 정보통신산업계의 지도도 새롭게 그려질 전망이다. PC시장이 없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통신기기의 성장이 너무나 빠를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서 셋톱박스 웹전화기 웹PDA 웹게임기 등 비PC정보통신기기의 시장을 조사한 IDC자료(표)를 보면 성장속도를 쉽게 느낄수 있다. 1997년부터 2002년 사이에 인터넷접속기기 시장이 세배가량 성장할 전망인데 비PC계열이 주도하고 있다. IDC의 정보통신산업 분석가인 프랭크 젠스씨는 『2004년이나 2005년경이 되면 비PC 인터넷접속기기들이 PC의 출하량을 능가할 것』이라며 『PC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겠지만 인터넷 접속기기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속하게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정보통신기기시장의 급속한 개편을 앞두고 가장 애가 타는 기업은마이크로소프트다. PC시장을 놔두기엔 너무나 「달기」 때문이다.이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PC시장자체가 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이 너무나 굳건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PC시장의 우위를 비PC시장으로이어나가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비PC용정보통신기기 운영체제로 윈도CE를 개발해 핸드헬드PC와 셋톱박스에 적용하려 한 것이나 케이블방송사업자인 TCI와 협력하기로 하고한국의 두루넷 및 한전과 제휴관계에 돌입한 것 모두 비PC시장까지PC시장의 우위를 이끌어 가려는 전략에서 나온 전술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비PC시장 진출 및 창출전략의 방향성은 옳지만 PC시장에서만큼 압도적 우위를 구축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비PC계열 정보통신기기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뛰어든 주자는 마이크로소프트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셋톱박스 웹PDA 웹전화기 웹게임기 등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사들이 앞서나가고 있는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NT로 기업용컴퓨터시장에는 성공적으로 진입했지만 윈도CE가 성공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PC시장 성장세둔화 및 비PC인터넷 기기시장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끼는 기업이 인텔이다. PC시장에서 떼어낼수 없는 동맹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연합이지만 비PC시장에선 상황이 다르다. 윈도CE가 인텔칩이 아닌 인텔의 경쟁사인 히타치칩에서 돌아가도록 설계돼 시판되고 있는게 대표적이다. 소프트웨어산업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는 것처럼 CPU시장에서 인텔의 독주를 막고자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PC공급업체들은 인터넷 접속기기 시장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다만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들어가는 인터넷 접속기기 시장을두고 볼 뿐이다. 그러나 프랭크 젠스씨는 『PC공급업체들의 「두고보기」전략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가전시대를 부지런하게 준비하고 있는 가전업체들과 힘겨운 한판을 벌여야 할 상황이올 것이기 때문이다.내셔널세미컨덕터, TI, MIPS 히타치 등과 같은 논리칩제조업체들에인터넷 접속기기시장은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비PC정보기기시장에서는 「인텔인사이드」라는 인텔의 아성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반도체 등 메모리칩 공급업체들에인터넷 접속기기 시장의 급성장은 복음과도 같다. 이제까지 메모리수요는 거의 PC시장에 의존했다. 그런데 비PC계열의 정보기기시장이 성장하면 PC이외의 전자제품들에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그것도 급속하게 늘게 된다. 전화기나 TV 게임기 등 모든가전제품에 메모리반도체를 장착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프랭크 젠스씨는 『비PC정보기기시장은 현재로선 미미한 수준이라다소 모험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하고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급속하게 성장하는 시장의 흐름에서 떨어져 나가고 말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