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공황으로 향해 치닫고 있다. 지난해 여름 아시아통화위기로부터 시작된 세계경제의 이상증후군이 일본을 거쳐 러시아 동구 중남미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위기에 몰린 아시아 나라들의 수출증대로 1차상품과 공산품의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 여파로 미국의 안마당인 중남미 캐나다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마지막 남은 안전지대인 미국으로까지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미국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미국경기의 감속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주가의 하락은 일본과유럽의 주가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수출에도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세계경제의 공황시나리오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가. 일본에서는 미국경제분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주가가 하락하면서 엔저문제가 순식간에 풀리고 있다.그럼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해온 미국의 붕괴는 일본에 치명타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발 디플레이션 미국 엄습디플레이션의 파고가 마침내 미국을 엄습했다. 일본의 시장관계자들은 『아시아발 디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미국에 도달했다』고지적한다.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 파급 경로를 두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그첫째는 아시아로 인한 것이다. 아시아발 디플레이션이라는 얘기다.아시아 나라들은 경제위기로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로인해 미국의 아시아 수출이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시장으로 값싼 아시아 수입품이 밀물처럼 몰려들어 왔다. 4~6월중의 미국실질경제성장율이 1.4%(연율환산)에 머물렀다. 클린턴대통령도 『아시아경제의 침체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었다.두번째는 미국의 인접국가를 통한 디플레이션 유입이다. 세계적인경제침체로 대다수 국제상품의 시황이 대폭 하락했다. 아시아의 수요감소로 재고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로인해 러시아 중남미등 1차상품 수출국의 수입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광업 임업이 경제전체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도 타격을 받았다. 캐나다의 평균주가는 지난 1년사이에 17%가 하락했다. 캐나다 달러가치 또한미국 달러화에 대해 8.5%가 절하됐다. 미국수출의 20%를 캐나다가차지하고 있다. 멕시코는 10%. 따라서 이들 나라의 구 매력 감소는곧바로 미국수출에 영향을 미칠수밖에 없다. 중남미와 캐나다는 미국의 안마당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아시아 위기의 영향이 안마당을 거쳐 미국에까지 미치고 만것이다.1차상품만이 아니다. 철강 섬유 식품 전기기기 자동차등 공산품도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출경쟁이 가열됐다. 올상반기 일본의 대미무역 흑자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7.7%늘어난 3조7백억엔에 이르렀다. 일본이외의 아시아 나라들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했다. 대외채무를 갚기 위해 가격을 더 떨어뜨리면서 수출늘리기에 온힘을쏟았다. 과당경쟁으로 결국 수익성이 떨어졌다. 개발도상국의 주가가 연쇄적으로 하락했다. 통화가치도 곤두박질쳤다. 달러표시 대외채무가 불어나고 만것이다. 이같은 아시아 위기의 파고가 중남미와러시아 등을 덮쳤다. 마지막으로 선진국들에까지 그 파장이 확산되고 만것이다. 이같은 구도로 세계적인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하면서결국 디플레이션이 심화된 것이다.미국은 그동안 세계수출 시장으로 경기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이제 그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미국의 과잉소비」가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 8월14일 엔화의 달러당 환율이 순식간에 2달러나 올랐다. 한 금융기관이 발행한 리포트의 「조만간 달러가 급락하면서 엔 달러가치가 전환점을 맞을것」이라는 경고가 그발단이 됐다. 미국의 대외채무는 97년말 기준으로 1조3천2백억달러.저축율은 해마다 하락을 거듭, 지난 6월에는고작 0.2%에 머물렀다.경제가 해외로부터의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미국의 과잉소비가 한계에 이르면서 그나마 세계경제를 지탱해오던공급과 소비간 균형이 무너져 내렸다. 미국의 「과잉소비」는 아시아 나라들의 수출공세로 인한 「과잉공급」을 상당부분 흡수해 왔었다. 미국경제가 이처럼 문제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달러의 시장지배 현상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동구등의경제불안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달러로 투자가 몰리고 있는것이다. 그 결과 미국주가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국으로의 자금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이로인해 미국장기금리 지표인 장기국채 금리가 5.4%로 사상최저를 기록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만것이다.미국 유럽에서도 미국경제를 버블상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 이코너미스트인 게리 시링그씨는 『향후6~9개월사이에 주가가 30~50%하락할 확률이 75%』라고 밝혔다.영국의 투자 어드바이저인 앤드류 스미더즈씨는 『주가는 적정수준의 2.2배다. 유포리아(집단적 도취상태)가 높은 주가를 연출해 왔다. 그러나 일단 주가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유포리아도 끝장난다.주가가 적정수준으로 급속 하락할 것이다』고 주장했다.버블을 우려하기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후지종합연구소측은『기업수익이 10% 감소하는 것만으로 주가가 이론적으로는 약9%하락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버블붕괴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증권회사인 메릴린치가 실시한 앙케트 조사에서는 유럽이 미국주식의 처분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주가가 하락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으로의 자금유입은 줄어든다. 따라서 달러가치도 떨어진다.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채무국이다. 달러가치가 일단 하락하기 시작하면 계속 떨어지게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미국주가 폭락을 유발하게될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국기업실적의악화 △중국위안화의 평가절하 우려 △일본금융기관의파산 △달러로부터 유러통화로의 자금이동 등을 꼽고있다.미국에까지 도달한 디플레이션파고와 임금상승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할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세계통화의 연쇄절하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아시아 중남미의 디플레이션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불똥이 미국으로 번지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대형은행이 파산하면 엔약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는 결국 중국위안화의평가절하를 몰고오게 된다.유러통화 탄생에 따른 통화이동도 예상된다. 99년초의 유러통화 출현을 계기로 1천억~2천억달러의 자금이 달러에서 유러통화로 이동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미국주가의 하락이 어느수준을 넘게 될 경우 자산가치의 감소에 따른 소비위축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역자산효과」가 우려된다는얘기다. 그 결과 미국 경기를 떠받쳐온 개인소비가 위축될 것이다.개인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도대비 6%나 증가했다. 미국 가계자산 가운데 주식은 약42%(97년9월말기준)에 이른다. 주식의 평가익으로 개인들이 소비를 늘려온 셈이다. 주가가 폭락할 경우 주머니 사정이 갑자기 나빠질 수밖에 없는것이다.미국의 설비투자에도 버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투자규모는 6.5%의 경제성장에 필요한 수준이다. 그러나 97년도에는 3.8%성장하는데 그쳤다. 과잉투자돼 있다는 것이다. 기업측에도 약점이있다. 지난 8년동안의 경기확대에 힘입어 실적을 늘려왔다. 그러나재무체질은 약화돼 왔다. 주주자본에 대한 차입금 비율은 지난 80년의 2.3배에서 96년에는 4.5배로 높아졌다. 차입금 의존도가 훨씬심해졌다는얘기다. 소비위축 투자감소 기업실적 부진으로 경제성장속도는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조사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즈DRI는 「20%확률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로올하반기부터 내년상반기까지 미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0.5%로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불황 지속되면 일본 ‘공황’ 가능성미국의 저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일본경제는 금융불황과 설비투자 조정으로 디플레이션악순환에 빠져있다. 물가하락과 생산및 판매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결과 완전실업률이 지난 6월에 4.3%에 이르렀다. 53년 조사개시이래 최고치다. 고용실태는 더욱 나쁘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과잉고용인력은 4백34만명에 이른다. 이들이전부 실업자가 될 경우 완전실업률은 10%에 이르게 된다.금융불황과 설비투자 조정도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회수에 주의를 필요로 하는 회색채권을 포함할 경우 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은 87조엔에 이른다. 매출감소 자금난에 따른 도산증가에 따른 것이다. 채무디플레이션 색채가 농후한 것이다. 채무디플레이션이란 기업도산 개인파산으로 은행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급증, 불량채권화하면서 은행들이 연쇄파산하는 것이다. 공황상태에 들어갔는지의 여부를 검증하는 지표이다.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있는 또다른 요인의 하나는 설비투자의 감소다. 올 1~3월중 민간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5.1%가 줄어들었다. 비제조업의 투자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이 상황에 미국경기 하락까지 가세할 경우 일본경제는 과연 어떻게될것인가. 일부에서는 미국주가가 무너지더라도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미국주가가 붕괴되면국제 우량종목을 포함 전면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고있다. 미국경기가 악화될 경우 도요타자동차 등 글로벌사업을전개중인 국제우량기업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수출 부진으로 유럽 아시아 등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로인해 이들지역으로의 일본수출도 영향을 받게될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일본의 금융불황과 설비투자감축을 유발, 디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미국이 불황에 빠질 경우 일본은 결국 공황을 맞게될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