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건설교통부와 손해보험업계가 뜨거운 논쟁을 벌였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개정문제가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른바「자배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사고차량이 보험을 들지 않았거나 뺑소니를 쳐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에 최소한 보장을 해주도록 강제한 사회보장 성격이 강한 것. 이에 대한 개정을 놓고 정부부처와 보험업계의 의견 대립은 모두에게영향을 미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무보험차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법의 존재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양쪽의 논쟁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보단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쪽으로 벌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이번 자배법 개정논란은 건설교통부의 선제공격에 의해 촉발됐다.건교부는 책임보험을 운영하면서 잉여금이 생기면 50%를 교통안전공간에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며 산하기관에 의료보수심의원을 설립하되 그 비용을 손보업계와 의료업계가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법개정을 추진하려 했다.이에 보험업계는 공청회까지 열면서 정부의 법 개정의 부당성을 주장, 건교부는 한발짝 뒤로 물러나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최근들어 정부는 또다시 자배법 개정을 추진, 의료보수 심의원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고 책임보험 초과잉여금 발생시 이를 가입자에게 환원토록 의무규정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이에따라 손보사 노조협의회가 최근 건교부 자배법 개정방침에 대한 부당성을 설명한 탄원서를 제출하는등 2라운드 공방이 벌어질조짐을 보이고 있다.1, 2차 공방을 막론하고 가입자 입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책임보험 잉여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보험원리로 치자면 책임보험처럼 차량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강제보험에 있어서 잉여금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올 8월부터자동차보험료가 완전 자유화된 다음부턴 더욱 그렇다. 자유경쟁체제하에서 보험료는 탄력적인 조정장치를 갖게 된다. 운영결과 이익이 생기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내려 발생이익분을 가입자에게 되돌려줄 수밖에 없다. 각 보험사들이 경쟁을 통한 고객유치를 위해스스로 가격 조정에 나서는 풍토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책임보험부문에서 적자가 나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적정수준까지올려 손실난 부분을 보전하려 한다. 중장기적으로 책임보험만큼은「No Loss No Profit」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수 있다.이같은 메커니즘이 조성된 현시점에서 건교부가 보험료를 함부로올리거나 내릴 수 없었던 과거의 잣대로 책임보험을 강제하려는 것은 정부의 가격 자유화정책이나 국제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손보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정부의 개입은 보험사들이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해 궁극적으로국내보험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의료보수 심의회를 법인으로 설립하려는 건교부의 처사도 손보업계와 의료업계간의 분쟁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려는 의도로 보험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규제완화와 자율화라는 정부정책의 큰흐름에 배치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건설교통부와 손보업계간의 이같은 공방이 보험가입자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피해자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실이 맺어져야 한다는게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