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극대화 천명.....경영성과 주식시장서 평가받겠다

『월급은 1원에 만족한다. 대신 스톡옵션을 주시오.』김정태 주택은행장이 9월초 취임하면서 내건 요구조건이다. 김행장은 월급을 1원만 받는 대신 미리 약속한 가격에 주식을 살수 있는권리(스톡옵션)를 달라고 요구했다. 은행경영을 잘해 주가가 오르면스톡옵션을 행사해서 이익을 얻겠다는 얘기다. 생산성과 경영효율성을 높인후 주식시장에서 경영성적을 평가받겠다는 의지다.김행장의 지인들은 스톡옵션 요구이면에는 은행경영에 대한 강한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9월초 현재 3천7백원에 머물고 있는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 주택은행의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가능하다. 결국 스톡옵션 요구에는 주택은행을 수익성 위주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셈이다. 최운열 증권연구원장은 『공익성과 공공성을 중시하던 기존 은행장으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낼 은행경영의 「코페르니쿠스적발상 전환」』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증권맨다운 발상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경영의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실제로 김행장은 취임사에서 스스로 「장사꾼」임을 밝히면서 은행경영의 최우선 목표를 수익극대화에 두겠다고 밝혔다. 즉 돈을 많이 벌수 있도록 주택은행의 인력과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얘기다.반대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인원과 조직은 과감히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한마디로 전행원이 장사꾼이 되자고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은행에 엄청난 변화가 몰려올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노조간부들도 『행장의 개혁 성향으로 봐서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같다』고 두려움과 기대감을 함께 나타냈다.이미 김행장의 취임과 동시에 주택은행에는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신임행장에 대한 업무보고형태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기존 행장과 달리 집무실이 아닌 현업부서를 직접 찾아가 현안을파악하고 있다. 업무보고도중 김행장의 질문에 해당 부서장들이 당황해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김행장은 인사파괴도 예고하고 있다.능력만 있으면 대리와 과장들도 일선 영업점의 책임자로 임명될 수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주택은행의 일선 영업장은 부장과 차장이맡았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던 주택은행의 인사스타일에 획기적인변화를 예고하는 조짐이다.김행장이 가져올 변화는 비단 주택은행에만 국한될 것으로 보이지않는다. 앞으로 시중은행장 인선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합병은행들은 경영능력이 탁월한 외부인사를 스톡옵션을매개로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 신임행장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하기위해서라도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은행을 경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정부의 의도와 일치한다. 이미 김행장의 선임과정에서 「장사꾼논리가 시중은행을 지배하도록 하겠다」는 정부당국의 의지는 확인됐다.비단 은행 뿐만 아니다. 일반기업들도 최고경영진들에게 스톡옵션을 통해 경영능력을 북돋울 전망이다. 미국의 다국적 인사조직 컨설팅업체인 타워스페린의 박광서 한국지사장은 『김행장의 스톡옵션 요구로 시중은행은 물론 대기업체 최고경영진들도 스톡옵션을통해 경영성과를 평가받는 분위기가 정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국의 아이아코카」가 되려는 김행장의 시도가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그를 선임한 정부당국의 외압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느냐에 달려 있다. 주택은행노조도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야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부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증권사보다 은행을 경영하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이점이라고 주장한다. 즉 「1원짜리 월급쟁이」로 머물지,증권사 뿐만 아니라 은행경영에서도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을지는 전적으로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김행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