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적 관계 따라 크게 휘청 ... 북한 호응·단일 접촉창구 마련 필수

대북비즈니스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은 남북을 갈라놓은 53년의 세월만큼 견고한 장애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한 장애물들은 남한 또는 북한 어느 한쪽이 수용하면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양측이 함께 노력해야 해결을 기대할 수 있는 어려운 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인들이남북한간의 관계변화에 「안테나를 곧추 세우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북한과 교역경험이 있거나 교역중인 많은 기업인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문제점은 역시 남북한간의 비즈니스가 정치·군사적인 관계에따라 지나치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S사의 한 관계자는 『정치에 따라 부침(up-down)이 많았다』며 『새정부의 정경분리정책으로 그나마 최근에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 C사의 사장은『남북관계에 일단 찬기운이 돌면 통제가 심해져 거의 손을 놓게된다』며 『92년 남북합의서타결-북핵사태-대북쌀지원-잠수함사건등 남북관계의 온-냉변화에 따라 사업이 좌우됐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조금이라도 돌면 바로 사업에서 손을 놓고 쉬어야 했다는 것이다.◆ 북한 정보취득부터 난관에 부딪히기도그러나 정부가 천명한 정경분리정책이 일관성있게 추진되고 북한이지금처럼 민간부문의 대남접촉허용을 고수한다면 정치·군사적 관계에 따라 대북비즈니스가 휘청대던 모습은 점차 없어질 것이라는게 이들의 일치된 기대다.북한과의 교역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상의 까다로움도 빼놓지 않고 거론된다. 현재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통일원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한다. 비록 지난 4월30일 대북경협활성화조치로 절차·조건 등이 대폭 완화됐다지만 「아직도 많이 까다롭다」는 것이다.남북경협사업자승인을 얻은 한 중소기업대표는 『그전보다 훨씬 간편해졌지만 신속해야 할 투자결정이나 실행시기에 맞춰질 수 있는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많은 돈을 치르더라도 간편하고 빠르게 처리해주는 브로커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K사의 사장은 『3천만원 정도의 북한물품을 들여오는데 브로커에게 2천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고 말했다.『투자계약서를 갖고 정부허가를 얻어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까지걸리는 시간이면 시장환경이나 투자환경이 급변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 S사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기업들이 북한과의 거래에서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도 문제다. 많은기업인들이 북한과 투자상담을 하고 함께 서류를 작성하지만 실제투자가 이뤄진 것이 적은 것도 리스크부담때문이라는게 대북비즈니스맨들의 말이다. 만 8년째 대북교역과 대북투자관련 컨설팅을 한다는 C사의 사장은 『남북관계의 불안정과 북한이 약속·신용 등자본주의 경제개념이 희박해 리스크가 큰만큼 이 부분을 보전해주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에이중과세방지협정 투자협정 청산협정 등 제도적인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92년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마련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보장을한 내용이 있어 북한이 성실히 이행만 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그만큼 당장의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대북접촉채널의 교통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북한이 공식적인 일체의 대남접촉을 거부하므로 정부가 나서기 어렵다지만 일원화된 민간기구나 단체를 통해 북한측 채널들과 접촉할 수 있는기회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북비즈니스를고려하는 많은 기업들이 정보취득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C무역 사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