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D와ISAS 연구기관 라이벌 ... 경쟁속에 기술발전 기대

로켓개발을 역설하는 사람들은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얻어내기 위해 그럴 듯한 명목을 찾는다. 과학탐사나 군사적 필요성이 그들이내세우는 명목이다. 세금을 쓰는 것을 무마시킬 만한 좋은 핑계거리로는 상업적 이용의 필요성이 들먹여진다. 이런 것들이 모두 여의치 않으면 로켓발사가 국위를 선양할 것이란 주장을 하기도 한다.그러나 일본 우주개발의 중추기관인 NASDA는 로켓개발을 위한명분이 별로 없다. 로켓의 과학적 이용도 과학탐사를 위한 다른 기관이 생김으로써 오래 전에 근거를 잃었다. 있다면 군사적인 목적인데 군사력 사용을 헌법으로 금하고 있는 일본에서 이는 용인될수 없는 것이다. 기술을 상업화하려는 노력도 너무 많은 비용때문에 어려운 문제다.일본의 우주개발은 이미 오래 전에 조용히 시작됐다. 문부성 우주항공과학연구소(ISAS)가 지난 70년 고체연료로 추진되는 로켓을만들어 띄웠는데 이것이 궤도에 올려진 일본최초의 위성이고 일본은 우주에 뛰어든 네번째 국가로 기록됐다. ISAS가 최근 개발한운반체는 M-5다. 일본은 지난 7월4일 탐사로켓 「노조미」를 여기에 싣고 화성으로 보냄으로써 화성탐사 대열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M-5는 1.8t짜리 로켓을 이리듐같은 새로운 위성휴대전화 시스템에 사용되는 저궤도에 진입시킬 능력이 있다. 일본정부는 2002년까지 이런 로켓이 2백개 정도 필요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ISAS가 만든 M-5의 상용화 가능성은 NASDA를 자극했다. 원래NASDA는 75년 과학기술청에서 만들었는데 문부성의 ISAS 성공이 다른 정부기관들을 자극한 결과였다. 운수, 우정성이 NASDA개발에 힘을 보탰고 막강한 통산성이 뒷돈을 댔다. 우주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NASDA의 계획중 하나였다.이처럼 NASDA는 출범 때부터 줄곧 ISAS를 고사시키는데 힘을기울였지만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NASDA는 지난 80년대제정된 법규에 의해 ISAS가 설계한 로켓은 과학적 목적에만 국한하고 크기도 직경 1.4m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 상업적 위성제작은NASDA가 담당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ISAS의 로켓은너무 작아 무거운 상업용 위성을 쏘아올릴 수 없게 됐다.이후 NASDA는 저궤도위성에서 액체연료로 추진되는 J-1을 자체개발하는 길을 열었다. 하지만 ISAS는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킴으로써 과학적 목적을 위해서는 법규에 정한 것보다 더 큰 로켓이 필요하다며 당국을 설득시켰다. 그 결과 M-5는 상업적으로도 이용가능한 크기인 직경 2.5m짜리도 제조가능하게 됐다.◆ 비용·품질관리 모든 점에 어려움 쌓여NASDA에 대한 위협은 ISAS와의 경쟁뿐만이 아니다. 또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지난 4월 정부는 J-1로켓이 미국이나 유럽산 위성운반수단에 대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면 개발계획자체를 폐기할 것이라고 위협했지만 J-1이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 지난 96년 첫J-1 발사에는 48억엔(현재환율로 3천3백만달러)이 들었다. 2000년발사예정인 두번째 것은 좀 더 낮은 비용이지만 35억엔이 들 것으로 보여 현재 상용중인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 중국 것보다 여전히비싸고 발사비용이 24억엔으로 예상되는 M-5에 비해서도 50%나비싸다.NASDA는 다른 한편으로 위성을 적도상공 3만6천㎞의 정지궤도에쏘아올릴 수 있는 큰 로켓을 사용하는 시장경쟁에도 뛰어들 생각이다. 정지궤도 비행체는 원거리 통신을 중계해주고 또 위성텔레비전을 위한 방송중계기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정지궤도 위성시장 진출을 위해 NASDA가 내놓은 것이 H-2다. 이것은 액체수소를 연료로 쓰는데 강력하긴 하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다. NASDA는 H-2를 지금까지와는 달리 미국기술을 빌리지않고 처음부터 자체개발하기로 했다. 때문에 개발비용으로 2천5백억엔이 들었고 일회발사에만도 1백90억엔이 소요된다. 이는 경쟁발사체들보다 두배나 비싼 가격이다.비용문제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NASDA는 H-2의 새로운 상업용 버전인 H-2A의 설계를 시작했다. 개발비용으로 새로 6백40억엔이 더 들어갔지만 새로운 운반수단은 한번 발사에 85억엔만 들도록 설계되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비용만이 아니다. 지난 2월 H-2는 통산성에서 의뢰한 COMET위성을 정지궤도에 올려놓는데 실패했다. 이때문에NASDA의 재정계획뿐 아니라 품질관리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었다.로켓의 엔진이 겨우 발사 3분만에 고장나버리는 바람에 4백60억엔짜리 위성은 우주공간에서 쓰레기로 떠도는 신세가 됐다. NASDA의 계약자인 미쓰비시중공업의 부주의 때문에 일본납세자들은 발사비용과 실패보상비를 합쳐 6백90억엔을 허공에 날려버린 것이다.일본의 73개 기업이 H-2A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만든 조인트벤처 「로켓시스템(RSC)」 관계자들은 이 사태를 별로 심각하게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운반수단이 서비스에 들어갈 2000년에는지금보다 더 나은 것이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만 하고 있다. 그러나 총리실 부속 전문가집단인 우주활동위원회는 최근의 H-2 발사실패 조사결과 NASDA의 설계기술보다는 프로젝트 관리에 사용된시스템에 더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NASDA는 일단 설계가 끝나면 우주선을 제작할 계약자에게 주문을 내고, 그 후 하청업자로부터 완성품을 인도받기 전 사전점검을 하긴 하지만 많은 부품들에대한 품질은 업자의 말만 믿고 점검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의 프로젝트 관리방법은 결점이 많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일본에서는 큰 회사가 저지른실수를 제재하는 좋은 메커니즘이 없고 또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도 별로 없다. RSC 역시 H-2A를 상업용 발사수단으로 이용할 때 여전히 똑같은 관리시스템을 사용할 예정이다.◆ 관리시스템 변화로 비용절감 기대이와 대조적으로 일본 상업위성 제조에 큰 몫을 차지하는 미쓰비시전기는 이런 프로젝트를 관리하는데 믿을 만한 유일한 방법은 미국방성이 사용하는 「주계약자」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이 방법은주계약자가 전체프로젝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 주계약자는 스스로 하청업자를 선정하고 완성된 우주선을 고객에게 넘기기 전에모든 것을 점검한다. 그러므로 책임소재도 명확하다. 사고가 생기면그것을 누가 만들었든지 간에 모든 것은 주계약자의 책임이다.일본납세자들에게 좋은 소식은 이런 비판이 요즘들어 효과를 보기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초 NASDA는 적은 비용을 들여 개조한 J-1로켓의 주계약자로 이전까지 계약을 도맡아 오던 미쓰비시중공업 대신 이시카와지마하리마중공업(IHI)과 닛산자동차 연합팀을 선정했다. 이 움직임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엉성한 H-2 프로젝트관리에 대한 제재의 의미도 있지만 NASDA가 새로운 사고를 하고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이를 계기로 구태의연했던 일본 우주산업에 달라진 모습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IHI는 러시아산 자동차를 J-1의 일단계 로켓에 들어가게 개조할 생각이고 또 닛산은 액체메탄연료 추진체를 개발하고 있다. 액체메탄은 부드럽게 연소되고 민감한위성에 스트레스를 덜 주는 것은 물론 액체수소에 비해 비용이 1%밖에 들지 않는다.결국 일본의 우주개발은 그 계획을 관리하는 시스템의 변화와 각기관들끼리의 라이벌 의식이 어떻게 해소되는가에 따라 영향받을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Sayonara, spaceflight?」 Aug. 8, 98