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직접 수집하라"....인수후 조치도 사전에 계획해야

IMF위기 이후 많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 또한 외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M&A(Merger&Acquisition: 기업 인수 합병)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경제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의 하나로 재벌간의 빅딜(Big Deal:사업 맞교환)을 장려하고 있다. 금융권과 산업계에서도 한국 기업간의 M&A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M&A시장은 아직 초보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베인 앤드 컴퍼니의 분석에 의하면 M&A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중요한 요소는 다음의 두가지이다. 첫째는 M&A 준비 기간이 어느정도이고 협상 때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충분히 활용했는가이다. 둘째는 M&A 후의 조치에 대해 사전 계획이 세워져 있느냐이다. 이 두가지 요소는 겉으로는 매우 명백해 보이지만 많은 기업들이 M&A 계약을 체결할 때 이 두가지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는데실패하고 있다.◆ 미국의 M&A시장미국의 M&A 거래 규모는 1984년부터 88년까지 매년 평균 28%의성장률을 보여 88년에는 약 3천5백억달러 규모에 달했다. 88년이후성장 속도가 둔화됐으나 당시에 예견됐던 M&A시장의 붕괴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시티그룹의 탄생 등 새로운 메가(대규모) M&A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미국 M&A시장의 성장은 M&A 거래를 지원하는 각종 인프라(기반)의 발달을 가져왔다. 즉 회계사와 은행, 경영 컨설턴트, 변호사,PR(홍보)전문가 등 M&A와 관련된 숙련된 전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인프라의 발달은 다시금 M&A를 활성화시키고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오랜 M&A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M&A에 대해 우호적이고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개방적이다. 또 인수 대상 기업 및 경쟁자들에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풍부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M&A가 더 용이한 편이다. 정보는 「인수자」에 의해 이용될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에 대해 보호의 책임을 지게 되는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에도 이용 가능해야 한다. 정보의 활용 정도는 성공적인 M&A의 중요한 요소이다.◆ 성공적인 M&A 비결M&A가 활발하게 일어났던 미국의 80년대 사례 분석을 통해M&A의 성공 요인들을 살펴보자.개별적인 M&A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의 두가지가 성공요인으로 도출된다. 바로 인수 전의 정보 활용과 인수 후의 조치이다.성공적인 인수 기업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 활용함으로써 구체적인 M&A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빈틈없이 수행한다. 예를들어 핸슨(Hanson)이란 그룹은 스미스 코로나(Smith Corona)란 기업을 9억3천만달러에 인수한 뒤 1년내에 제지 등 3개 사업부를 9억4천만달러에 매각했다. 핸슨은 스미스 코로나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게 되면서 이들 3개 사업들이 핸슨보다는 다른 기업에 더 높은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이에따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는 정치적인 환경과 피인수 기업 조직의 감정적 요구도 잘 이해해야만 한다. 예를들어 영국의 BTR란 회사는 미국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노튼(Norton)이란기업을 인수하려 했는데 노튼의 직원이 해고되지 않기를 바라는 매사추세츠 정치인들의 감정을 과소평가한 결과 실패하고 말았다. 반면 프랑스의 생고뱅(St. Gobain)이란 회사는 BTR보다 낮은 인수가격을 제시했지만 해고를 최소화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노튼을인수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M&A 실패 사례를 분석해보면 이들 기업이 M&A 협상 전에 관련기업과 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데 부지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지않을 경우 M&A 협상 및 인수 과정은 인수 후에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뒤죽박죽이 되는게 대부분이다.◆ 르노/아메리카 모터 코퍼레이션프랑스의 자동차회사인 르노는 부실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럽에서 합병 파트너를 찾고 있던 미국의 지프차 회사인 AMC(아메리카모터 코퍼레이션)를 1980년에 인수했다. 수년간 미국 시장 진출을위해 노력해왔던 르노는 AMC와의 합병을 통해 미국의 유통망과생산 공장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르노는AMC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M&A가 실패로 끝날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중요한 정보를 간과하고 있었다.우선 AMC 딜러의 80%이상이 연간 50대 이하의 판매 실적을 보일만큼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었으며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판도 좋지 못했다. 르노는 또 AMC의 생산 설비가 미국에서가장 오래된 공장 2곳을 포함하고 있을 정도로 노후했다는 정보도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더구나 AMC는 미국의 주요 자동차업체들보다 노무원가가 높았고 관련 노조인 자동차 노동조합(UnitedAuto Workers)과도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더 큰문제는 AMC 제품이 가장 경쟁이 심하면서 마진은 적은 소형차 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AMC의 자동차는 연료 펌프나 자동 변속기의 문제 등으로 품질상으로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이 M&A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르노가 AMC에 대해 너무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AMC 경영진들은 잘 알고 있었다. AMC 한 경영자는 『우리는 화장을 잘 하고 옷을 잘 차려 입은채 M&A 파트너를 물색하러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물론 AMC주주들은 이 M&A 과정에서 초과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르노는 1987년에 결국 AMC를 포기하고 크라이슬러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르노는 「직접 조사하라」는 M&A의 첫번째 규칙을 무시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임페리얼 그룹/하워드 존슨영국의 임페리얼(Imperial) 그룹은 1980년에 모텔 및 레스토랑 체인인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을 6억3천만달러에 매입했다. 그러나 하워드 존슨에 대한 경영을 착수하자마자 곧 재무제표상의 이익은 과장됐고 그간의 재투자가 너무 소홀했으며 인력이나 메뉴에대한 투자 역시 인색했다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깨닫게 됐다.이런 문제점은 인수 전에 하워드 존슨과 업계 전반의 원가비율 및투자액수를 비교함으로써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정보였다.게다가 하워드 존슨은 더 이상 레스토랑으로서 입지가 확고하지 못했다. 메뉴는 KFC나 버거킹 등의 패스트푸드점보다 더 산만했고목표 시장도 불분명했다. 지향하는 이미지가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체인인지 고속도로 휴게소 체인인지 명확하지 않았고 목표 고객이출장을 다니는 비즈니스맨인지 청소년인지조차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임페리얼은 하워드 존슨의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도 모색하지 않은채 이 모든 문제들까지 그대로 인수한 것이다. 영국의 한산업 평론가는 이를 두고 『영국 기업에 의해 행해진 최악의M&A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임페리얼은 1985년에 M&A에서 또다른 실패를 경험했다. 아메리칸매리엇(American Marriott)으로부터 하워드 존슨을 4억달러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4억5천만달러를 제시한 캐나다의 컨소시엄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아메리칸 매리엇의 제안을 회피한 것이다.이후 캐나다의 컨소시엄쪽과 거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알게돼급히 아메리칸 매리엇과 재협상을 시도했지만 아메리칸 매리엇은제안 가격을 3억1천4백만달러로 대폭 내렸다. 임페리얼은 결국 8천6백만달러의 추가적인 손실을 입은채 하워드 존슨을 매각할 수밖에없었다. 임페리얼은 또다시 불충분한 정보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것이다.임페리얼 그룹의 M&A 실패는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을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86년에는 임페리얼 그룹 자신이 핸슨에 의해 인수되게 됐다.◆ 실제 가격보다 비싸게 인수한 경우정보는 인수 여부를 결정할 때뿐만이 아니라 가격을 협상할 때도활용돼야 한다. 유럽의 한 기업은 경매에 부쳐진 어떤 기업의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6억2천5백만달러를 지불했다. 베인 앤드 컴퍼니의 고객이었던 매각 기업은 사실 5억달러만 받아도 그 사업부를매각할 용의가 있었다. 결국 인수 기업은 1억2천5백만달러를 더 지불한 셈이 되는 것이다. 인수 기업은 다음과 같은 정보를 무시한결과 실제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싼 돈을 치르고 사업부를 인수하게됐다.첫째, 많은 서비스들이 점점더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시장이 크게 변하고 있었다. 둘째, 매각 대상으로 나온 그 사업부는실적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었다.셋째, 매각 기업은 재무적인 이유 때문에 그 사업부를 팔려고 했다.넷째, 매각 기업은 현재 성과는 낮지만 잠재 가치가 높은 기업(Under-Performer)을 매수하고 겉으로 성과가 높게 나타나는 기업(Over-Performer)을 매각하는 등 오랜 M&A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사업부를 인수한 유럽 기업이 이런 정보를 잘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 사업부의 매각이발표되기 60일전부터 M&A 거래가 확인된 이후 35일까지 이 사업부를 매각한 기업의 주가는 9%가 상승했다. 그러나 이 사업부를인수한 유럽 기업의 주가는 21% 하락했다. 정보를 부지런히 수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유럽 기업은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막대한손실을 입히게 됐다. 결국 이 유럽 기업이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실제 가치보다 더 지불한 1억2천5백만달러 상당의 가치는 사업부매각 기업의 주주들에게로 이전된 것이다.◆ 실제 가격보다 싸게 인수한 경우유럽의 한 설비생산 업체는 미국의 관련 기업을 M&A하기로 하고10억달러의 돈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 기업은 협상을 통해 인수 가격을 7억5천만달러로 낮출 수 있었다.이 유럽 기업은 인수할 기업에 대해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 특히인수를 통해 얻게 되는 마케팅과 생산에서의 시너지 효과 및 이익증가와 관련된 재무적 효과를 정확히 분석하고 있었으며 대상 기업이 다른 입찰 경쟁자들에 대해 갖는 가치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또 각종 조사를 통해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각각 단독으로 얻을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경험을 확보하게 되고 이 경험을 더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또 합병된 기업은 생산의규모를 늘리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 원가를절감할 수도 있었다.이 정보는 성과 향상의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협상에서좀더 유리한 가격을 책정하는데도 이용됐다. 인수 대상 기업은 다른 대기업의 한 사업부로 계열 기업에 제품의 일부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사업부를 인수하려던 유럽 기업은 내부거래 가격에 대한민감도 분석을 통해 그 사업부와 계열 기업간의 실제 가치를 측정,제시된 가격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협상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이 유럽 기업은 시장과 인수 대상 기업, 그리고 그 경쟁자들에 대해 인수 대상 기업 그 자신보다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M&A가 이뤄진 뒤에는 잘 준비된 사후 실행 계획이 뒤따랐다. 인수 후 통합 계획은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마련돼 있었으며 이 계획은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될 때마다 계속해서 보완됐다. M&A 직후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계획이 마련돼 실행됐고 공동 경영진도 구성됐다. 고객들과 발생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는 과거 해당산업에서 이뤄졌던 고객 면담 사례를 근거로 마련된 방침들에 의해다뤄졌다. 이런 노력의 결과 합병된 기업의 가치는 합병전 구매기업의 가치와 인수가격을 합한 것보다 약 50% 정도 더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