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회원국에 대한 차별 적어...성공여부, 자유무역 의지

현대는 각국의 경제가 세계적인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지구촌 경제권이라는 말은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속에서도 인접한 국가들간의 교역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지리적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각국이 관세장벽을 계속 낮춤에 따라 이제는 교역에 있어 운송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게됐다. 물류비용을 줄이는 것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으로 등장한것이다. 지역내부 국가들간의 거래가 먼 곳에 있는 나라들과 물건을 사고 파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될 때 각 지역 국가들이무역을 위한 경제블록을 만드는 일이 확산될 것이다.전세계에는 상대국의 자국시장 접근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지역간협정이 80개 이상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유럽연합(EU), 미국과캐나다 멕시코간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그리고 남미의 메르코수르(Mercosur)를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지구촌에는많은 지역간 협정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1백30개 회원국중 한국과 일본, 홍콩을 제외한 모든 나라는 적어도 한 개 이상의지역간 경제블록에 속해 있다.◆ ‘비교우위’ 경제원칙 무너질수도 있어경제전문가들은 두가지 이유에서 지역주의를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않는다. 우선 관세장벽을 차등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각 나라들간의교역형태가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완벽한 경제환경이 있다고 가정할 때, 무역형태는 여러 상품들을 국내에서 스스로 만들어 충당하는 것과 다른 나라로부터 사오는 것중어느 쪽이 비용이 더 적게 먹히느냐에 따라 판가름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교우위」의 원칙이다. 미국에서 외국산 텔레비전을 수입한다면 말레이시아산이 생산과정과 원가면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관세가 없다는 이유로 멕시코산을수입한다면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본래의 주요한 이익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이런 걱정보다 더 중요한 두번째 우려는 지역의 경제블록화가 세계적 범위의 무역자유화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경제학자 잭디시 바그와티가 『무역에 지역주의가 적용된다는 것은 세계무역의 자유화를 위한 건설적인 방법이 아니라 말그대로 블록을 쌓아 오히려 장애물을 만드는 짓이다』고 한 말은 유명한 얘기다.그렇지만 바그와티의 주장이 스스로가 이해하고 있는 만큼 그렇게완벽한 것은 아니다. 바그와티나 또다른 전문가들이 지난 7월 이코노믹저널이 주최한 한 심포지엄에서 인정한 것처럼 인접한 지역국가들끼리 교역에 서로 특혜를 주는 무역협정이 좋은 것인지 나쁜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실제적경험칙에 근거한 해답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쉽게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무역형태의 변화에 관한것이다. 경제학자들 중에는 인접국가들끼리 무역을 하면서 서로간에 특혜를 주는 협정을 맺더라도 이들간에는 이미 상호간의 기존교역량이 협정 이전에도 다른 나라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무역형태에는 별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러나 이 주장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멕시코 입장에서 미국은 가장 큰 교역상대국이지만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교역파트너가 아니다. 또 멕시코와 캐나다는 거의 교역을하지 않는다. 협정 이전에도 이 두나라의 상호교역량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미국의 경우에도 이미 NAFTA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미국산 부품을 사용해 멕시코에서 조립된 상품들에 대한 수입에 특혜를 주는 행위가 오랫동안 용인돼 왔다.이 경우에 오히려 중요한 것은 미국이 그 이전부터 멕시코와 더 많이 교역하고 있었느냐가 아니라 비슷한 상품이 멕시코산과 대만산두가지가 있을 경우 협정 이후에는 그 물건을 대만에서 들여오는게 멕시코에서 수입할 때보다 관세가 더 많이 부과될 것이므로 무역형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그러므로 지역내부 협정을 평가할 때 한가지 중요한 기준이 되는것은 경제블록이 회원국과 비회원국을 얼마나 차별하느냐 하는 것이다. 여러 연구결과 메르코수르는 역외 국가들에 대한 관세장벽을높게 치고 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회원국들은 다른 지역산 제품을 사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경우에도회원국의 상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코수르 경우보다는 낮지만 EU국가들 상호간의 단일한 관세도 역시 비슷한 효과를내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지역의 경제블록화가 교역장벽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하는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교역장벽을 더욱 낮추는 일은 서로 다른 두가지 방법으로 추진될 수 있다.전통적 방법은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을 통해 자유무역을 논의하는 방법이다. 또 각각의 지역경제블록을 통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일례로 NAFTA가 메르코수르와 통합될 것이라거나 유럽과 미국이 북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통합돼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곤 했다.◆ 자유무역은 각국 의지에 달린 일블록화, 즉 지역주의로의 움직임은 지역내 무역협정에서 배제된 국가들이 무역자유화를 더 빠르게 이행하도록 하는 촉진제가 될 수도있다. 지역내에서 국제적 경제공동체가 늘어나면 인접한 비회원국이 이 공동체 밖에서 머무르는 것에 대한 비용도 따라서 커질 수밖에 없다. 비회원국에 소재한 기업들은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무역장벽을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에 대해 압력을 가할 것이다. 물론 회원국에 소재한 기업들은 그렇게 되면 경쟁이 더 늘어날 것이므로 다른 나라가 블록안에 새로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로비를 펼칠 것이다. 지역블록화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의 자유시장개혁에 제동을 걸 수도 있지만 또 다자간 교역을 자유화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그렇지만 블록화는 자유무역을 촉진하기보다는 방해하는 방향으로흐르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또 다자간 자유무역에 대한 각국정부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 정부에 대한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로비,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불이익 등으로 인해한 국가가 다른 지역 국가들을 차별하는 특정블록으로 떼밀려 들어가는 일도 생길 수 있다.이상에서 지적된 여러 논쟁의 초점은 지역주의가 자유무역에 반드시 좋다거나 혹은 나쁠 것이라는 뚜렷한 결론을 내놓을 수 없다는것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폐쇄적인 그룹보다는 비회원국을 비롯한 다른 세계에 대해서 개방돼 있는 지역그룹이 더 낫다고할수 있다. 개방성을 선호하고 자유무역을 부르짖는 나라들에서는당연히 비회원국에 대한 차별도 보호무역주의 국가들보다 덜 할 것이다. 결국 무역자유화에 대한 세계적 노력의 성공여부는 각국이지역별로 무슨무슨 그룹을 만들거나 혹은 그것을 해체하거나 하는행동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각 나라들이 자유무역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갖고 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만이 세계 무역자유화에 대한노력이 빛을 볼 것이란 얘기다.「A question of preference」 Aug. 22,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