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행을 드디어 우리의 터전이요 뿌리이기도한 동양사회로옮겨 오도록 하자. 동방의 이야기는 천천히 하고 무대를 우선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일본-아마 일본은 다소는 특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으로 옮겨본다. 한국사람들은 동방이라고 하면 동아시아로 혼동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리스 동쪽 지역의 광범위한 고대 선진지역들을 동방사회 쯤으로 규정하자. 성서를 보면 예수가탄생했을 때 동방의 박사들이 경배하러 왔다고 되어 있는데 당시중동의 서쪽 지역 사람들이 동방을 대단한 선진지역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실례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요즘말로 따지면미국 하버드대학의 박사들조차 이 분을 경배하지 않느냐는 권위의가차라고나 할까. 동방의 박사들조차 이 분(예수)을 경배하는 정도이니 이 분은 얼마나 훌륭하냐는 논리였을 테다. 각설하고-.사실 동양사회의 유구하고도 오랜 역사와 이 역사가 만들어 놓은풍부한 성의 이야기들을 하게 될때 필자는 묘한 부끄러움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지나친 신비주의랄까. 성에 대한 경외감 같은 것이 때로는 좀 심하지 않나할 정도다. 인도에서 출발한 밀교가 어느정도 육체와 정신의 합일을 주창했는지 불행히도 필자는 잘 알지못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사회의 성문화라는 것은 가히 종교의 영역에까지 승화되어 있어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도올 김용옥교수는 도교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이는 여자의 원리요 음의 원리라고 썼지만 과연 여자의 성기를 두고 「현현하도다」(어둡고 어둡도다)로 표현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아 있다. 물론 도가의 이런 음의 사상은 너무도 고도의 경지를 갖는 것이어서 20세기말을 살아가는 박약한 도시인인 필자로서는 따라잡기 힘든 부분도없지 않다. 어떻든 노자는 「어린 남자아이는 섹스에 대해 비록 아무것도 모르지만 새벽이면 좆이 선다」고 말했으니 그의 철학에서성에 관한 기초를 전혀 도외시할 수도 없다. 노자의 이 말은 동양인의 영원한 정신적 지침서라고 할 그의 「도덕경」에 분명히 기록돼 있는 말이기 때문에 혹여 필자가 비속한 용어를 썼다고 비난하지 않기를 바란다.여성의 원리, 음의 원리, 소극성의 원리, 받아들이는 원리 이런 것들이 동양적 성관에 그대로 녹아 있다.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라는 식의 논법은 분명 교리체계를 갖춘 기독교적 세계관과는 차이가 난다. 기독교는 사실 지독한 남성위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로마적 법률체계가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인간의 타락을 오로지 여자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는 역사관 자체에서부터 녹아 있다고 할 것이다. 도덕경으로 상징되는 동양사회의종교관은 사실 현대적으로 보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남녀평등주의를 골격으로 하고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자가 여자를 차별한 것이 대개 사유재산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면 당초부터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노자에게서 무슨 재산다툼이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