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괄목성장' ... 대우, 애널리스트 '보물창고'

「외국계증권사의 시장영향력 급증, 대우의 건재, 삼성의 비약적인성장」.최고 증권사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보고서신뢰도 결제능력 법인능력 등 전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종합점수면에서도 상위 10위안에 4개업체나 랭크됐다. 메릴린치증권(미국) ABN암로증권(네덜란드) 자딘플레밍증권(영국) ING베어링증권(네덜란드)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 외국계증권사들은 특히보고서신뢰도에서는 국내증권사를 압도했다. 이부문 상위 10개업체중에서 6개사가 이들 4개업체 이외에 워버그딜론리드증권(영국) 모건스탠리증권(미국) 등이다. 국내펀드매니저들이 국내증권사보다 외국계증권사들의 투자보고서를 더욱 신뢰하고 있다는 얘기다.외국계 증권사들의 약진은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비중에 비춰볼 때당연하다는게 펀드매니저들의 반응이다. 미래에셋투자자문의 구재상 이사는 『IMF체제가 본격화된 이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에 외국계 증권사들의보고서가 영향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도 이와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정확한 시황판단과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정보우위로 시장영향력이 큰 증권사」를 묻는 문항에서 외국인증권사들이 몰표를 얻었다.메릴린치증권은 전체 51표중에서 14표를 얻은 반면 대우증권은 5표를 얻는데 그쳤다. 워버그딜론리드증권과 자딘플레밍증권도 각각 9표와 7표를 얻어 대우증권보다 우위를 보였다.법인영업능력과 결제능력에서도 외국계증권사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펀드매니저들에게 각종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법인영업팀의 능력도 외국계증권사들이 대체적으로 낫다는 평판이 지배적이다. 상위 10개업체중에서 메릴린치 ABN암로 워버그딜론리드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가 3개업체나 들어 있다. 상위 15개업체로 확대하면 외국인 증권사들이 절반가량 차지한다. 결제능력도 마찬가지다.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사고 팔라는 매매주문을 내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가급적 고객에게 유리한 가격대에서 주문을 체결해준다는게 대다수 의견이다. 서울투신의 최권욱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 주식1만주를 팔라고 주문내면 외국계증권사는 가장 높은 가격대에서 체결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증권사는 그렇지 못한 것같다』고지적했다.외국계증권사들의 득세로 국내증권업계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증권사의 생존여부가 불투명해진다는 얘기다. 이미 일본증시는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피델리티 등 미국계증권사가 장악했다.국내펀드매니저들은 그나마 외국증권사의 독주를 견제할 국내증권사로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을 꼽았다. 대우증권은 이번 조사에서 종합 1위를 기록했다. 보고서신뢰도 문항에서는 개별기업분석과 주요현안에 대한 신속한 정보제공능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법인영업능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위 삼성증권을 거의 하프스코어로 따돌렸다. 결제능력에서는 삼성증권과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오히려 「선물과 대차거래능력」은 삼성증권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삼성증권의 비약적인 성장도 의미심장하다. 삼성증권은 올해초 동방페레그린증권에서 이남우 이사를 비롯한 애널리스트들을 대거 스카웃하면서 조사역량을 보강했다. 영업점에서도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한 종목만 개인투자자들에게 매매를 권하도록 하는 등 애널리스트의 조사분석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도 삼성의 이같은 투자를 높이 사는 편이다. 국민투자신탁운용 최남철 펀드매니저는 『삼성증권의 보고서가 올해들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질적인 면에서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펀드매니저는『다만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좀더 객관적으로 작성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득세로 대우 삼성을 제외한 국내증권사들은 조사분석팀의 유지를 진지하게 재검토할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증권사나 대우 삼성의 조사자료를 활용하면 되지 경쟁력이 없는 조사분석팀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다.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의 「보고」는 단연 대우증권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16개업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중에는 대우증권 소속이 무려 9명이나 된다. 백운목(음식료) 임진균(제약 및 화장품) 조창희(건설 및 비금속) 전병서(통신 및 통신장비) 장충린(자동차 및 부품) 이종승(조선 및 중공업) 지헌석(도시가스/항공 및 해운) 김성호(도소매)씨 등이 1위를 기록했다. 지헌석 연구위원은 전기 및 도시가스와 항공 및 해운 두 분야에서 선두를 기록했다.나머지 7자리를 삼성증권(4명) 한누리투자증권(2명) 교보증권(1명)이 차지했다. 삼성증권은 백운(은행증권업/보험 및 기타금융) 하정헌(가전) 김경중(1차금속)씨 등이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한누리투자증권은 구본준(반도체 및 전자부품) 백관종(정유 및 석유화학)씨 등 2명이 1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교보증권도 최기림연구위원이 제지·출판분야에서 1위에 올랐다.최용구 대우증권 조사부장은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들의 강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 국내 최대인원인 40명의 애널리스트를확보하고 있다. 이들중 90% 이상이 석사출신으로 개인적 분석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여기다 한 업종을 적어도 5년 이상 담당하기때문에 개별기업에도 정통하다. 특히 팀장급은 9년 이상 해당산업과 기업을 분석하고 있어 외국계 증권사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최부장의 주장대로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한우물만 파왔다. 통신 및 통신장비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전병서 연구위원은 87년 입사 이후 정보통신 가전 반도체만 10년 넘게 담당해 왔다. 장기간 한 업종을 맡으면서 국내기업들의 재무적 영업적인 특성을 꿰뚫게 됐다고 들려준다. 이같은 자신감으로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외국계 증권사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김성호 연구위원은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국내기업들을 분석하고재무제표에 나타난 국내업체의 재무흐름을 읽어내는 눈은 더 정확하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다만 외국계증권사에 비해 담당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인정했다. 국내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20개에서 30개 업체를 분석하고 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대형주 중심으로 10개업체 미만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개인적 역량은 외국계와 경쟁 가능삼성증권의 애널리스트들도 조사분석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증권이 투자한만큼 보답을 받았다는게 펀드매니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백 운 금융보험업 애널리스트팀장은 은행증권업과 보험·기타금융업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여 2관왕이 됐다. 주식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대표적인 애널리스트중 한명이다. 90년 대우증권에입사한후 엥도수에즈W·I 카 증권(프랑스)에 잠시 옮겼다가 95년삼성증권으로 옮겼다.김경중과장은 현재 미국에 연수중이다. 김과장은 90년1월부터 97년5월까지 대우증권에 근무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97년6월부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팀에 근무하고 있다. 하정헌 연구위원은미국 보스턴 공대와 컬럼비아 공과대학원을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졸업후 미국 내셔널 세미컨덕트에서 근무하다가 애널리스트로 변신한 케이스다. 하연구위원은 『담당기업들이 발표하는 신기술의 성공가능성과 사업성을 파악하는데 과거경력이 도움이 되고있다』고 밝혔다.한누리투자증권의 구본준 조사역은 근소한 차로 대우증권의 전병서연구위원을 눌렀다. 구조사역은 와세다대학 물리학과 출신으로 반도체분야의 최고 애널리스트였던 대우의 전연구위원과 경합 끝에 1위로 선정됐다. 백관종선임조사역은 대신증권에서 정유 석유화학을담당하다가 지난해 7월 한누리투자증권으로 옮겼다. 교보의 최기림연구위원은 대우증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옮겼다. 대우증권시절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이번 조사의 특징중 하나가 베스트 애널리트스로 선정된 14명중에서 무려 11명이 대우증권에서 애널리스트 수업을 받은 「대우맨」이라는 점이다. 삼성의 백운, 김경중 과장 그리고 교보의 최기림 연구위원도 대우증권에서 명성을 얻었다. 당분간 국내증권업계의「베스트 애널리스트」자리는 「대우맨」들과 외국계 증권사의「해외파」들간의 싸움으로 좁혀질 것이라는게 펀드매니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