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질병의 공포로부터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백신개발 덕이다. 백신을 통해 소아마비 홍역 결핵 등과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도 몸에 면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신을 몸에 투여하기 위해서는 주사바늘로 피부를 뚫어야만 한다. 이물질인 병원균을 주사바늘로 투여하다 보니 주사에 의한 쇼크사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백신은 만들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보관하거나 운반하기도 나쁘다. 가격도 비싸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좋은 백신을구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식물을 이용해 먹는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먹는 백신연구에 가장 앞선 곳이 미국 코넬대학의 보이스 톰슨 식물연구소다. 이 대학연구소의 찰스 안첸교수팀은 감자의 유전자를 조작해 백신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백신감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현재 개발한 백신감자는 설사병을 일으키는 O157:H7대장균 백신이다. 이 백신감자를 먹으면 감자가 사람 몸의 면역체계를 자극해 O157:H7대장균에 대한 면역이 생기게 한다.안첸교수팀이 연구에 착수한 것은 6년 전의 일이다. 감자세포에 박테리아성 설사병인 O157:H7대장균의 유전자를 이식하면서 먹는 백신 연구를 시작했다. 감자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감자에 O157:H7대장균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했다. O157:H7대장균 단백질이 형성된 감자를 먹으면 사람의 면역시스템이 항체를 만들게 될 것이란기대 때문이다.그러나 안첸교수는 곧 벽에 부딪혔다. 감자가 면역시스템을 자극할만큼 충분한 양의 O157:H7대장균 단백질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감자세포가 O157:H7대장균 유전자정보를 제대로 「읽지」못했다.결국 안첸교수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해감자가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생성하게 하는 방법을 이용해 먹는 백신개발에 성공했다.안첸교수팀은 지난 5월 쥐에게 백신감자를 먹인 결과 쥐의 몸에 면역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쥐 실험결과에 자신감을 얻은안첸교수는 인체실험도 실시했다. 14명의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한 실험 역시 성공적이었다. 이들이 O157:H7대장균 유전자를 생성한 감자를 먹은 결과 장과 혈액에서 항체가 형성된 것이다.먹는 백신은 설사병처럼 음식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예방에 효과적이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위와 장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이다.따라서 장에 형성된 항체는 위와 장에 침투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공격을 막는 첫번째 방어막인 셈이다. 혈액을 통해 몸에 투입되는 주사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없다.BTI는 다양한 종류의 먹는 백신을 개발중이다. 다음 목표는 바이러스성 설사병 원인 균인 노웍바이러스다. 현재 쥐를 대상으로 한실험단계로 결과는 성공적이다. 백신감자를 먹은 쥐의 몸에 항체가생긴 것을 확인했다. 설사병 외에도 콜레라나 B형 간염을 예방할수 있는 먹는 백신개발도 착수한 상태다.먹는 백신개발은 감자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옥수수나 콩도 백신이 될수 있다. BTI는 현재 바나나백신도 개발중이다. 바나나는 날로 먹기 좋고 개발도상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