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1998년/344쪽/1만원

공장이여 잘 있거라구스 밀크맨 지음정리해고가 본격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개 은행의 퇴출로 은행원의 대규모 실직이 불가피한데다 자동차업계에서도 대규모 정리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정리해고의 규모와 시기만 다를 뿐 다른 업종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회사측의 방침에 어떻게 대응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또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효과적일까.이 책은 1986년 말에서 1987년까지 GM(General Motors) 산하의 뉴저지주 린든 공장에 근무하던 4천여명의 자동차 노동자 가운데 명예퇴직을 받아들인 1천명과 공장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3천명이 후기산업 사회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추적한 노동현장 보고서다. 비록 미국기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정리해고태풍에 휘말려 있는 우리의 미래를 살펴보는 한편교사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이 책은 먼저 린든공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리해고를 했는지 살펴본다. 37년 문을 연 린든 공장은 그후 몇십년동안 번영을 구가했다. 근로자들 역시 호경기에 힘입어 높은 임금과 사내복지의 혜택을 맘껏 누렸다. 그러나 80년대에 들어와서 GM이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회사측은 린든 공장에 로봇을비롯, 새로운 기계설비들을 도입했고 작업과정을 재구성했다. 또생산차종을 소형차로 전환했다. 여기에 탈산업화 현상이 도래하면서 제조업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게 되었다. 결국 회사측은1980년대 중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퇴직금 외에 1년치 봉급을 더주는 조건으로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실시하게 되었다.명예퇴직이 본격화되자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천여명이 신청했고 이들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 회사를 떠나기로 작정했다.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여기에 자기사업에 대한 미련이더해졌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조사결과명예퇴직후 사업을 시작한 사람의 20%만이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먼저 퇴직한 사람들은 그나마 나았다.이는 공장에 그대로 남았던 3천여명이 그후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살펴보면 뚜렷이 드러난다. 당시 회사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더 이상의 해고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다른 업체에 비해 월등히뛰어났던 임금과 복지도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크나큰 오판이었다. 회사측은 90년 야간조 노동자 전원을해고한 것을 시작으로 91년에는 주간부 일부를 잘라냈다. 그후에도매년 조금씩 덩치를 줄여나가 최근 거의 대부분의 근로자들을 해고했다. 물론 이들에게는 단 한푼의 명예퇴직금도 주지 않았다.이 책은 화살을 근로자들에게만 돌리지는 않는다. 정리해고를 감행했던 GM 역시 급변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소개한다.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구호만 요란했을 뿐 GM의 내부조직 구조나 전통적 기업문화를 거의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했고, 좀더 참여적인 직장경영체제로 원활하게 옮겨가지도못했다고 질타한다.이 책은 결론삼아 GM의 시도는 회사나 근로자 양측에 패배만을 안겼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내부 개혁없이 정리해고를 강행해 별다른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근로자들 역시 떠난 사람이건 남은 사람이건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데 실패, 변화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특히 노조의 경우 직장 재조직의 문제는 회사측에 떠맡기고 너무 일자리 지키기에만 급급, 회사의 무기력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런 이유 때문에 GM의허약한 경쟁력이 더욱 나빠지고, 또 그것이 연쇄적으로 노조악화를가져와 몰락의 악순환이 만들어졌다고 한다.이 책은 린든 공장의 어제와 오늘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는 현장보고서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만약 남은 근로자들이직장을 떠나는 동료들에게 더 많은 퇴직금이 돌아가도록 힘을 쏟고새로운 기계설비 도입후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기울였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또 회사는 좀더 적극적으로 노조와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