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환자들 광고 보고 약 구입...치료 선택 제한 비난도

어느 TV 광고의 한 장면. 씩씩한 소년이 꽃이 만발한 초원에서 스키를 탄다. 꽃가루가 펄펄 날리는데도 소년은 코끝하나 실룩이지않는다. 바로 「알레그라」를 복용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헤히스트마리온로셀 제약사의 알레르기 방지약 선전이다.이제 약(藥)도 일반 소비제품인 시대가 되고 있다. 고유브랜드를 붙인 약을 광고하는 행위도 시작단계다. TV에서는 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기침을 멈추게 하는 시럽과 두통에 잘듣는 알약을 복용하라고 선전한다. 발기부전 환자를 위한 화이자의 「비아그라」와먹스의 대머리치료제 「프로페셔」처럼 알레그라도 일상생활에서자연스럽게 필요한 약으로 인식돼 가고 있다. 없어도 살수는 있지만 그것을 복용하면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선전이 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런 약들은 마치 콜라가 팔리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팔려 나가고 있다.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특정한 병을 지목한 조제약의 이름을 거론하는 TV광고는 불가능했다. 약이름을 거론할 수는 있었지만 특정 질병이름을 말할 수는 없었다. 병이름을 얘기하려면 제조업자가 그 약에 대해 적어놓은 여러 주의사항 등 모든 내용을 전부방송해야 했다. 금쪽같은 시간에 통상 7∼8분 정도가 걸리는 그런짓을 할 광고주는 아무도 없었다. 많은 나라들도 광고에서 약의 이름만을 거두절미하고 선전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이런 규제들이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본다. 영국의 글락소웰컴, 미국의 쉐링 등 제약사들은 앞으로 몇년 안에 유럽과 호주, 남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TV를 통한 약광고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미국에서는 약광고에 대한 규제완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97년 8월 FDA가 TV 약광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한 이래 약을 소비자에게 직접 광고하는데 드는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미국에서 특정 병이름을 명기한 약광고 비용은 올해 10억달러가 넘을것으로 추산된다. 약광고는 맥주광고를 벌써 능가하고 있다. 올 초4개월동안 TV광고에만 1억7천1백만달러가 쓰였다.지금은 부작용의 위험성과 소비자들이 문의할 수 있는 무료 전화번호나 웹사이트 등을 포함한 여러 정보를 알려 준다면 TV에서도병이름과 약의 용법을 얘기할 수 있다.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광고의 자유를 반기고 있다. 지난 7월 쉐링은 처음으로 TV광고를 내보냈다. 「굿모닝 아메리카」라는 프로를 진행하던 조안 런덴이 모델로 나와 알레르기에 잘 듣는다며 「클래리틴」을 선전했다. 『약광고가 10년전에 담배나 술 광고가 그랬던 것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대부분의 광고대행사는 제약사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건강관련 팀을 만들어 놓고 있다.제약사들이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소비자들을대상으로 직접 광고를 하는 것이 얼마나 이득을 가져올 것인지 아직 불분명하지만 일단 많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이 방법은 상당히 잘 먹혀들 것으로 예상된다.지난달 FDA가 후원해 「프리벤션」이란 잡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설문에 응한 1천2백명중 90%가 약광고를 본 적이 있고 응답자 중 3분의1이 광고를 보고 의사를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80%가 광고에 나오는 약의 특정질병 처방에 동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소비자에 대한 직접광고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약판매를 촉진시키고 또 공공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글락소웰컴은 지난해 말 자사의 외음부포진 치료제 「발트렉스」를 TV로 광고한 이래 지금까지 60만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화를 건사람들중 대부분은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약에 대해 문의하는 것이었다. 그들 중 3분의2는 광고를 보고 나서 의사에게 찾아갈 생각을 했다는 것. 또 글락소의 금연정제(錠劑) 「지반」의 광고가 나가자 지난 4월에만 1백30만명이 의사에게 금연처방에 대해 문의했다. 이것이 꼭 글락소의 광고 때문이었다고는 할수 없겠지만지난해를 통틀어 1백60만명이 금연문의를 했던 것과 비교된다. 직접광고는 또 환자들이 계속 특정 약을 복용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프리벤션의 보고서는 자신이 복용하는 약광고를 본 환자의 3분의1이 그 약의 안전성을 더욱 믿기 때문에 계속 구입, 복용한다고밝히고 있다.제약사들의 진짜 노다지는 무료전화를 통하거나 웹사이트를 통해문의한 수많은 환자들이다. 제약사들이 소비자들을 직접 파고드는전략은 시기가 적절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중견 연령집단으로 정착하면서 약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얻고 복용하는 추세가 늘어나고있다. 영&루비컴의 제약부문인 서들러헤네시의 제드 베이틀러 사장은 의사의 처방없이 팔수 있는 약이 많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병을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한다.AIDS를 일으키는 HIV의 확산도 의사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켜 이런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 환자들은 자신들끼리의 연락망을 통해주치의의 처방보다 더 빨리 치료제에 대해 알게 됐다. 인터넷은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약의 세상」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이런 현상이 항상 만족스러운 일은 아니다. 퀀텀그룹의 매트 지저리히는 비아그라나 프로페셔같은 약을 소비자들이일상생활용품처럼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의사들이 약의개발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관련분야 과학자들과직접 접촉하기 위해 웹망을 이용한다. 버지니아 주립대학에서 뇌종양연구실을 운영하는 올리버 뵈글러는 환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정기적으로 E-메일을 받는다.하지만 이런 일들이 환자들에게 진정으로 이익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사실 걱정되는 것들이 많다. 많은 의사와 건강관련 전문가들은의사가 자신의 환자들에게 너무 센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는 유혹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제약사들도 비슷한 효능의 여러치료제 중에서 가장 값싼 새로운 치료법만을 선전하려 할 것이다.따라서 약을 직접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며, 소비자들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나오기도 한다.물론 제약사들도 환자들의 건강에 대한 배려를 하기 때문에 광고를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광고가 소비자들뿐 아니라 FDA나 의사들, 그리고 건강관련 기구나 단체들에까지 좋은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약사들이 약 광고를 통해 올바른 의료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는 것도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한가지방법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약광고는 광고를 통한 질병관리의 개념이 도입될 것으로보인다. 옴니컨의 건강관련 부문인 어큐티헬스그룹은 환자들의 동의를 얻어 질병에 관한 정보를 모은 뒤 환자와 가족들에게 자사가광고할 질병관리 서비스를 판매할 계획이다. 어큐티의 롭 도블 사장은 『이것은 기본적으로 환자에 대한 봉사의 성격을 갖는다. 단순히 약광고만 하는 것은 차를 팔고 할부금 받는데만 관심이 있는자동차 회사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이렇게 해야 약 광고 자체도소비자들에게 보다 쉽게 어필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Go on, it? good for you」 Aug. 1,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