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1급호텔들이 문화관광부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7월2일 문화관광부 신낙균장관이 대통령에게 「국정과제 추진실적과 계획」이란 보고를 통해 올해 안에 외국인대상의 카지노 2개를특1급호텔에 신설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후특1급호텔들은 나름대로 카지노 영업허가를 받기 위한 물밑작업에들어갔고 카지노 문제는 이때부터 여론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어느 호텔이 카지노사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다는 설도 난무했다.그후 한달이 지난 지금도 카지노 신설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호텔 영업, 카지노에 ‘좌지우지’카지노문제에 대해 이처럼 관심이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 카지노영업권을 얻는다면 그 자체가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이기 때문이다. 카지노 사업을 두고 흔히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고 부를만큼 짭짤한 사업이다. 지난해말 서울에서 유일하게 카지노장이 있는 쉐라톤 워커힐호텔의 경우 카지노에서만 우리 돈으로 약 1천3백2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표 참조) 외국인 전용임을 감안하고, 환율을 지금의 1천2백원으로 어림잡아도 약 1억1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가능하다.카지노의 수입뿐만이 아니다. 호텔측의 영업도 카지노에 좌우될 정도다. 워커힐호텔의 경우 『평소에 12∼17층의 VIP객실을 차지하고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지노고객』이라는 것이 호텔관계자의 말이다. 하루 객실료가 최하 27만원이며 비싼 방은 2백만원까지 하는방들이다. 그래서 『카지노가 호텔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라는 말도 호텔직원으로부터 스스럼없이 나오고 있다.뿐만 아니다. 카지노만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부지기수다. 호텔측에서는 이들을 VIP고객으로 분류해놓고 콤프(방한시 카지노에서 최고급 객실과 식사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를 갖춰놓고 있다. 인천 오림푸스카지노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지노들이 호텔에 콤프를 갖춰놓고 해외사무소 등을 통해 고객을 관리하고있다』고 말했다. 일본 대만 등에서 오는 대부분의 일반관광객들도카지노를 반드시 들러보는 여행코스로 잡아놓고 있다. 지난해 외래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객의 여행활동유형중 카지노에 들른다는 응답이 8.5%나 나오기도했다. 사정이 이러니 호텔들이 카지노영업권에 눈독을 안들일래야안들일 수 없다.현재 카지노 신설이 거론되는 호텔들은 리츠칼튼·잠실롯데·힐튼·신라, 부산의 롯데·그랜드호텔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카지노업허가와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호텔개관 당시부터 카지노를 염두에 두고 도면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는 리츠칼튼호텔. 이미7년째 호텔경영주가 직접 제주도의 홀리데이 인 크라운 프라자호텔과 카지노를 경영해오면서 얻은 자신감을 밑바탕으로 정부의 카지노업허가 신청공고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호텔 한 관계자는 『카지노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노하우와 숙련된 인력이 갖춰진데다 뷔페레스토랑과 나이트 등 호텔내 1천여평에 카지노장을꾸밀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텔경영주가카지노를 직영하는 방법만이 탈세 폭력배개입 등의 부작용이 없다』며 『임대형식의 다른 카지노와 달리 직영방식을 통해 투명한 운영을 해온 노하우를 살릴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경쟁적으로 카지노가 들어서고, 개정된 외자도입법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도박업투자가 가능해진만큼 『이제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있는 카지노 사업을 고려해야 하며 그런 점에서리츠칼튼호텔이 적격』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다.◆ 궁극적으로 카지노호텔 지향해야롯데호텔의 경우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쳤으나 정부의 신설방침 발표이후 후속내용이 없자 일단 손을 놓은 상태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카지노신설방침이)허용되면 카지노업을 신청할 의사는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검토단계에서 중단한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호텔업계에서는 롯데측이 이미 지난88년에 잠실롯데호텔에 카지노를 개설하려고 강력히 추진했던 전력이 있는 데다, 롯데라는 이름만으로도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장점이 있다는 점을 들어 롯데측이 당연히 카지노 유치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잠실롯데냐 부산의 호텔 롯데냐는 지역문제가 정부의 결정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신라호텔의 경우 정부측의 움직임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미 카지노유치를 기획하고 검토를 마친 상태지만 정부의 공고가 나와봐야 신청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카지노부지·자금 등이 해결되지 않아 두고봐야 한다』며 『부지의 경우 서울시에서 장충체육관 부지를 매각한다면 그 땅을 매입해 카지노장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힐튼호텔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오래 전에 그룹비서실을 통해 카지노진출을 검토했다는 말이 호텔업계에서 나돌고있다. 인터컨티넨탈호텔의 경우도 『현재로서는 카지노장 개설에관해 경영진으로부터 아무 이야기가 없지만 앞으로 아셈호텔이 지어지면 그때 가서 고려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 호텔관계자의 말이다. 이밖에 부산지역의 호텔들도 카지노유치를 위한 작업이한창이라는 말이 호텔업계에서 나오고 있어 카지노 유치를 위한 호텔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이처럼 특급호텔들이 카지노유치에 많은 정성을 쏟는 반면 기존 카지노 업계에서는 새로운 카지노가 생겨도 별 영향이 없다는 분위기다. 쉐라톤 워커힐호텔 한 관계자는 『신설 카지노가 생겨도 경쟁에서 자신이 있어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딜러를 포함한 카지노직원들이 철저하게 맨투맨으로 고객을 관리하는가 하면 시설 전산해외판촉 등에서 수십년간 카지노 운영의 노하우를 쌓았다는 것이이유다.한편 카지노 업계와 학계에서는 정부의 신설방침을 환영하면서도신중을 당부하는 목소리를 빠뜨리지 않고 있다.한국관광연구원 한 연구원은 『카지노의 수요 공급과 서울의 야간관광상품이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서울지역에 카지노가 신설되는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초청게임 위주로 영업을 해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고 카지노가 외화획득에 제몫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지노관광협회의 한 관계자도 『서울이나부산과 같은 곳에 추가로 카지노가 생긴다면 모르겠지만 제주도나다른 지역에 추가로 허용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직영방식을 통해서만이 객실료와 식음료업장의 가격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은 제주관광대 카지노경영학과 오수철교수의 말이다.따라서 궁극적으로 카지노가 주수입원이 되는 카지노호텔로 카지노산업이 나아가야 하며 호텔들도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오교수는 또 『카지노신설 못지 않게 기존 카지노에 대한 부양이나 지원 등도 필요하다』며 『요즘처럼 카지노가 적자에 허덕이는 때에 관광진흥기금문제 등에 있어 카지노업체의 사정을 봐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의 입장카지노신설문제가 호텔·관광업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 것과달리 칼자루를 쥔 정부·여당쪽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미 신설방침이 밝혀졌지만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여론이 집중되는 것이 곤혹스럽다는 반응마저보이고 있다. 카지노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큰 부담이된다는 것이다.새정치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카지노신설이라는 총론 자체도아직 확실히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 아직 당의 시안도 나오지 않았다. 모든 사항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여당으로서 자칫 특혜시비에 휘말리거나, 섣부른 판단과 시행으로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여론의 질타를 받을 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카지노를 관광산업육성이란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한다」는 것이 여당측의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관광산업진흥을 위해 기획단이 출범한만큼 여기서 8월하순까지 안을 마련해 제출하면 이를 갖고 정부와 당은 물론 학계 관광업계 등 관련기관들과의 협의 검토를 거치면 카지노신설문제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기다려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여당쪽의 대세인 것처럼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의 입장도 신중하다. 「언론에 알려진 신설방침외에는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분위기다. 문화관광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카지노신설에는)시간이 더 필요하다. 검토단계다. 아직 (당·정간)의견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지노를관광산업으로 육성해 외화획득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에는 (여당과정부)모두가 공감하지만 잘못했다가는 헛수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년후 태백탄광지역에 내국인도 출입할수 있는 카지노가 생기는 데다 아시아·태평양주변의 국가들이 카지노개설을 통한 관광수입증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들과의경쟁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섣불리 시행했다가는 과다한 투자비를 쏟아 붓고도 결실을 보지 못할 경우를 우려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이 관계자는 『사행성이 높은 카지노를 허용하는데 따른 국민여론을 감안해서라도 카지노가 인력 시설경영 등 모든 부분에서 전문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론만을 재차 강조했다.『일부에서 카지노사업을 특권사업이니 이익사업이니 하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연간매출액의 10%를 기금으로 내야 하므로 결코 특권이나 이익사업이 아닙니다. 카지노업에서 매출액의 10%는 순이익의35%에 해당합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탈세 등의 문제도 이미 전산화로 투명성을 확보했습니다. 결국 카지노에 대한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관광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문화관광부의 또 다른관계자의 말이다. 인식의 변화를 유난히 강조하는 이 관계자의 말은 카지노신설방침으로 문화관광부에 쏠리는 여론의 시선에 대한부담을 역설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카지노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으며 문화관광부의 난처한 입장을 나타내는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