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본격화로 장기적 '긍정'...국내외 변수 많아 단기적 '회의'

◆ 빅딜(Big Deal)어휘 그대로의 뜻은 대규모의 거래를 뜻한다. 월가에서 사용되기시작했다. 시장원리에 따라 기업간에 사업부문 혹은 기업 전체가거래되는 경우에 주로 사용됐다. 정식 명칭은 비즈니스 스왑(Business Swap).정부가 마련한 세법 개정안에서의 빅딜에 대한 개념은 「두개 이상의 기업집단이 사업을 서로 교환하거나 지배주주가 보유하는 특정계열사의 주식을 교환하여 기업을 양수도 함으로써 다자간에 핵심사업을 정비하는 구조조정」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빅딜을 주도하고 있는 전경련은 최근 「빅딜」이란 용어를 일절사용하지 않고 「사업구조조정」이란 표현을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자산평가, 부채인수, 고용승계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사업맞교환 보다는 특정사업의 매각처분이나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회사설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을 낳고 있다.그동안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빅딜이 이제 본격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국내기업의 문화 측면에서 볼 때 대기업간의 빅딜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대두되기도 하였지만 5대그룹의 빅딜이 지난 9월3일 1차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멀게는 올해초부터, 가깝게는지난 6월 이후 재계의 빅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지 불과 3개월만의 일이다.정부는 수요부진과 과잉설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추진을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5대그룹을중심으로 재벌그룹간 빅딜을 적극 추진해 왔다. 대상업종은 외형성장을 목표로 90년대 중반 국내그룹간, 업체간 외부차입금을 통하여대규모 설비투자 경쟁이 진행된 중화학공업이 대표적인 산업이다.이미 일부업종은 시장경제논리 속에서 불가피하게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대상업종들도 시차만 있을 뿐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이 대두되고 있다.정부는 구조조정의 지연이 추가적인 국가경제 차원의 손실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구조조정의 압력을 강화해 왔다.빅딜 거론대상 10개 업종중 우선 7개업종이 급히 발표된 것도 정부의 이같은 속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들업종은 유화 항공 철도차량 발전설비 정유 반도체 부문이다.자동차부문은 금번의 빅딜에서는 제외되었다. 향후 자동차업종의진로를 결정하는 변수가 기아의 입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총수출의 7.9%, 제조업중 생산비중 9.6%로서 국내경제에 커다란 축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최악의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 및 수출부진으로 가동률이사상 최저수준인 40%에 머물고 있어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아의 국제입찰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빅딜의 절박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아의 입찰 이후로 빅딜이 연기되었다.◆ 중화학공업이 주대상업종이번의 빅딜은 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게 사실이다.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연초부터 정부는 빅딜을 종용했고 압박의 강도도 높였다. 금융·세제상의 지원이라는 당근과 5대그룹에 대한 여신지원 중단 가능성 선언이라는채찍으로 빅딜을 촉구했다.정부는 이러한 지원이 없을 경우 그 효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조세감면규제법 개정작업을 추진, 빅딜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지원 방안으로 부채탕감, 대출금 출자전환, 대출금 상환계획조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라이신 사업을 매각한 (주)대상의 경우 법인세 특별부과세 주민세 등의 각종 세금으로 매각대금의55% 가량을 지불해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노력이 반감되기도 했다.재벌그룹간 빅딜에서 제일 먼저 그룹간 이해조정이 마무리된 업종이 항공과 철도차량사업임을 감안할 때 내수중심 및 정부발주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이 이번 빅딜에서 최대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시장다변화제도 폐지 등 개방체제로의 이전이 내수중심산업의 구조조정 효과를 상대적으로 축소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구조조정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말해 중복투자와 공급과잉구조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국내 자체적으로 찾을 수있고, 수요자가 정부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정부의 지원여하에따라 효과는 커질 수도 있다. 내수 중심의 산업은 항공 철도차량이외에 발전설비 등을 들수 있다.반면 수출중심 산업은 대부분 세계적인 공급과잉구조에서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의 구조조정을 통한 수급구조개선효과는 상대적으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중심의 영업을 펼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산업은 세계시장의 수급구조에 직접 영향을 받아 긍정적이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이 낮은 산업은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것이다.빅딜은 이같은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의론을 동반하고 있다. 우선 빅딜의 합의가 지켜질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이번의 반도체부문에서 보았듯이 합의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으며도출된 합의도 잠정적인 것이어서 향후 합의의 구속력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 둘째로 형평성의 문제이다. 빅딜에 참여한 업체들에대해서는 각종 금융·세제상의 지원이 따르게 되며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빅딜에 참여하지 못한 업체들의 반발이 우려되기도한다. 셋째, 고용문제가 대두된다. 중복·과잉설비와 더불어 중복되는 인력에 대해서는 감축이 불가피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문제에서 보듯이 노조의 불만이 야기될 것으로 보여 상당한 진통을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업간의 문화적 이질성이 상당히 큰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남아 있게 되는 인력에 대해서도 정체성 문제 등 부작용도 상당히 클수 있다.정부는 IMF체제를 조기에 마감하고 경제의 체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산업 전반에 걸친 과잉, 중복투자된 주요 산업에 대해서 총체적인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이를 재벌그룹간의 빅딜로 매듭을 풀려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재계도 구조조정의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면 그리 손해보는 것도 아니라는 인식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어려운 산고 끝에 마무리된 5대그룹의 빅딜이 최선의 결과는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재계의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5대그룹 이외의 기업들 간의 빅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빅딜이아니더라도 업무영역에서의 상호보완 내지는 공조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재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국제적 변수 산재…증시 영향 회의적그렇다면 빅딜이 증권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빅딜을 통한과잉·중복투자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과당경쟁 해소, 경쟁에 따른 간접비용 감소, 규모의 경제 실현 등으로 증권시장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제적인 변수들이여전히 산적해 있기 때문에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여전히강하게 작용한다. 또한 빅딜을 세부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업종의 합병비율, 상호지급보증, 인원 구조조정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시간적으로도 마무리짓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빅딜의 대상기업들의 경우 현실적으로는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빅딜로 인한급격한 영업환경의 호전을 예상하기는 어려우나 시너지 효과 및 정부의 지원 등에 따라서는 개별적인 주가의 상승도 예상해 볼수 있다.구체적으로 구조조정의 주축이 되는 업체는 시장점유율의 확대 및시장경쟁 감소라는 면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피합병 및 시장퇴출기업은 사업부문의 축소 및 법인 소멸의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산업내의 구조조정의 폭과 조건에 따라 관련기업들의 손익관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