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기획·탄탄한 시나리오 보증수표 ... 마케팅은 필수

「영화의 흥행여부는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떠도는 충무로. 어쨌든 영화 제작을 마치고 상영에 들어가면 돈이 벌리는 영화가 있고안벌리는 영화가 있다. 투자가들이야 돈이 되는 영화에 투자하고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 자연히 흥행이 되는 영화를 골라내는 「안목」이 영화 투자의 핵심포인트다.20억원을 영화에 투자하기로 하고 시나리오 심사를 끝낸 한국기술금융의 양정석 팀장은 『투자할 영화를 뽑는 기준은 첫째가 시나리오의 참신성, 둘째가 제작사의 역량 즉 경험』이라고 말한다. 얼마전 여고괴담을 히트시킨 씨네2000의 이춘연사장은 『영화는 배우감독 기획 마케팅 사회적 분위기가 잘 맞아 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이 중 한 두가지 정도는 빠질수도 있지만 여러 요소가 잘 섞여야 「대박」이 나온다 』고 말한다. 영화의 흥행여부를 1백% 맞힐수는 없다. 그러나 흥행작들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충무로 흥행사들이 말하는 영화의 성공비결을알아본다.1. 기획이 참신해야한다.영화에서 기획이란 어떤 아이디어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영화가 흥행에 성공을 거둘수 있도록 영화전반에 대한 사전 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이다.기획이 참신하다는 것은 결국 남보다 앞서간다는 말이다. 멜로물이유행할 때는 멜로물을 만들고 코미디가 유행할 때는 코미디를 만드는 식으로는 항상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강한섭 서울예전교수는 『관객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한다. 공포영화가 유행한다고 해서 공포물을 만든다면 이미 진부해져 버린다』고 지적했다. <접속 designtimesp=8400>처럼 사이버세대의 감수성을 공략한다거나 <여고괴담 designtimesp=8401>처럼 학교생활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 그것을 공포물과 연관시키는 등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기획은 시나리오를 가장 잘 소화해 낼 감독은 누구이며 배우는 누구를 캐스팅할 것인지가 결정되는 단계이기도 하다.결국 영화제작의 상당부분이 제작사의 역량이다. 특히 제작자의 영화에 대한 「감각」은 중요하다. 영화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제작자로는 신씨네의 신철씨를 들수 있다.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영화팬들의 입맛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며 <은행나무침대 designtimesp=8404><편지 designtimesp=8405> 등을 히트시켰다. 그밖에 우노필름(대표 차승재)의 경우 <비트 designtimesp=8406>와 <8월의 크리스마스>등 흥행작으로 입지를 굳혔고 <접속 designtimesp=8407>과 <조용한 가족 designtimesp=8408>의 명필름(대표 이은) 도 실력있는 제작사로 꼽힌다.2. 시나리오가 좋아야 한다.『나쁜 시나리오로는 절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서부 영화로 유명한 미국의 존 포드 감독의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라도 재료가 나쁘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시나리오가 좋으면 영화의 흥행의 50%정도는 보장되는 셈이다.이는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흥행도 잘됐던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최인호의 <겨울나그네 designtimesp=8413> <별들의고향 designtimesp=8414>이나 임권택의 <장군의 아들 designtimesp=8415> 최근의 <퇴마록 designtimesp=8416>도 인기 소설을 영화화해 히트를 친 작품이다.최근엔 구성이 탄탄한 오리지널 시나리오(처음부터 영화화를 위해쓰여진 시나리오)로 만든 작품들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보면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힘을 알 수 있다. <접속 designtimesp=8419> <창 designtimesp=8420> <넘버3 designtimesp=8421> <할렐루야 designtimesp=8422> 등 20만명(서울관객기준)이상이 든 영화가 모두 오리지널 시나리오였다.서울관객만 77만명을 동원한 <접속 designtimesp=8423>의 경우 2년여의 기획과 시나리오 수정작업 끝에 탄생된 작품이다. <접속 designtimesp=8424> 시나리오는 작가인조문주씨가 작업에 착수한지 1년여 만인 95년 가을 처음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간 감독과 기획 마케팅을 맡은 사람이달려들어 스무번이 넘게 시나리오를 고치는 작업을 마치고서야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냈고 그것은 <접속 designtimesp=8425> 흥행의 밑거름이 됐다.시나리오는 영화의 기본기다. 기본기없이 성공하는 영화는 있을 수없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 중에는 투자대상의 선정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시나리오를 꼽는 사람이 많다.3. 안되는 영화도 되게 만드는 마케팅최근 영화흥행에서 강조되는 것이 마케팅이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흥행결과는 하늘과 땅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여러편의 영화중에 관객은 흥미를느끼는 작품으로 몰리게 된다. 소에게 물을 마시게 하려면 일단 물가로 끌고가야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객의 흥미를 유발시켜 영화관으로 가도록 만드는 것이 마케팅의 역할이다.서울관객 35만명을 동원한 <조용한 가족 designtimesp=8432>은 마케팅으로 성공한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김지운 감독도 흥행요인을『명필름의 마케팅 능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 작품은 특별한 스타급 배우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 감독도 신인이었다. 마케팅 담당자는 감독이나 배우를 선전하는 대신 「코믹 잔혹극」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개봉전부터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놉시스와 등장인물을 소개하는등 네티즌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촬영지였던 양수리 세트장에서 「산장공포체험미팅」이라는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조용한 가족은 홍보의 대상을 젊은 층으로 한정시켜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흥행 성공을 일구어 냈다.그밖에 <여고괴담 designtimesp=8435>에서는 강원도 외딴 폐교에 하룻밤 머무는 「공포체험캠프」행사를 가졌고 <찜 designtimesp=8436>은 개봉일에 맞춰 연상의 여자와연하의 남자 커플을 신촌으로 초대해 특별이벤트를 가지기도 했다.포스터의 카피도 빼놓을 수 없는 홍보요소다. 신승수 감독의 <할렐루야 designtimesp=8437>는 영화의 구성도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믿음, 소망, 그리고 사기 그중에 제일은 사기니라」라는 코믹한 문구와 함께 두 주인공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듯한 포스터로 뜻밖의흥행타를 날렸다.4. 제작비를 현실화하자앞의 사례들이 영화가 흥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면 투자자의입장에서 볼 때 제작비에 드는 거품을 빼 원가를 절감하는 것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제작비에 거품이 많다는 얘기가나오는 이유는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너무 높기 때문인 경우가많다.또 촬영 스케줄과 예산이 처음에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 것도 제작비를 올리는 원인이 된다. 배우들의 출연료를 「표준」을 만들어서현실화하고 촬영과정에 쓰이는 돈도 내역을 공개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면 제작비의 거품을 뺄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이런 면에서보면 <여고괴담 designtimesp=8444>은 합리적인 제작비로 최대의 효과를낸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시작부터 6주 주5회 촬영이라는 시한을 정하고 촬영에 들어갔으며 시한을 지킨 덕분에 제작비용도 6억원 정도밖에 안들었다. 평균 15억원씩 소요되는 다른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알뜰하게 영화를 찍은 셈이다. 여고괴담은 서울에서만 관객 75만명을 훌쩍 넘기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경제적영화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싶다』던 제작자 이춘연씨의 바램이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